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바지

사내란 몸으로 치마를, 더욱이 꽃치마나 깡똥치마를 두르고 돌아다니면 갖은 사람들이 쳐다본다. 사내가 치마를 둘러서 놀라운가? 그런데 옛날에는 누구나 치마를 둘렀지. 사내랑 가시내를 가르는 차림새가 아니었지. 치마를 두르기에 좋으면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꿰기에 좋으면 바지를 꿸 뿐이다. 가만 보면 가시내가 치마를 막 벗어던지고 씩씩하게 바지를 꿸 적에 온갖 사람들이 ‘바지 꿴 가시내’를 쳐다보았겠지. 때로는 놀리고 흉보고 괴롭히고 삿대질하고 따돌리고 때리기까지 했지. 그러면 이제 보자. 가시내가 바지를 스스럼없이 꿰고 즐겁게 꿰며 홀가분히 꿰는 오늘날 이 삶터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제법 어깨동무하는 삶터로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내인 몸으로 치마를 두르는 뜻을 밝히자면, 스스로 치마가, 무엇보다 꽃치마나 깡똥치마가 즐거워서 두르지만, 이보다는 뭇사내가 바지를 벗어던지고 치마를 꿰는 새로운 살림판을 벌이면 이 삶터는 참다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확 거듭날 만하겠구나 하고 느낀다. 한마디로 “가시내가 바지를 꿰고 사내가 치마를 두르면 아름답다(평화롭다+평등하다)” 2017.12.3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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