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름을 즐겁게 씁시다

[오락가락 국어사전 28] ‘party’를 ‘파티’로 풀이한다면



  한국말이 흔들린다면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얄궂게 쓸 뿐 아니라, 여러 바깥말을 배울 적에 이 바깥말도 제대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영어사전이 영어 낱말을 한국말로 어떻게 풀이하는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일본사전을 어설피 베끼거나 훔치거나 따온 영어사전은 이제 걷어치워야지 싶습니다. 이웃나라하고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생각을 널리 나누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사전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복토(覆土) : 1. [농업] 씨를 뿌린 다음 흙을 덮음. 또는 그 흙. ‘흙덮기’로 순화 ≒ 피토(被土)·흙덮기 2. 흙을 덮음

흙덮기 : [농업] = 복토



  흙을 덮을 적에는 ‘흙덮기’라 하면 됩니다. 이를 한자로 옮긴 ‘복토’여야 농업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전 뜻풀이에서 ‘복토’는 “→ 흙덮기”로 다루고, ‘피토’ 같은 한자말은 털어내야겠습니다.



한낮 : 낮의 한가운데. 곧, 낮 열두 시를 전후한 때를 이른다 ≒ 낮·오천(午天)·일오(日午)·정양(正陽)

낮 : 1.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의 동안 2. 아침이 지나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의 동안 3. = 한낮

정오(正午) : 낮 열두 시. 곧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는 순간을 이른다 ≒ 상오(?午)·오정(午正)·오중(午中)·정오(亭午)·정중(正中)·탁오(卓午)



  낮 가운데 한복판이면 ‘한낮’입니다. 이를 ‘정오’라는 한자말로 나타내지 않아도 됩니다. ‘정오’는 “→ 한낮”으로 다루면 그만이고, 비슷한말이라는 여러 한자말은 모두 사전에서 터어낼 노릇입니다.



바로잡다 : 1. 굽거나 비뚤어진 것을 곧게 하다 2. 그릇된 일을 바르게 만들거나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고치다

정오(正誤) : 1. 바르고 그른 것 2. 잘못된 글자나 문구를 바로잡음



  바로잡으니 ‘바로잡다’이므로 ‘정오’는 “→ 바로잡기”로 다루거나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프라이드(pride) : 자신의 존재 가치, 소유물, 행위에 대한 만족에서 오는 자존심. ‘긍지’, ‘자부심’으로 순화

자존심(自尊心) :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긍지(矜持) :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 ‘보람’, ‘자랑’으로 순화

보람 : 1. 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2.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 3.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

자랑 :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계있는 사람이나 물건, 일 따위가 썩 훌륭하거나 남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임을 드러내어 말함. 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리



  영어 ‘프라이드’가 한국말사전에 있네요. 털어내면 됩니다. ‘자존심’이나 ‘긍지’는 “→ 보람. 자랑”으로 다루면 되겠지요.



나가는곳 : x

출구(出口) : 1.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 ‘나가는 곳’, ‘날목’으로 순화 2. = 출로(出路) 3. 상품을 항구 밖으로 수출함



  전철역이나 버스역을 보면 ‘나가는곳·들어가는곳’ 같은 알림글이 붙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낱말은 사전에 아직 없습니다. ‘출구·입구’는 사전에서 털어도 됩니다. 굳이 넣으려 한다면 “출구 → 나가는곳”, “입구 → 들어오는곳”으로 다룹니다.



들어오는곳 : x

입구(入口) :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



  사전을 보면 ‘들목·어귀’란 낱말로 ‘입구’를 고쳐쓰라고 풀이합니다. 이 대목을 찬찬히 헤아려서 사전을 손질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들어오는곳’도 올림말로 다룰 노릇입니다.



단어(單語) : [언어]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 또는 그 말의 뒤에 붙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말. “철수가 영희의 일기를 읽은 것 같다.”에서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철수’, ‘영희’, ‘일기’, ‘읽은’, ‘같다’와 조사 ‘가’, ‘의’, ‘를’, 의존 명사 ‘것’ 따위이다 ≒ 낱말·어사(語詞)

낱말 : [언어] = 단어(單語)

어사(語詞) : [언어] 1. = 서술어 2. = 단어



  ‘낱말’이라는 낱말은 뜻풀이가 없이 “= 단어”로 다루는데, 이는 올바르지 않아요. ‘단어’를 “→ 낱말”로 다루고, ‘낱말’을 차근차근 풀이할 노릇입니다. ‘어사’ 같은 한자말은 털어냅니다.



파티(party) : 친목을 도모하거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잔치나 모임. ‘모임’, ‘연회’, ‘잔치’로 순화

연회(宴會) : 축하, 위로, 환영, 석별 따위를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베푸는 잔치

잔치 : 1.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 ≒ 연집·연찬 2. ‘결혼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북한어] 잔칫날에 차리는 음식



  영어 ‘파티’는 영어사전에 담으면 됩니다. 영어사전을 보니 ‘party’를 “1. 정당, …당 2. 파티 3. (여행·방문 등을 함께 하는) 단체 4. (소송·계약 등의) 당사자”로 풀이해요. ‘잔치’라는 풀이가 아예 없습니다. 한국말사전뿐 아니라 영어사전도 뜻풀이가 엉성합니다. ‘파티’는 한국말사전에서 털고, ‘연회’는 “→ 잔치”로 다루며, ‘연집·연찬’ 같은 한자말은 털어냅니다.



사인(sign) : 1.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음. 또는 그렇게 적은 문자. ‘서명’, ‘수결’로 순화 2. 몸짓이나 눈짓 따위로 어떤 의사를 전달하는 일. 또는 그런 동작. ‘신호’, ‘암호’로 순화

서명(署名) : 1. 자기의 이름을 써넣음. 또는 써넣은 것 ≒ 서기(署記) 2. [법률] 본인 고유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씀. 또는 그런 것

수결(手決) : 예전에, 자기의 성명이나 직함 아래에 도장 대신에 자필로 글자를 직접 쓰던 일. 또는 그 글자 ≒ 수례(手例)·수압(手押)·판압

이름쓰기 : x

이름적기 : x



  영어 ‘사인’이나 한자말 ‘서명·수결’은 이제 한국말로 옮겨내야지 싶습니다. ‘이름쓰기’나 ‘이름적기’라 하면 되겠지요. 우리가 살아가고 말하며 살림짓는 결을 그대로 헤아리면 누구나 넉넉히 나눌 낱말을 기쁘게 새로 지을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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