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쓰는 재미

‘읽을 만한 국어사전이 없다’고 느껴, ‘언젠가는 내가 스스로 국어사전을 만들어야겠어’ 하고 생각한 때가 1994년이다. 이때부터 어느덧 스무 해 흐른다. 2013년 한여름, 올 한글날에 내놓을 ‘어린이 우리 말 이야기책’에 넣을 ‘낱말풀이’를 한참 달다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는다.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어 부랴부랴 일을 마무리짓는다. 곁님이 미국으로 배움마실을 떠났기에 홀로 집일을 건사하면서 아이들이랑 놀며 지내야 하는데, 밤을 지새우고 새벽까지 잠들지 않으면, 아침이 힘들다. 낮에 더 일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려 한다. 그런데 ‘낱말풀이 새롭게 붙여서 쓰는’ 일이 아주 재미있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주 빠르게 흐른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일 테지. 스무 해 동안 벼르면서 꿈꾸던 일을 비로소 붙잡기 때문일 테지. 스무 살 적에 마흔 살이 언제 다가오는가 하고 손꼽으면서, 마흔이 되는 날까지 씩씩하게 한길을 달리자고 생각한 대로 스무 해를 살았다. 지난 스무 해에 걸쳐 한국말을 익히고 가다듬은 결을 살려 2014년에는 ‘어린이 첫 한국말사전’ 하나를 기쁜 웃음꽃 피우면서 신나게 쓰자. 2013.7.30. (* 덧말 : 이 책은 2014년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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