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끌어야 알맞을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23] 마을을 가꾸는 말
이끄는 사람이 있다면 슬기롭게 이끌 노릇이지요. 이끄는 사람이 없으면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알맞게 나아갈 노릇이에요. 사전이 말을 슬기롭게 이끄는 책이 되자면, 낱말을 하나하나 보듬으면서 가꾸는 길을 밝혀야지 싶어요. 우리 뜻이며 생각을 알맞게 담아내어 널리 펴는 길을 보여주어야지 싶고요. 사전에 발을 들일 만한 낱말을 담고, 어느 터전을 얕잡는 뜻풀이는 걷어야겠습니다. ‘시골·서울’을 둘러싼 말풀이가 여러모로 아쉬운 오늘날 사전입니다.
유도(誘導) : 1. 사람이나 물건을 목적한 장소나 방향으로 이끎 ≒ 도유
인도(引導) : 1. 이끌어 지도함 ≒ 도인 2. 길이나 장소를 안내함
지도(指導) : 1.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끎
안내(案內) : 1. 어떤 내용을 소개하여 알려 줌. 또는 그런 일 2. 사정을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을 가고자 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거나 그에게 여러 가지 사정을 알려 줌
이끌다 : 1. 목적하는 곳으로 바로 가도록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 ≒ 끌다 2. = 끌다 3. 사람, 단체, 사물, 현상 따위를 인도하여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하다
‘이끌다’를 가리키는 ‘유도’라 하고, ‘인도’는 “이끌어 지도하다”를 가리킨다는데, ‘지도’도 ‘이끌다’를 가리키니 겹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이끌다’를 살피면 ‘인도하다’로 풀이하기도 하니 돌림풀이까지 됩니다. 곰곰이 보면 ‘안내’는 알리면서 이끄는 일이라 할 만해요. ‘이끌다’ 뜻풀이를 찬찬히 가다듬어서 “1. 어느 길이나 곳으로 가도록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 2. 눈길이 오도록 하다 3. 어느 뜻이나 일을 이루도록 나아가게 하다 4. 어느 길이나 뜻으로 가르치면서 나아가게 하다 5. 어느 것이나 길을 알도록 말하거나 도우면서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처럼 알맞게 나누어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유도·인도·지도·안내’는 모두 “→ 이끌다”로 다룰 만합니다.
뜻밖 : 전혀 생각이나 예상을 하지 못함 ≒ 여외·의외
여외(慮外) : = 뜻밖
의외(意外) : = 뜻밖
‘뜻밖’이라는 낱말에 ‘여외·의외’를 비슷한말로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사전에서 두 한자말 ‘여외·의외’를 털어내어도 됩니다. 또는 “→ 뜻밖”으로 다루어서, 이처럼 고쳐쓰도록 알릴 수 있습니다.
입추(立錐) : 송곳을 세움
발디디다 : x
발들이다 : x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발을 디딜 틈이나 발을 들일 자리가 없을 적에 으레 쓰는데, 이러한 꼴로 ‘입추’를 쓰더라도, 정작 이 한자말을 따로 쓰는 일이란 없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발디디다’나 ‘발들이다’를 새 낱말로 삼아 사전에 싣고, ‘입추’는 사전에 털어낼 만합니다. 더 따지면 “입추의 여지”는 오롯이 일본 말씨입니다.
마을 : 1.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 교리(郊里)·동리(洞里)·방리(坊里)·방촌(坊村)·이락(里落)·이항(里巷)·촌(村)·촌락·촌리·향보(鄕保) 2.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 ≒ 마실
촌락(村落) : 1. = 마을 2. 시골의 작은 마을 ≒ 촌려(村閭)·촌리(村里)
사전은 ‘마을’이라는 낱말에 온갖 비슷한말을 붙이지만 몽땅 털어내어도 됩니다. 한국말은 ‘마을’이니까요. 한자말 ‘촌락’을 “1. = 마을 2. 시골의 작은 마을”로 풀이하는데, 이런 풀이는 덧없습니다. 우리는 ‘마을·시골마을’이라 쓰면 넉넉합니다.
시골 : 1.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을 이른다 ≒ 교허·전간(田間)·촌(村) 2. 도시로 떠나온 사람이 고향을 이르는 말 ≒ 촌
촌(村) : 1. = 시골 2. = 시골 3. = 마을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서울 : 1.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 ≒ 경궐(京闕)·경도(京都)·경락(京洛)·경련(京輦)·경부(京府)·경사(京師)·경읍(京邑)·경조(京兆)·도부(都府)·도읍(都邑) 2.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
‘시골’을 도시하고 떨어진 곳으로 풀이해서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도시’는 시골하고 떨어진 곳일까요? 아니지요. 시골이란 어떤 곳인가를 제대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도시보다 사람이 적다거나 개발이 덜 되었다는 뜻풀이는 오로지 도시 눈길로 시골을 얕보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시골’ 뜻풀이는 “숲이 있고 내가 흐르면서 들이 넓어 사람들이 살림을 손수 짓는, 바람이 맑고 해가 좋은 터전. 멧자락이나 바다를 낄 수 있다.” 즈음으로 풀이를 다시 붙여야지 싶습니다. ‘촌’은 한국말 아닌 한자이니, 이 한자는 한국말사전에서 털어내 줍니다. 시골에서는 ‘도시’를 ‘서울’이란 낱말로 가리킵니다. ‘서울’ 뜻풀이도 “1. 시골에서 도시를 가리키는 이름 2. 한 나라에서 중앙 정부가 있는 곳 3. 한국에서 특별시를 이룬 곳”으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이란 낱말에 잔뜩 붙은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모두 털어냅니다.
부대밭 : [농업] = 화전(火田)
부대 : [농업] 1. → 화전(火田) 2. [북한어] ‘화전’의 북한어
화전(火田) : [농업] 주로 산간 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살라 버리고 그 자리를 파 일구어 농사를 짓는 밭 ≒ 부대밭·산화전
불살라서 일구는 땅은 ‘부대밭’입니다. 이를 한자말로 ‘화전“으로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부대밭·부대’에 뜻풀이를 알맞게 달고, ‘화전’은 “→ 부대밭. 부대”로 다룰 노릇입니다.
조화되다(調和-) : 서로 잘 어울리다
조화롭다(調和-) : 서로 잘 어울려 모순됨이나 어긋남이 없다
어울리다 : 4. 여럿이 서로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보이다
‘조화되다’는 “잘 어울리다”로 풀이하고, ‘어울리다’는 “잘 조화되다”로 풀이하니, 엉성한 돌림풀이입니다. 뜻풀이에 넣은 ‘잘’은 군더더기이거나 겹말이 됩니다. ‘조화되다·조화롭다’는 “→ 어울리다”로 바로잡고, ‘어울리다’ 뜻풀이도 손질할 노릇입니다.
각인되다(刻印-) :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되다
새기다 : 1. 글씨나 형상을 파다 2. 잊지 아니하도록 마음속에 깊이 기억하다
기억하다(記憶-) :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다
‘각인’이라는 한자말을 “새기다 + 깊이 기억되다”로 풀이하고, ‘새기다’는 “깊이 기억되다”로 풀이하니 엉성합니다. ‘각인·각인되다·각인하다’는 “→ 새기다”로 다루면 됩니다. ‘새기다’ 뜻풀이는 “잊지 아니하도록 마음속에 깊이 담다”로 손질해 줍니다.
사이 : 1.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2.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3.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4. 서로 맺은 관계. 또는 사귀는 정분
맺다 : 5. 관계나 인연 따위를 이루거나 만들다
관계(關係) :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 3. 남녀 간에 성교(性交)를 맺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참견을 하거나 주의를 기울임 5. (‘관계로’ 꼴로 쓰여) ‘까닭’, ‘때문’의 뜻을 나타낸다.
관련(關聯/關連) :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
‘사이’를 “서로 맺은 관계”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관계’는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으로 풀이하고, ‘관련’은 “관계를 맺다”로 풀이하니 돌림풀이예요. 더구나 ‘맺다’를 “관계를 이루거나 만들다”로 풀이하니 “관계를 맺다”나 “관련을 맺다”는 아예 겹말입니다. ‘사이’ 뜻풀이는 “서로 이어지거나 나란히 놓이는 여러 가지가 있는 모습” 즈음으로 손보아야지 싶습니다. ‘관계·관련’은 뜻풀이를 모두 뜯어고쳐서 사전에 싣거나 ‘사이’라는 낱말로 풀어내어야지 싶고, ‘맺다’ 뜻풀이도 바로잡아야겠습니다.
형질(形質) : 1. 사물의 생긴 모양과 성질 ≒ 꼴바탕 2. [생물] 동식물의 모양, 크기, 성질 따위의 고유한 특징. 유전하는 것과 유전하지 않는 것이 있다
꼴바탕 : = 형질(形質)
‘꼴바탕’이란 낱말이 있다면 생물학에서는 이 낱말을 잘 쓰면 됩니다. ‘형질’은 “→ 꼴바탕”으로 다루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