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시렁 38
《NEPAL》
Pierre Toutain
ubspd
1986.
아이들한테 사진기를 물려줍니다. 제 손길이 탄 사진기는 오래오래 썼기에 퍽 낡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다루면서 저희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는 곁살림이 됩니다. 아이들은 ‘사진기를 물려받는다’는 대목을 짙게 느낍니다. 새것이든 헌것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새것을 받았어도 손길을 살며시 타면 이내 헌것이에요. 겉모습은 새것이나 헌것으로 가를 터이나, 속내로는 사진기일 뿐입니다. 이는 어버이가 물려주는 사랑도 매한가지예요. 어버이는 새사랑이나 헌사랑 아닌 사랑을 물려줍니다. 사진기로 들여다보는 모습도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우리 모습이자 이웃 살림입니다. 《NEPAL》이란 사진책에 깃든 모습은 오래된 네팔 모습일까요, 아니면 오늘에도 고이 흐르는 네팔 살림일까요. 사진을 찍은 분은 ‘머잖아 사라질 모습’을 담았을까요, 아니면 ‘오늘 즐겁게 가꾸는 살림’을 담았을까요. 찍는 사람도 그대로이며, 찍히는 사람도 그대로입니다. 때를 살펴 어제하고 오늘로 가릅니다만, 지나간 날이기에 사라지지 않고, 다가올 날이기에 새롭기만 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새롭습니다. 오늘도 지나갑니다. 사진으로 담을 빛은 사랑 하나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