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2. 토막말



진주 어느 밥집에 들어온 아저씨 손님이 아줌마 가게지기한테 토막말을 쓴다. 거꾸로 생각해 본다. 아줌마 손님이 아저씨 가게지기한테 토막말을 쓰는 일이 있을까? 오늘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가? 아저씨들은 무슨 생각으로 아줌마한테 토막말을 쓸까? 이런 아저씨라면 어린이 앞에서 대놓고 토막말만 쓸 테고, 오직 나이하고 성별만으로 사람을 가르는 길을 걸을 테지. 어쩌면 이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둘레 이웃한테 어떤 말씨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를 못 배웠을 수 있다. 사내는 아무 때나 어느 자리나 토막말을 해도 된다고 배웠을 수 있다. 온말이 아닌 토막을 치는 말로 어떤 사랑이나 슬기를 펼 만할는지 모를 노릇이다. 온말을 써야만 사랑이나 슬기를 펴지는 않겠지만, 말을 오롯이 헤아리면서 살리는 몸짓은 토막삶이나 토막넋이 아닌 온삶이나 온넋으로 나아가는 첫발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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