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예수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4
김정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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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3


《황색예수》

 김정환

 문학과지성사

 2018.3.5.



  사내가 쓰는 글하고 가시내가 쓰는 글이 다릅니다. 두 삶이 다르니 두 글이 달라요. 그러나 두 삶이 같다면 두 글이 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 삶이 어깨동무를 할 적에도 두 글이 아주 다르지는 않습니다. 두 삶이 서로 아끼거나 사랑하거나 손을 맞잡을 적에도 두 글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1980년대에 처음 나온 《황색예수》는 2010년대 끝자락에 새옷을 입고 다시 나옵니다. 이 시집을 다시 읽어 보는데 새삼스레 거북합니다. 오직 사내이기에 쓰는 글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 대목에서도 예전에 이 시집이 마음에 안 들어왔습니다. 왜 사내인 글쟁이는 사내라는 굴레를 못 벗을까요? 아니, 안 벗을까요? “네 사내 불알처럼 참모습이 더러워 보이더라도” 같은 말마디는 ‘옳을’까요? 글 쓰는 사내는 왜 툭하면 ‘숫처녀’ 타령을 할까요? 왜 이렇게 ‘가시내 몸뚱어리’를 쳐다보려고 할까요? 모든 사람이 가슴에 하느님을 품는 고운 넋인 줄 안다면, 하얀예수도 까만예수도 누런예수도 저마다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림을 지을 만하지 싶습니다. 사내들은 밥짓고 빨래하고 천기저귀 갈고 아이들이랑 놀고 배우면서 살림부터 할 노릇입니다. ㅅㄴㄹ



품에 안은 네 여자의 자궁처럼 진실이 추해 보이더라도 (188쪽)


숫처녀도 힘센 농자천하지대본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245쪽)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속속들이 / 아픔에 배여 흐느끼는 / 더러움에 물든 / 여인의 몸뚱어리? (37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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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 2020-03-06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서점에서 읽어보고 혹시나 싶어 알라딘 들어와봤는데, 역시나 먼저 지적해주셨네요.... ‘자궁‘, ‘애기집‘, ‘젖가슴‘, ‘처녀성‘ 자연의 어머니화 등... 남성 시인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성적대상화, 창녀/성녀 도식이 보이더군요. 시집 출간년도가 80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참 불편하네요. 그 세대 멘탈리티를 읽는 느낌.

숲노래 2020-03-06 23:04   좋아요 0 | URL
이분뿐 아니라 90년대 시집까지 이런 시가 넘쳐났어요. 게다가 이런 시를 쓴 분들이 대학교에서 교수가 되었고, 신춘문예를 비롯한 온갖 문학상을 심사하며, 문화예술 쪽에서 공공지원금 집행을 심사하는 자리까지 맡아요. 이런 오래된, 그리고 ‘낡은‘ ‘남자 어르신 문인‘을 만나야 하는 자리가 있으면 으레 그 대목을 그분들 코앞에서 비판해 왔는데, 이분들 스스로 ‘시와 소설 같은 문학은 그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여기시고, 이분들 곁에서 맴도는 후배 작가와 부교수나 시간강사, 또 이분들한테서 추천받은 후배 문인들은 입을 꾹 다물더군요.

지나간 낡은 세대 멘탈리티로 끝이 아니라, 오늘도 고스란히 문단권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덧붙인다면, ‘어른시‘뿐 아니라 ‘동시‘판도 이와 비슷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