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랑 많이랑

  이웃님한테 들려줄 수 있는 책읽기라면 ‘즐겁게 읽기’입니다. 즐겁게 읽을 적에는 적게 읽어도 넉넉합니다. 아니, 즐겁게 읽을 적에는 스스로 몸이며 마음에 알맞게 건사할 수 있고, 나중에는 종이책이 없어도 바람책이나 풀책이나 하늘책이나 물책이나 풀벌레책이나 살림책이나 사랑책처럼 우리 곁에서 마주하는 모든 삶이랑 자리에서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새로읽기’를 누립니다. 이와 달리 즐겁게 읽기보다는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을 적에는 날마다 참으로 많이 읽고 거듭거듭 읽어도 모자라요. 틀림없이 푸짐하게 읽었지만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에 책을 자꾸자꾸 읽느라 다른 일이나 놀이나 살림을 할 틈이 사라집니다. 책으로만 온삶이 흐르고 말아요. 이때에는 많이 있어도 많은 줄 못 느끼는, 많이 읽되 외려 너무 적다고 느끼고 마는 길이 되어요. 읽은 부피나 숫자가 대수롭지 않듯, 알려진 책이냐 많이 팔린 책이냐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에 씨앗을 한 톨 심어서 우리 몸에 새롭게 깨어나도록 북돋운 책 하나인지 아닌지를 헤아릴 수 있기를 빕니다. 굳이 ‘즐겁게 많이’ 읽으려 하지 마셔요. ‘많이’를 덜고 ‘즐겁게’ 읽으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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