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답장―글 잘 쓰는 비결이란?
- 받은편지 (북데일리 김ㅇㅇ 기자 2007.1.10.)
글 잘 쓰는 비결을 알려 주세요.
최종규 씨 글을 읽으면, 먹지 못하게 뜨거운 숭늉이 알맞게 식어 따뜻하고 찰지게 넘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완곡하지만 그 안에 담을 이야기들은 명확히 담는 솜씨도 부럽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글은 쓰면 쓸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날씨 추운데 자전거 타시면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또 연락드릴께요.
- 편지 읽고 보낸 편지 (최종규 2007.1.11.)
아고, 제가 글을 잘 쓴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에 쓰던 글과 견주면 한결 나아지기는 나아졌어요. 그렇지만 아직 한참 멀었는걸요. 저는 글 고치기를 참 많이 합니다. 한 번 쓴 글이 그대로 남아나는 일이란 아주 드뭅니다. 거의 없다고 보아야지요. 적어도 스무 번은 고쳐서 다시 씁니다. 어느 만큼 마음에 들어서 싸이월드 〈함께살기〉 모임 게시판에 올리는 글은 30번∼50번쯤 손본 글입니다. 인터넷매체나 사외보 같은 곳에서 청탁이 들어와서 쓰는 글은 100번쯤은 다시 쓰고요.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글은 헌책방 나들이 글인데, 짧으면 하루가 걸리고, 길면 두어 달, 또는 반 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다녀온 지 한참 지나면 느낌이 사그라들기도 하지만, 그때 그 자리 느낌을 그동안 써 온 글과 다르게 풀어낼 때까지 속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이 없다면, 조금씩 써서 살을 붙이면서, 마무리가 될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든요. 충북 청주에 있는 헌책방 〈보문서점〉 이야기는 여섯 달 묵힌 글입니다. ^^;;;
저는 소설가 최명희 님이 글쓴 몸가짐하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1번에 마무리되는 글이란 없고, 100번이고 1000번이고 다시 써서 마무리를 짓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어도 자기 목숨이 다할 때까지는 마무리가 되었다고 할 수 없는 글을 쓰기’라 하겠습니다.
아무튼∼ 잘 읽어 주시니, 제가 고맙습니다. 칼럼 자리를 채우는 사람으로서, 어느 만큼 자리를 지킬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