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황학주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노래책시렁 52


《루시》

 황학주

 솔

 2005.6.15.



  사내라는 몸을 입은 시인·소설가는 가시내 몸을 아무렇게나 휘젓듯이 글을 써댔습니다. 이런 지 꽤 됩니다. 예전에는 사내가 우격다짐이나 주먹힘으로 이런 글힘을 부렸다면, 이제 이런 우격다짐이나 주먹힘이 듣지 않는 때가 되었는데, 아직 이런 낡은 글이 썩 사라지지 않아요. 《루시》라는 시집을 읽으며 내내 거북했습니다. 이런 글도 시라는 이름을 달고서 쓰고, 시집이라는 옷을 입고 태어나도 될 만한가 아리송했지만, 여태 한국문학이 이런 꼴이었어요.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불알처럼 아름답게 올라가는 별”이라고 어느 가시내 시인이 글을 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내라는 시인은 아무렇지 않게 참말로 자주 “젖가슴처럼 아름답게 올라가는 달” 같은 글을 씁니다. 이 시집이 비록 2005년에 나왔다고 둘러댈 수 있지만, 2005년이라는 때에도 아직 이런 글을 썼다는 대목을 보아야지 싶어요. 오늘날에는 어떤 글을 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야간업소’ 이야기를 왜 시라고 하는 글에 담으려 할까요? 술을 들이켜야만, 또 밤일을 하는 술집에 찾아가서 술을 부어야만 시가 태어날까요? 시에 드러난 터전이란 시인이 지켜보거나 살아가거나 생각하는 자리입니다. 밝은 곳도 어두운 곳도 없습니다. 길을 찾을 일입니다. ㅅㄴㄹ



젖가슴처럼 아름답게 올라가는 / 달이 들어간 구석 / 슬픔을 냄비처럼 손바닥으로 감싸 안고 / 누이와 밴드마스터들은 야간업소에서 시장으로 흘러나오고 / 건더기 채로 돌아다니는 추운 건달들도 / 안으로 하나씩 달을 매달고 그만 자러 들어가는 (달방/6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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