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19. 접시



  접시에 밥을 담습니다. 글에 마음을 담습니다. 접시에 살림을 담습니다. 글에 이야기를 담습니다. 접시에 하루를 담습니다. 글에 삶을 담습니다. 그리고 접시이든 글이든 손수 짓는 사랑을 담습니다. 오랜 이웃님 한 분한테 글월을 띄우려 하면서 ‘접시’라는 동시를 씁니다. 부쩍부쩍 자라는 두 아이는 아버지 없이도 부엌에서 부산을 떨며 밥을 짓습니다. 비록 아직 된장찌개 하나만 끓일 줄 알지만, 차츰 다른 국도 끓일 수 있을 테고, 다른 곁밥도 마련하는 길을 익히겠지요. 부엌 바닥을 쓸고 밥상을 훔치듯이, 설거지를 하고 접시에 남은 물방울을 행주로 훔치듯이, 즐거이 먹은 밥으로 얻은 기운으로 한결 개구지게 마당을 뛰고 달리듯이, 하루는 새삼스레 흐릅니다. 으레 접시라고만 말하지만, 접시하고 그릇은 이름뿐 아니라 쓰임새가 다르고, 보시기도 바라기도 대접도 이름뿐 아니라 쓰임새가 달라요. 온갖 접시가 있듯 온갖 살림이 있으며, 온갖 이야기에 생각에 마음이 겹쳐서 흐릅니다. 우리는 무엇을 접시에 담아서 어떻게 누리는 아침저녁일까요? 그저 끼니만 때울 수 있을 테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어요. 함께 둘러앉은 숨결을 느낄 수 있을 테고, 오늘도 이렇게 서로 손을 보태어 기쁨을 누리는구나 하고 헤아릴 수 있습니다. 글이라는 접시에 이야기 씨앗을 얹어서 띄웁니다. 마음이라는 접시에 즐거운 사랑을 생각으로 얹어서 돌봅니다. 낮에는 해가, 밤에는 별이, 환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보금자리입니다. ㅅㄴㄹ



접시


보시기에 김치 담고

바라기에 누룽지 담고

대접에 국수 담고

종지에 간장 담고


꽃접시에 나물 올리고

구름접시에 찐감자 올리고

동글접시에 김 올리고

별접시에 떡 올리고


밥그릇에 좁쌀밥을

국그릇에는 미역국을

흰그릇에는 무말랭이를

납작그릇에는 소금구이를


우아, 이야, 어쩜, 오호

밥상다리 멀쩡한가?

오늘은 저녁잔치이네

접시잔치 그릇잔치 맛잔치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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