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하수도에 악어가 산다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33
크리스티앙 레만 지음,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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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99


《우리 집 하수도에 악어가 산다》

 크리스티앙 레만 글

 베로니크 데이스 그림

 이정주 옮김

 시공주니어

 2008.9.16.



프린느의 삶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된 건 토마스가 세 살이 되면서부터였어요. 그 전까지는 토마스가 그렇게 골칫거리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발가벗은 채 두 팔을 쫙 벌린 토실토실한 남동생을 안고 욕실에 들어왔어요. (7쪽)


프린느는 동생의 투정을 다 받아 줘야 하는 벌을 받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토마스는 물속에 오래 있건 말건 별 상관이 없을 거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14쪽)


손가락으로 욕조 바닥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며 중얼거렸어요. “악어가…… 수챗구멍 속에 악어가 있어…….” 그 말에 토마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주 먼 옛날에…….” 프린느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아주 먼 옛날에, 엄마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 (20쪽)



  이부자리를 펴고 누운 아이들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합니다. 하루 내내 뛰놀았어도 모자란지, 잠자리에서 놀이를 잇습니다. 언제까지 놀려나 하고 기다리지만 아이들은 조잘조잘 이야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제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저도 어릴 적에 밤잠을 미루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려 했고, 잠을 미루는 이야기꽃은 얼마나 새롭게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몸이 고단한 줄을 잊고, 하루 내내 뛰놀며 몸에 기운이 다 사라진 줄 모를 뿐 아니라, 이야기로 조잘조잘 밤을 보내면서 아마 새롭게 기운이 솟았을 수 있어요.


  《우리 집 하수도에 악어가 산다》(크리스티앙 레만·베로니크 데이스/이정주 옮김, 시공주니어, 2008)에 두 아이가 나옵니다. 누나하고 동생입니다. 누나는 동생이 세 살이 될 무렵까지 딱히 ‘성가신 동생’이라고 느끼지 않았답니다. 아마 동생이 세 살이 될 무렵까지 어머니가 도맡아서 동생을 돌보았겠지요. 그리고 이동안 누나는 어머니 손길을 덜 탔을 테고, 이때에 ‘홀가분히 욕조놀이’를 누렸을 테고요.


  혼자 노는 느긋한 나날이 사라진 누나는 몹시 귀찮을 뿐 아니라 짜증이 솟습니다. 이러다가 꾀를 하나 내요. 동생한테 앙갚음을 할 만한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기로 합니다. 누나는 여러모로 상냥하기에 동생한테 꿀밤 먹이는 짓이나, 못된 장난을 하지 않아요. 동생이 벌벌 떨 만한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주어요.


  어느 모로 보면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짓도 좀 못된 장난일 수 있습니다만, 두 아이는 다툼질 아닌 이야기라는 놀이로 서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길에 선다고 할 만해요. 누나는 동생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생은 누나 이야기를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누나는 한껏 부풀려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동생은 이래저래 무섭기는 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누나 숨결을 물려받아요.


  온 하루가 놀이입니다. 모든 말이 상냥한 놀이입니다. 언제나 즐겁게 놀고 쉬고 놀고 먹고 놀고 자는 나날입니다. 모든 몸짓이 개구지게 피어나는 놀이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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