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최고의 과학자 13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인문책시렁 59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슈테판 클라인

 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6.16.



그 시절에 당신은 달리 생각했을지 몰라도, 별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지구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은 별에서도 똑같이 성립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예요. (51쪽)


우리는 뇌리에 우리 자신의 공동생활이 박혀 있어서 다른 사회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118쪽)


진보가 느린 것은 다른 모든 핑계를 떠나서 과제 자체가 예상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176쪽)


아기와 함께 사는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여요. 한마디 보태자면, 남성이 아이를 덜 돌보는 사회일수록 더 호전적입니다. (243쪽)


단지 매혹되었기 때문에 과학을 하는 사람, 고아를 양육하는 사람, 조각상을 수집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행복을 위한 열쇠를 가지고 있어요. 몰입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작은 자아를 잊고 자신이 큰 드라마의 일부임을 깨닫습니다. (277쪽)



  수원, 서울, 일산, 서울, 인천. 이틀에 걸쳐 다녔고, 이틀 동안 꼭 한 시간 삼십 분을 살짝 눈을 붙이며 여러 이웃님을 만나고서 길손집에 들어오니 갑자기 온몸에서 기운이 빠지면서 그대로 곯아떨어집니다. 네 시간쯤 곯아떨어지고서 눈을 뜨려 하는데 몸을 못 일으킵니다. 그대로 두 시간을 더 곯아떨어지니 일어날 기운이 생기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니 팔다리로 짜르르 빛이 흐릅니다.


  이런 말, 몸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빠져나갔다 싶은 기운이 밑바닥부터 하나씩 올라올 적에 “기운이 올라온다”가 아니라 “빛이 흘러서 올라온다”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네요.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오기에 불쑥 하며 처음엔 그러려니 하다가 조금 뒤에 살짝 놀라고, 조금 더 있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무릎을 칩니다.


  우리가 쓰는 기운이란, 어쩌면 말이지요, 그냥 기운이 아니라 빛일는지 모릅니다. 기계를 움직이는 전기라는 힘도, 전기나 ‘전기힘’이 아닌, 그저 ‘빛’이나 ‘빛힘’일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슈테판 클라인/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를 읽었습니다. 과학자로서 여러 과학자를 만나서 나눈 말을 그러모았는데, 과학자라 하는 글쓴이가 스스로 생각을 좀 얕게 가두면서 말을 섞는다고 느껴 꽤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마지막 쪽을 덮고 다섯 달을 묵히고서 돌아보니 ‘갇히거나 닫히거나 막힌 눈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는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어요. 누가 뜬금없거나 바보스럽거나 어이없이 묻는다고 하더라도, 이 물음을 받아서 대꾸하는 사람 스스로 새롭거나 슬기롭거나 사랑스레 이야기꽃을 피우면 될 노릇입니다.


  이 책을 읽자니, 참말로 ‘대꾸하는 분’이 빙그레 웃으면서 상냥히 말길을 돌리는 줄거리가 꽤 있습니다. 때로는 어설픈 물음에 짜증스레 대꾸하는 줄거리도 있지요. 사람이 지구라는 별에서 먼지로서 이루는 삶이란, 이렇게 아웅다웅하는 맛도 있구나 싶어요. 그리고 이 먼지덩이에서 스스로 먼지인 줄 새롭게 깨달으며 스스로 다시금 빛조각으로 깨어나 별로 피어나는 길을 갈 테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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