떳떳하고 바른 말길을 연다
[오락가락 국어사전 36] 짐을 진 사람은 ‘짐꾼’
우리 사전을 보면 ‘공명정대·공명·정대·정당·공정·공평·당당’처럼 비슷한 한자말을 잔뜩 싣느라, 정작 ‘바르다·올바르다·고르다·옳다’ 같은 한국말은 제대로 풀이하지 못합니다. 새해라면 ‘새해’일 뿐이지만 ‘개년·개세·개춘·신년·신세’ 같은 한자말을 잔뜩 늘어놓아요. 미역국은 ‘미역국’인데 굳이 ‘곽탕·감곽탕’ 같은 한자말로 바꾸어야 할까요? 떳떳하고 바른 말길을 열도록 확 달라져야 할 사전입니다.
푸성귀 :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채마(菜麻) : 1. 먹을거리나 입을 거리로 심어서 가꾸는 식물 2. = 채마밭
채소(菜蔬) :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한다.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는 제외한다 ≒ 남새
남새 : = 채소(菜蔬)
남새밭 : = 채소밭
푸성귀밭 : x
채소밭(菜蔬-) :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 ≒ 남새밭·전포(田圃)·채소전·채전(菜田)·포전(圃田)·포지(圃地)
채마밭(菜麻-) : 채마를 심어 가꾸는 밭 ≒ 채마·채마전
우리가 먹는 풀을 놓고서 푸성귀를 돌보는 땅이나 남새를 돌보는 땅을 가리키는 이름이 마땅히 없거나, 한자말을 보라고 하는 뜻풀이를 붙이는 사전입니다. ‘푸성귀밭’은 마땅히 올림말이어야 하고, ‘남새밭’은 뜻풀이가 제대로 붙어야 합니다. 그나저나 ‘채소밭’이란 낱말에 웬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잔뜩 덧달아야 할까요? 몽땅 털어내어도 됩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 [철학] 사단(四端)의 하나.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른다. 인의예지(仁義禮智) 가운데 인에서 우러나온다 ≒ 측심(惻心)
측심(惻心) : [철학] = 측은지심
측은(惻隱) : 가엾고 불쌍함
가엾다 :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 ≒ 가엽다
불쌍하다 : 처지가 안되고 애처롭다
안되다 : 1.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처연하다(悽然-) : 애달프고 구슬프다
애처롭다 : 가엾고 불쌍하여 마음이 슬프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불쌍하다’로 나타냅니다.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가엾다’로 나타내지요. ‘측은지심·측은’은 “→ 불쌍하다. 가엾다”로 다룹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가엾다·불쌍하다’를 비롯해 ‘애처롭다·안되다’가 돌림풀이에 겹말풀이에 갇힙니다. 이런 굴레를 얼른 털어내고 가다듬어야겠습니다.
미역국 : 미역을 넣어 끓인 국 ≒ 감곽탕·곽탕·자반국
곽탕(藿湯) : = 미역국
감곽탕(甘藿湯) : = 미역국
자반국 : = 미역국
미역국은 ‘미역국’입니다. 이를 굳이 ‘곽탕·감곽탕’ 같은 한자말로 적어야 하지 않습니다. ‘곽탕·감곽탕’은 사전에서 아예 털어낼 노릇입니다.
장님 :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맹인(盲人) : ‘시각 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 ≒ 고인(?人)·고자(?者)·맹안(盲眼)·맹자(盲者)·몽고(??)·실명자
시각장애인(視覺障碍人) : [사회]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시각에 이상이 생겨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또는 아주 약한 시력만 남아 있어서 앞을 보기 어려운 사람
눈먼이 : x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낮잡고야 맙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라는 뜻만 담으면 될 ‘장님’인데, 이 한국말은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풀이를 붙이고, 한자말 ‘맹인’은 수수하게 풀이합니다. 이러면서 갖가지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고 붙이는데, 이런 비슷한 한자말은 덧없습니다. ‘맹인·시각장애인’은 “→ 장님”으로 다루고, ‘장님’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또는 눈이 매우 나빠서 앞을 보기 어려운 사람. 때로는 ‘시각장애인’이라고도 한다 ≒ 눈먼이”처럼 풀이를 손봐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눈먼이’ 같은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눈먼이’는 “눈이 먼 사람. 눈이 멀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단출하게 다루어, 사람마다 다른 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꾸밈없이 나타내고, 이러한 모습으로 섣불리 낮춰보거나 나쁘게 보지 않도록 이끌면 좋겠습니다.
부채(負債) : 1. 남에게 빚을 짐. 또는 그 빚 2. [경제] 제삼자에게 지고 있는 금전상의 의무
빚 : 1. 남에게 갚아야 할 돈. 꾸어 쓴 돈이나 외상값 따위를 이른다 2. 갚아야 할 은혜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빚’을 한자말로는 ‘부채’로 적는다지요. ‘부채’는 “→ 빚”으로 다루면 그만입니다. 이러면서 ‘빚’ 뜻풀이를 넓혀 줍니다. 경제에서 쓰는 말뜻을 ‘빚’에 담을 노릇입니다.
새해 : 새로 시작되는 해 ≒ 개년(改年)·개세(開歲)·개춘(改春)·신년(新年)·신세(新歲)
신년(新年) : = 새해
설 : 1. = 설날 2. 음력설과 양력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 3. 새해의 처음 ≒ 세시(歲時)·연수(年首)·연시(年始)
연시(年始) : = 설
새로 맞이하는 해이니 ‘새해’인데, 사전에는 비슷한말이라며 한자말을 잔뜩 달아놓습니다. 모두 털어내어도 되고, ‘신년’ 하나쯤 사전에 남긴다면 “→ 새해”로 다룰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해가 온 처음을 가리키는 ‘설’을 놓고도 비슷한말이라며 한자말을 잔뜩 달아요. 이런 한자말도 사전에서 털 노릇입니다.
외우다 : 1. 말이나 글 따위를 잊지 않고 기억하여 두다 2. 글이나 말을 기억하여 두었다가 한 자도 틀리지 않게 그대로 말하다
암기(暗記) : 외워 잊지 아니함
외우는 일을 한자말로 ‘암기’라고도 하는데, 이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내든 “→ 외우다”로 다루든 할 노릇입니다.
노사(老死) : 늙어서 죽음
늙어죽다 : x
사전에 ‘노사’라는 한자말은 있고, ‘늙어죽다’는 없습니다. 아리송합니다. ‘노사’ 같은 한자말은 털어낼 만합니다. ‘늙어죽다’라는 낱말을 올림말로 다루어야지요.
짐꾼 : 짐을 지어 나르는 사람 ≒ 담부(擔夫)·복꾼
담부(擔夫) : = 짐꾼
복꾼(卜-) : = 짐꾼
포터porter : x
짐을 지는 사람은 ‘짐꾼’입니다. 이를 굳이 ‘담부’나 ‘복꾼’으로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두 낱말은 사전에서 털 노릇입니다. 요즈음은 영어 ‘포터’를 쓰는 사람이 꽤 있는데, ‘짐꾼’이라고만 하면 됩니다. 또는 ‘짐벗·짐지기’ 같은 이름을 함께 쓸 만합니다.
공명정대(公明正大) : 하는 일이나 태도가 사사로움이나 그릇됨이 없이 아주 정당하고 떳떳함
공명하다(公明-) : 사사로움이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고 명백하다
정대하다(正大-) : 의지나 언행 따위가 올바르고 당당하다
정당하다(正當-) :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하다
공정하다(公正-) : 공평하고 올바르다
공평하다(公平-) :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
당당하다(堂堂-) : 1. 남 앞에 내세울 만큼 모습이나 태도가 떳떳하다
떳떳하다 : 굽힐 것이 없이 당당하다
고르다 3 : 1. 여럿이 다 높낮이, 크기, 양 따위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다 2. 상태가 정상적으로 순조롭다
올바르다 :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 ≒ 똑바르다
‘공명정대’는 ‘공명’하고 ‘정대’를 비롯해서 ‘정당·공정·공평·당당’ 같은 다른 한자말로 빙글빙글 돕니다. 이 여러 한자말은 모두 ‘바르다·올바르다·고르다·떳떳하다’로 이어집니다. ‘바르다’나 ‘떳떳하다’라 하면 될 말을 갖은 한자말로 덮어씌운 셈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공명정대·공명·정대·정당’은 “→ 고르다. 바르다. 올바르다. 떳떳하다“로 다루고, ‘공정·공평’은 “→ 고르다. 바르다”로 다루며, ‘당당하다’는 “→ 떳떳하다”로 다루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