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이 깃들 자리를 마련할 노릇

[오락가락 국어사전 21] 말을 살리는 ‘줄기’를 찾자



  줄기가 있으니 푸나무가 잘 자랍니다. 줄기를 찾을 적에 일머리를 제대로 건사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줄거리를 살펴 이야기를 읽습니다. 줄거리가 없으면 밍밍하기 마련이요, 알맹이나 고갱이가 없으면 빈 수레하고 같다고 할 만해요.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잘 가꾸어야지 싶습니다. 어느 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는가를 먼저 차근차근 살피면서 말길을 새롭게 열기를 바랍니다.



요지(要旨) : 말이나 글 따위에서 핵심이 되는 중요한 내용

골자(骨子) : 1. 말이나 일의 내용에서 중심이 되는 줄기를 이루는 것

핵심(核心) :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

중심(中心) : 1. 사물의 한가운데 2. 사물이나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

중요(重要) : 귀중하고 요긴함

귀중(貴重-) : 귀하고 중요함

요긴(要緊) : = 긴요

긴요하다(緊要-) :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로 순화

줄거리 : 1.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2.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 3. [식물] 잎자루, 잎줄기, 잎맥을 통틀어 이르는 말

줄기 : 6. 사상이나 행동 따위가 계승되어 길게 이어진 것 7. 어떤 일이나 이야기 따위가 진행되어 가는 흐름

고갱이 :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벼리 : 1.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한다 ≒ 그물줄 2.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



  ‘요지·골자’ 같은 한자말을 살피면 ‘핵심·중요·중심’ 같은 다른 한자말로 이어지고, ‘귀중·요긴·긴요’ 같은 다른 한자말로 또 이어지지만 모두 돌림풀이로 마무리를 합니다. 우리는 이 실타래를 언제까지 떠안아야 할까요? 한국말 ‘줄거리·줄기·고갱이·벼리’를 알맞게 쓰는 길을 살피면 좋겠습니다. 사전 뜻풀이도 이 같은 한국말을 찬찬히 살펴서 쓰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가시집 : ‘처가(妻家)’를 낮잡아 이르는 말

가시어머니 : = 장모(丈母)

가시아버지 : = 장인(丈人)

처가(妻家) : 아내의 본가 ≒ 부가(婦家)·빙가(聘家)·처갓집

장모(丈母) : 아내의 어머니 ≒ 가시어머니·처모(妻母)

장인(丈人) : 1. 아내의 아버지 ≒ 가시아버지·악공(岳公)·악옹(岳翁)·악장(岳丈)·처부



  사전에 ‘가시집’이 나오지만 ‘처가’를 낮잡는 낱말로 풀이합니다. 사전풀이가 이와 같으면 사람들은 으레 한국말은 낮잡는구나 하고, 한자말은 높이는구나 하고 여깁니다. 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처가·장인·장모’ 같은 한자말을 쓰더라도 한국말로 슬기롭게 쓰도록 길잡이 노릇을 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처가·장인·장모’하고 얽힌 한자말을 비슷한말이라며 잔뜩 달아 놓는데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처가·장인·장모’는 “→ 가시집·가시아버지·가시어머니”로 다루면서 ‘가시집·가시아버지·가시어머니’를 알맞게 풀이하는 틀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일당(日當) : 하루에 일한 대가로 얼마씩 정하여 받는 수당이나 보수. ‘하루 삯’, ‘하루 품삯’으로 순화

하루삯 : x



  ‘하루 삯’으로 고쳐쓸 한자말인 ‘일당’이라면 ‘하루삯’을 새말로 지어서 사전에 올려야 마땅합니다. ‘하루품삯’이나 ‘하루일삯’도 얼마든지 새말로 다루어 사전에 실을 만합니다. ‘일당’은 “→ 하루삯. 하루일삯. 하루품삯”으로만 다루면 됩니다.



일단(一旦) : 1. 우선 먼저 2. 우선 잠깐 3. 만일에 한번

우선(于先) : 1. 어떤 일에 앞서서. ‘먼저’로 순화 ≒ 위선(爲先) 2. 아쉬운 대로

먼저 :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앞선 때



  “우선 먼저”로 풀이하는 ‘일단’인데, ‘우선’은 ‘먼저’로 고쳐쓰라 합니다. ‘일단’ 뜻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일단·우선’은 모두 “→ 먼저”로 다룰 만합니다.



백지(白紙) :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3. = 백지상태

백지상태(白紙狀態) : 1.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 2.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3. 어떠한 일을 하기 이전의 상태 4. 잡념이나 선입관 따위가 없는 상태 ≒ 백지(白紙)

흰종이 : x

빈종이 : x



  ‘백지’를 “흰 종이”나 “빈 종이”로 고쳐쓰라 하는데, 이처럼 고쳐쓰는 분이 아직 드뭅니다. 사전에 ‘흰종이·빈종이’ 두 낱말을 올림말로 두어서 알맞게 고쳐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백지’는 “→ 흰종이. 빈종이”로 다루면 되어요.



살인적(殺人的) : 1.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2.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몹시 가혹한

가혹하다(苛酷-) : 몹시 모질고 혹독하다 ≒ 가급하다

혹독하다(酷毒-) : 1. 몹시 심하다 2. 성질이나 하는 짓이 몹시 모질고 악하다

모질다 : 1. 마음씨가 몹시 매섭고 독하다 2. 기세가 몹시 매섭고 사납다 3. 참고 견디기 힘든 일을 능히 배기어 낼 만큼 억세다 4. 괴로움이나 아픔 따위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살인적’은 ‘가혹하다’로 이어지고, ‘가혹하다’는 ‘모질다 + 혹독하다’로 이어지는데, ‘혹독하다’는 ‘모질다 + 독하다’로 이어져요. 돌림풀이에 겹말풀이입니다. 그런데 ‘모질다’를 “매섭고 독하다”로 풀이하기도 하니 얄궂어요. 이런 겹말풀이를 다듬을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살인적’이나 ‘가혹하다·혹독하다’는 “→ 모질다. 매섭다. 사납다”로 다루면 됩니다.



핸드폰(hand phone) : [통신] = 휴대 전화. ‘휴대 전화’, ‘손전화’로 순화

휴대전화(携帶電話) : [통신]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걸고 받을 수 있는 소형 무선 전화기 ≒ 핸드폰·휴대폰

휴대폰(携帶phone) : [통신] = 휴대 전화. ‘휴대 전화’, ‘손전화’로 순화

손전화 : x



  ‘핸드폰·휴대폰’은 ‘손전화’로 고쳐쓰라고 하면서도 정작 ‘손전화’가 올림말이 아니에요. 얄궂어요. ‘손전화’를 올림말로 다룰 노릇이요, ‘핸드폰·휴대폰’뿐 아니라 ‘휴대전화’도 모두 ‘손전화’로 고쳐쓰도록 가다듬어야지 싶어요. 손에 쥐고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가리키는 낱말은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핸들(handle) : 1. 손으로 열거나 들거나 붙잡을 수 있도록 덧붙여 놓은 부분. ‘죔쇠’로 순화 2. 기계나 기구, 자동차, 선박 따위를 운전하거나 작동하는 손잡이

손잡이 : 1. 손으로 어떤 것을 열거나 들거나 붙잡을 수 있도록 덧붙여 놓은 부분 ≒ 잡이 2. [북한어] ‘운전대’의 북한어

운전대(運轉-) : 기계, 자동차 따위에서 운전을 하기 위한 손잡이



  영어 ‘핸들’을 첫째 뜻은 ‘죔쇠’로 고쳐쓰라 하면서 둘째 뜻은 ‘손잡이’로 풀이하면서도 이렇게 고쳐쓰라고 다루지 못합니다. 더욱이 ‘손잡이’ 둘째 풀이는 북한말로 다루는군요. ‘핸들·운전대’는 모두 “→ 손잡이”로 다룰 노릇입니다.



-석(席) : ‘자리’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자리 : x



  사전을 살피면 ‘-석’이라는 한자말은 뒷가지로 올리면서 정작 ‘-자리’는 뒷가지로 안 올립니다. 얄궂습니다. ‘-석’은 “→ -자리”로 다루고 ‘-자리’를 올림말로 실어서 알맞게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지주(地主) : 1. 토지의 소유자 ≒ 땅임자·영주(領主) 2.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남에게 빌려주고 지대(地代)를 받는 사람 ≒ 봉건지주 3. 그 토지에서 사는 사람

땅임자 : = 지주(地主)



  땅을 가진 사람은 ‘땅임자’입니다. 사전 뜻풀이는 얼거리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지주 → 땅임자’라고만 하면 되어요. ‘땅임자’ 말고도 ‘땅지기’ 같은 낱말을 새롭게 써 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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