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31.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
최성각·한홍구·이갑용·홍기빈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10.30.
고흥 봉래초등학교에 이야기를 들려주러 가는 아침길인데, 시골버스에 손전화를 놓고 내렸다. 혼자 움직이는 길이라 내 전화기에 전화를 걸 수도 없는 노릇. 요새는 공중전화가 없으니까. 흘린 손전화를 찾으려고 바로 버스로 달려갔는데, 버스를 쓸고닦는 일꾼만 있고 전화기는 없다. 쓸고닦는 일꾼은 전화기를 못 봤단다. 전화기를 잃은 채 고흥읍에서 봉래면으로 시골버스를 타고 달린다. 손전화 없는 하루는 매우 길면서 느긋하다. 잃기는 했어도 번거롭지는 않다. 작은 시골 고흥에서도 더 작은 시골 봉래 어린이하고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 투박하고 상냥한 아이들이 중학생만 되어도 입이랑 몸짓이 거칠어진다니 안 믿긴다. 오늘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뭘 보여주거나 가르칠까? 참길이나 참삶이나 참사랑을 얼마나 들려주거나 알려줄까? 끝내 손전화는 잃고 말았지 싶다. 슬쩍 주워서 낼름 주머니에 챙긴 분은 무엇이 좋을까? 아무튼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고래 어린이 인문 학교》를 읽는다. 어린이가 배울 삶노래를 담은 작은 꾸러미이다. 어린이도 어른도 착한 숨결을 되찾는 길을 걸어야지 싶다. 새로 배우고 즐겁게 배우고 노래하듯 배우고 참한 살림살이랑 어깨동무를 배워야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