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9.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

 지뵐레 펜트 사진/이주민 옮김, 클, 2018.1.5.



이 몸을 입은 삶이 저무는 길을 그리려고 찬찬히 마실길을 떠난 두 사람이 있단다. 두 사람은 그때까지도 언제나 마실길인 삶이었을 테지만, 가시버시 또는 길벗이라는 이름으로 입은 몸으로 나서는 마지막이 되리라 여기면서 길을 달리고 들에서 잠들고 숲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고는 밤을 마주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한다.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은 게르트너 가시버시가 나선 마지막 마실길을 함께한 사진님 한 사람이 차분히 담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늘 그러했다는 듯이 같이 다니고, 앞으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기를 빌면서 이부자리를 편다. 길손집이 아닌 자동차에 붙인 마실칸에서 나란히 잠든 두 사람. 사진님은 자동차 곁에 천막을 치고 혼자 잤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선 마실길에 눈부신 빛살이나 왁자지껄한 웃음꽃은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선 마실길에 조용한 눈웃음이나 늘그막에도 고운 다리매하고 손가락이 있다. 사진님은 왜 할머니 종아리를 눈여겨보면서 사진을 찍었을까. 다리매만 보면 다를까. 가만히 보니 할머니 얼굴이 퍽 곱다. 주름은 주름대로 곱다. 우리는 두 가시버시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 낯빛이 얼마나 환한지 모른다. 머리카락 빛깔처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