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 시인선 359
송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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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63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문학과지성사

 2009.5.15.



  시를 쓸 수 없다면, 시쓰기를 못한다기보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는 줄 모른다는 뜻이곤 합니다. 삶을 고스란히 시로 옮기면 되는데, 아직 제 삶을 그리고 싶지 않다든지, 제 삶을 시로 그린들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맞닥뜨리거나 맞이하면서 지을 살림을 헤아리면서 즐겁거나 바쁘기에 굳이 시를 떠올리지 않기도 해요. 그런데 종이에 글로 옮기기에 시가 되지 않습니다. 슬프거나 기쁜 모든 이야기를 혀에 얹어서 입으로 터뜨리면 바로 시라고 할 만합니다. 글로 옮기지 않더라도 시요, 말로 읊는 모든 이야기는 노래이면서 시이곤 합니다.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을 읽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벼이 수다를 풀고 흘려보내도 될 만하지 싶습니다. 꼭 문학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꼭 작품이란 모습으로 깎거나 다듬어야 하지 않습니다. 꼭 시집으로 묶는다든지, 시인이라는 이름을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시라는 이름을 붙이자면, 먼저 즐거이 수다를 펼 노릇이요, 살림을 노래할 일이고, 하루를 꿈으로 그리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짜서 맞춘다고 해서 시가 되지 않아요. 짜서 맞출 적에는 짜맞춤입니다. 짜맞춘 조각이겠지요. 이 땅에 시집이란 이름이 붙은 수다가 너무 많지 싶어요. 노래가 되지 못한 수다가 참 많구나 싶어요. ㅅㄴㄹ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 맑게 씻은 / 접시 하나 꺼낸다 //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 아무것도 없구나 /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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