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26.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박남수 글, 미래사, 1991.11.15.



고등학교에 들어간 1991년부터 시집이라는 책을 눈여겨보았다. 그무렵 한창 잘팔리던 서정윤 같은 이가 쓴 시집도 보았으나 미래사에서 선보인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이 퍽 눈에 띄었다. 100사람 시를 모았다면서 102번이 있었고, 102번은 박노해 시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시인이 참으로 많았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시도 대단히 많았다. 교과서에 이름을 올리며 글삯벌이를 하는 시인은 누구인가? 교과서에 이름을 못 올리지만 꾸준히 삶노래를 길어올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을 손에 쥔다. 한국에 시를 이처럼 여밀 줄 아는 분이 있었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왜 요즈음 한국 시집이 따분하며 말장난에 사로잡히는가를 어렴풋하게나마 헤아린다. 시인이라는 문학이라는 이름이 시를 모두 망가뜨린다. 그저 삶지기로 살 노릇이고, 사람으로서,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아이나 숨결로서, 온누리 푸른 숲에서 뭇목숨하고 어깨동무하는 걸음걸이로 하루를 가꾸는 길이라면, 모든 노래는 언제나 저절로 흐른다. 시 한 줄이란 이 길에서 문득 몇 마디 말로 옮긴 이야기보따리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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