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움수첩 2018.9.27.
자랑질·떠벌이다·부풀리다
← 자기현시
: 심리학에서 ‘자기현시(自己顯示)’란 말을 쓴단다. 말뜻으로는 “나를 나타내기”라는데, 이 뜻으로보다는 “나를 부풀려 드러내기”로 쓴단다. 곰곰이 생각한다. 나를 부풀려 드러낸다면 ‘부풀리다’라 하면 된다. ‘떠벌이다’도 어울리고 ‘자랑질·부풀림질’이라 할 수 있다.
북돋움질·북돋우다
← 응원문화·고무·장려
: 잘되라고 옆에서 기운을 북돋운다면 ‘북돋움질’이라고 할 만하다. 수수하게 ‘북돋우다’라고만 해도 되고.
늘살림·늘세간
← 일용잡화
: 늘 쓰는 물건을 두고 ‘일용잡화’라고들 하는데 늘 쓰니까 ‘늘’을 붙여 ‘늘살림·늘세간’이라 하면 어울리겠다.
늘밥
← 일용의 양식
: 날마다 먹는 밥이라면, 늘 먹는 밥. 늘 먹는 밥이라면 ‘늘밤’쯤 될까? 이런 말을 쓰는 이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늘봄’이나 ‘늘꽃’ 같은 말을 곱씹어 본다. ‘늘꿈’이나 ‘늘사랑’ 같은 말도, ‘늘볕’이나 ‘늘빛’이란 말도 곱씹는다.
날품일꾼·날삯일꾼·하루삯꾼·하루벌이꾼·하루일꾼
← 일용 노동자·일용 인부·일용 잡부
: 하루 동안 품을 팔기에 ‘하루품팔이’일 텐데, ‘하루벌이꾼·하루일꾼’처럼 새말을 지으면 어떨까. ‘날품일꾼·날삯일꾼’도 ‘하루삯꾼’도 이럭저럭 생각해 본다. 또는 ‘하루지기’처럼 아예 새롭게 뒷가지를 붙여서 “일용 노동자” 같은 이름을 바꾸는 길을 더 그려 본다.
물뿜꼭지
← 샤워기
: ‘분무기’란 ‘물뿜개’이다. 물을 뿜어서 물뿜개인데, 이 얼거리를 헤아리면 ‘물뿜꼭지’ 같은 말을 쓸 만하다.
머리앓이
← 각고의 고민
: “각고의 고민” 같은 말을 쓰느라 머리를 앓기보다는 ‘머리앓이’란 말을 쉽게 쓰면서 이제 그만 머리를 앓지 않으면 좋겠다.
날잎·날푸성귀·날남새·날풀
← 생채·생채식·생식
: 익히지 않고 날로 먹으면 ‘날밥’일 텐데, 이를 굳이 ‘생식’이란 한자말로 나타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풀을 날로 먹는다면 ‘날잎’이나 ‘날풀’을 먹는다고 하면 된다. ‘생채식’이라 하지 않아도 좋다. ‘생식·생채식’ 같은 말은 다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말이다.
알림글·알림종이
← 홍보지·유인물·선전지
: 알리려고 쓴 글이니 ‘알림글’이면 되겠지. 알리는 이야기를 담은 종이인 터라 ‘알림종이’라 하면 되겠고.
알림책
← 팜플렛·팸플릿
: 공공기관하고 지자체 누리집이나 공문서를 손질해 주는 일을 맡던 무렵, 공무원한테 ‘팜플렛·팸플릿’이 무엇을 가르키느냐 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펴는 어느 정책을 알리려고 만드는 책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알리려고 만드는 책”이라면 ‘알림책’이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공무원은 “그러네요. 알림책이란 이름이 좋네요. 그런데 알림책이라는 말을 쓰면 멋이 안 나서…….” 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한마디
← 발언·입장표현
: 여느 자리에서는 누구나 ‘한마디’라 할 테지만, 여느 자리가 아니라면 으레 ‘발언·입장표현’이라 해야 하는 줄 여기는 분이 많다. 왜 그럴까? 왜 여느 자리가 아니라면 한자말을 써야 한다고 여길까? 어느 자리에서나 한국말을 쓰면 되지 않나?
손잡기·함께하기·같이걷기·어깨동무
함께맞서다·같이맞서다·나란히맞서다
← 공동대용·협력·협조·동조·공조
: 쉽게 말하면 쉽게 손을 잡는다. 쉽게 말하기에 함께하기에 좋다. 쉽게 이야기하는 곳에서는 같이걷기뿐 아니라 어깨동무가 신난다. ‘공동대용·협력·협조·동조·공조’ 같은 말은 이제 치울 수 있으리라 본다. ‘함께맞서다·같이맞서다·나란히맞서다’ 같은 말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노랫말손질
← 노가바·노래가사 바꾸기
: ‘노가바’처럼 줄여서 쓰는 말을 처음 들은 지 스물 몇 해가 되는구나 싶은데, 이 이름이 영 안 와닿는다. 어느 말이든 처음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는 매우 크다. 이름을 붙인 이로서는 그냥 붙였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처음 붙인 이름에 매여 새로 고치거나 손질할 생각을 엄두조차 안 내기 일쑤이다. ‘노가바’는 ‘노래가사’로 읽는다. 그러나 나는 ‘노랫말’이라 말한다. 나라면 ‘노말바’라 이름을 붙였을 테지. 다만 이렇게 줄이기보다는 ‘노랫말손질’처럼 수수하게 다 드러내어 쓰고 싶다.
새로쓰기·새로넣기
← 신규 작성·신규 입력
: 은행이나 어디를 가면 으레 “신규 작성해 주세요” 같은 말을 듣는다. 누리그물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모임에 들어가려면 “신규 가입”을 해야 하거나 “신규 입력”을 하라는 말이 뜨기도 한다. ‘새로’란 말을 써도 넉넉하지 않을까? ‘새로쓰다·새로쓰기’나 ‘새로넣다·새로넣기’ 같은 말을 지어 볼 만하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