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10.


《호오즈키의 냉철 1》

 에구치 나츠미 글·그림/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12.7.18.



지난해 11월부터 입는 치마바지란 옷이 나한테 아주 좋은 줄 날마다 새삼스레 느낀다. 어제는 꽃무늬를 박은 치마바지 한 벌을 새로 장만했다. 예전에는 XL 옷도 작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L조차 헐렁하고 살짝 큰 M이 나한테 맞는다. 몸이란 얼마나 재미있는가. 스스로 바라는 대로 몸이 달라진다. 요새는 거의 열여덟 살 무렵 몸이 되었지 싶다. 꽃치마바지를 차려입고서 산청으로 이야기마실을 간다. 마실길에 앞서 《호오즈키의 냉철》 첫걸음을 읽었다. 생각보다 많이 따분해서 두걸음 아닌 열여덟걸음으로 건너뛰어 더 읽는데, 따분한 맛이 가시지 않는다. 그린이가 줄거리를 맞추려고 꽤 억지를 부리는구나 싶다. 차분하거나 차갑도록 일을 하는 저승나라 사람을 보여주면 될 텐데, 왜 억지웃음을 끌어내려고 할까? 이야기 틀이 썩 나쁘지 않기에 이대로 풀어내도 좋으련만 군더더기가 아주 많다. 가만히 보면 우리도 우리 바탕인 몸이나 마음으로 넉넉한 삶을 지을 만한데, 우리 스스로 뭔가 모자라거나 없다고 여겨서 겉치레를 하거나 군더더기를 끌어안으려 하지 않는가? 꽤 알려진 만화책치고 너무 재미없는 만화를 읽고서 왜 어디가 아쉬운가를 돌아보다가, 나는 나 스스로 얼마나 재미있게 하루를 지으며 삶을 누리는지를 뉘우쳐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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