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8.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글, 바틀비, 2018.1.5.
지난해 봄 구미마실을 하는 길에 장만한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그동안 책시렁 밑자리에 모셔 놓고서 한 쪽조차 안 들춘 줄 아침에 깨닫는다. 책등에 앉은 먼지를 살살 털고서 찬찬히 편다. 문명이 발돋움한다고 하지만 과학을 보는 눈은 도무지 발돋움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글쓴이 이야기가 줄줄이 흐른다. 매우 가볍게, 아침이나 저녁에 산들바람을 쐬면서 느긋하게 걷는 듯한 글이로구나 싶다. 글쓴이는 스스로도 과학이 어렵다고 밝히지만 막상 이 책에 과학 이야기는 얼마 없다. 살아가는 이야기, 강연을 하며 겪은 이야기, 박근혜가 싫고 너무 싫고 끔찍히 싫다는 말을 틈틈이 되풀이하는 이야기만 있구나 싶다. 설마 과학이 글쓴이한테 너무 어려운 바람에 과학 이야기를 살짝만 짚지는 않으리라 본다. 실험실에만 있는 과학이 아니라 삶 어디에나 흐르는 과학이니, 부드럽고 가볍게 짚을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곁가지라 할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풀었다. 박근혜란 사람이 몹쓸 바보짓을 일삼기는 했으나, 그이를 나무라는 말을 하고 또 하고 자꾸 하면서 애먼 책을 잡아먹어야 할 일은 없지 싶다. 그이 꾸중은 한두 매로 넉넉하리라. 이 책을 ‘과학이란 눈을 잃거나 잊은 사람한테, 과학이란 눈을 밝히고 지피는 섬돌’로 써냈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