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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 ㅣ 시작시인선 52
노혜경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8월
평점 :
합본절판
노래책시렁 36
《캣츠아이》
노혜경
천년의시작
2005.8.15.
새끼 들고양이가 제 곁에서, 곁님 품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새근새근 잠이 듭니다. 우리가 사는 시골집에서는 새끼 들고양이를
마당에 내놓고서 별바라기를 하며 홀로 씩씩하게 잠들도록 하는데, 우리가 바깥마실을 해야 하는 때에는 이 들고양이가 아직 너무 어린 새끼라서
들짐에 두어 길을 나섰어요. 아홉 시간 가까이 온갖 버스에 기차에 전철에 시달린 새끼 들고양이라 어쩔 수 없이 등을 긁어 주고 품에 안아 주면서
달래었습니다. 어미 잃고 버려진 들고양이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사람 손길을 타도록 하고 마는데, 뜻밖에도 이 새끼 고양이가 똑똑하면서 야무지게
자랍니다. 《챗츠아이》란 시집을 읽고 나서 ‘캣츠아이’가 어느 보석을 가리키는 이름인 줄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갓 시집을 펼 적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집을 덮고서는 좀 갸우뚱합니다. 양어 쓰는 나라에서야 ‘캣츠아이’라 할 테지만, 한국사람이라면 ‘고양이눈’이란 말로 보석 이름을 써도
될 텐데요? 우리 스스로 어떤 이름을 쓰느냐에 따라 눈길뿐 아니라 삶길이 다릅니다. 남이 붙여 놓은 이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새길을 생각하거나 지어서 걸어가기는 만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꿈조차 못 꿀 일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인이라면?
나는 더 오래 당신을 쓰다듬었네 / 손발이 다시 움츠러들고 / 씨방 속으로 숨결이
말리고 / 그 어떤 망치도, 끌도 / 당신을 이 돌덩이로부터 끄집어낼 수 없도록 (돌멩이떡/2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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