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0.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케이트 T,파커 글·사진/신현림 옮김, 시공사, 2017.10.24.
어쩐지 우리 집에서 무나 배추를 썰어서 소금에 절이면 좀 오래 두어야 한다. 우리 집은 바람이나 볕이 여느 집하고 다르기도 하고, 우리 집에서 쓰는 소금이 다르기도 한 탓이리라. 우리 집은 설탕을 안 쓰고 사탕수수를 쓴다. 하늘소금이 아닌 잉카소금을 쓴다. 여느 틀에 따르면 모든 밥살림이 엉망이 되기에, 사탕수수하고 잉카소금에 맞추어 간을 하고 절이는데, 거의 하루를 재우고서야 겉절이나 깍두기를 버무릴 수 있다. 겉절이랑 깍두기를 함께 하려고 다 썰어서 재운 뒤에 등허리를 펴면서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를 읽는다. 사 두고서 거의 한 해 만에 읽네. 아니, 처음 살 적에도 읽었으나 한켠에 밀친 뒤에 새로 읽는 셈이다. 옮김말을 조금 더 가다듬으면 좋겠다 싶은 이 사진책에 나온 싱그러운 가시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가시내는 그야말로 모든 자리에서 저마다 스스로 기쁜 걸음으로 나아가는데, 사내는 어떻지? 사내란 몸을 입은 숨결은 참말로 스스로 가장 기쁜 걸음으로 나아갈까? 가시내를 가시내다우면서 사람답게 사진으로 담는 손길은 늘 있는데, 사내를 사내다우면서 사람답게 사진으로 담는 손길은 어디 있을까? 사내란 이들은 무엇을 할까? 밥하고 살림하고 아기 돌보고 밭일하는 사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