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숨결이 끼치면서 자란다

[오락가락 국어사전 25] 물결처럼 흐르는 말을 본다



  말을 말답게 쓰려면 말을 곰곰이 바라보아야 합니다. 말에 끼치는 마음을 보고, 말에 미치는 삶을 헤아려야 합니다. 뒤죽박죽이 되지 않도록 다스리고, 오락가락이 되지 않게끔 갈고닦을 노릇인데, 무엇보다도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쓸 말을 살펴야지 싶습니다. 뜻만 주고받을 말이 아닌, 마음하고 삶이 흐르는 말로 가다듬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이 피어날 말이 됩니다.



묘(墓) : = 뫼

묘지(墓地) : 1. = 무덤 2. 무덤이 있는 땅. 또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국가의 허가를 받은 구역 ≒ 총지(塚地)

묘자리(墓-) : ‘묏자리’의 잘못

뫼 : 사람의 무덤 ≒ 묘(墓)·탑파(塔婆)

묏자리 : 뫼를 쓸 자리

무덤 :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 묘석을 세워 누구의 것인지 표시한다 ≒ 구묘(丘墓)·구분·구총(丘塚)·만년유택·묘지(墓地)·분묘(墳墓)·분영(墳塋)·유택(幽宅)·총묘(塚墓)



  한국말은 ‘뫼’하고 ‘무덤’일 텐데, 사전은 뜻풀이가 어지럽습니다. ‘묘’는 “→ 뫼”로, ‘묘지’는 “→ 무덤”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그런데 ‘뫼’라는 한국말에 비슷한말이라며 ‘탑파’란 한자말까지 붙이고, ‘무덤’에도 아홉 가지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달아 놓는군요. 이런 군더더기는 모두 털어내야겠습니다.



이앓이 : [의학] = 치통(齒痛)

치통(齒痛) : [의학] 이가 쑤시거나 몹시 아픈 증상. 충치, 풍치 따위가 원인이다 ≒ 이앓이



  이를 앓아서 ‘이앓이’일 텐데, 사전은 “= 치통”으로 다루면서, 이 한자말만 풀이합니다. 그러나 ‘치통’을 “→ 이앓이”로 다루어야 알맞겠지요.



미치다 : 1. 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2.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또는 그것을 가하다

끼치다 : 1. 영향, 해, 은혜 따위를 당하거나 입게 하다 2. 어떠한 일을 후세에 남기다

영향(影響) :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



  어떤 것이 “미치는 일”을 한자말로 ‘영향’이라 한다는데, 사전풀이뿐 아니라 사람들 말씨를 살피면 “영향을 미치다”나 “영향을 끼치다”라고 흔히 씁니다. 이는 겹말이지요. 한자말 ‘영향’을 꼭 써야 한다면 “영향이 있다”라고만 해야겠지요. 그리고 ‘영향’은 “→ 미치는 일. 끼치는 일”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미치다·끼치다’ 뜻풀이에서는 ‘영향’이란 한자말이 안 들어가도록 다듬어야 할 테고요. 이러면서 “그 일이 나한테 미쳤어”나 “이 일이 우리한테 끼치는구나”처럼 단출하게 써야지 싶어요.



소통하다(疏通-) :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다 2. 오해가 없도록 뜻을 서로 통하다

통하다(通-) : 9. 마음 또는 의사나 말 따위가 다른 사람과 소통되다



  ‘소통하다’는 “잘 통하다”로, ‘통하다’는 “소통되다”로 다루는 사전입니다. 좀 바보스러운 돌림풀이입니다. 뜻을 제대로 못 짚기에 이처럼 돌림풀이를 하지 싶어요. ‘소통하다·통하다’는 모두 “→ 막히지 않다. 잘 흐르다. 뜻을 서로 나누다. 뜻이 잘 흐르다”나 “→ 막히지 않고 잘 흐르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잔물결 : 1. 자잘하게 이는 물결. 초속 1미터 이상 5미터 이하의 바람이 불 때 주름살같이 생기는 물결이다 ≒ 세련(細漣)·세파(細波)·소파(小波)·연의(漣?)·연파(漣波)·윤의(淪?) 2. 근심이나 흥분 따위로 마음에 일어나는 가벼운 동요(動搖)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자잘하게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세파(細波) : = 잔물결



  ‘잔물결’을 놓고 비슷한말이라며 “≒ 세련(細漣)·세파(細波)·소파(小波)·연의(漣?)·연파(漣波)·윤의(淪?)”를 잔뜩 싣지만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잔물결’ 하나로 넉넉하거든요.



도움 : 남을 돕는 일 ≒ 우조(佑助)

우조(佑助) : = 도움



  ‘도움’이란 낱말에 비슷한말이라며 ‘우조’를 싣는 사전인데, ‘우조’라는 한자말을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우조’는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중요하다(重要-) : 귀중하고 요긴하다

귀중하다(貴重-) : 귀하고 중요하다

요긴(要緊) : = 긴요

귀하다(貴-) : 구하거나 얻기가 아주 힘들 만큼 드물다

긴요하다(緊要-) :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로 순화



 ‘중요 = 귀중 + 요긴’에 ‘귀중 = 귀하다 + 중요’이고, ‘요긴 = 긴요 = 중요’인 사전풀이 얼거리라면, ‘중요 = 귀하다 + 중요 + 중요’인 셈입니다. 참으로 오락가락입니다. 이만큼 다섯 가지 한자말이 뜻이 겹친다고 여길 만하지만, 굳이 이런 한자말을 안 써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해 볼 만합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크다·대단하다·대수롭다’나 ‘뜻있다·뜻깊다·값있다’로 알맞게 손질할 수 있어요. 이 같은 한자말을 사전에 실어야 한다면 ‘중요하다’는 “→ 크거다 뜻있거나 대수롭다”로, ‘귀중하다’는 “→ 드물면서 뜻있거나 값있다“로, ‘요긴하다·긴요하다’는 “→ 꼭 갖추어야 한다. 매우 값있거나 뜻있다”로, ‘귀하다’는 “→ 드물다. 드물면서 값있다”로 다룰 만합니다.



사례(事例) : 어떤 일이 전에 실제로 일어난 예

예(例) : 1. 본보기가 될 만한 사물. ‘보기’로 순화



  ‘사례’는 “실제로 일어난 예”라는데, ‘예’는 ‘보기’로 고쳐쓸 낱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례’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고쳐쓸 한자말을 넣은 다른 한자말도 고쳐쓸 노릇이리라 봅니다. ‘실제로 = 참으로’를 가리키니, ‘사례’는 “→ 참보기”처럼 다루면서, 참말 일어난 보기라는 뜻으로 새말 ‘참보기’를 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젖빛 : 1. 젖의 빛깔과 같이 불투명한 흰빛 2. [물리] = 단백광

젖색(-色) : = 유백색

유백색(乳白色) : 젖의 빛깔과 같이 불투명한 흰색 ≒ 유백(乳白)·젖색



  젖 빛깔과 같으면 ‘젖빛’이라 하면 됩니다. 굳이 ‘젖색’이라 쓸 일이 없는데, 사전은 ‘젖색 = 유백색’으로 풀이하는군요. 게다가 ‘유백색’이란 한자말을 살피면 비슷한말로 ‘젖빛’을 안 다루네요. ‘젖빛’ 한 가지만 올림말로 다루면서 ‘젖색·유백색·유백’은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관찰하다(觀察-)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다 ≒ 찰관하다

찰관하다(察觀-) : = 관찰하다

살펴보다 : 1. 두루두루 자세히 보다 2. 무엇을 찾거나 알아보다 3. 자세히 따져서 생각하다



  한자말 ‘관찰하다’를 “자세히 살펴보다”로 풀이하는 사전인데, ‘살펴보다’는 “자세히 보다”로 풀이합니다. 겹말풀이요 돌림풀이입니다. ‘관찰하다’는 “→ 살펴보다”로 다루면 되고, ‘찰관하다’는 털어낼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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