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도서관



  책이 곁에 있으면, 때와 곳을 가로질러서 삶을 새로 돌아보며 배울 수 있도록 이끄는 길을 누립니다. 도서관에 두는 책이라면, 그때그때 갓 나온 책을 사람들이 손쉽게 빌려서 보도록 하는 몫보다는, 삶을 새롭게 배워서 즐겁고 슬기롭게 눈을 뜨고 마음을 가꾸는 길을 밝히는 터전이 되면 좋으리라 봅니다. 새로 나오는 책도 꾸준히 장만해서 ‘오래된 책 곁에 나란히 두면’ 좋습니다. 빌려가는 사람이 적은 책이란, 도서관지기가 책손한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해서 그만 기다리다 지쳐서 먼지를 먹는 책입니다. 신문기자도 서평가도 ‘오래된 아름다운 책’을 다루거나 말하지 못합니다. 신문기자나 서평가는 보도자료를 받아서 고작 ‘갓 나온 책’을 다루거나 말할 뿐입니다. 도서관지기나 책손으로서는 갓 나온 책 아닌 오래된 아름다운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보도자료도 소개글도 없는 책’이란 무엇인가 갸웃갸웃하면서 살며시 손을 뻗어 보기를 바랍니다. 오랜 나날을 살아내며 이야기를 품은 책으로 다가서 보기를 바랍니다. 갓 나온 책이라서 더 새롭지 않습니다. 오래된 책이라서 낡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알차거나 아름답기에 새로운 책입니다. 겉종이가 낡거나 바랬어도, 속에 담은 줄거리가 알차거나 아름답기에 두고두고 새로워 우리 마음에 빛줄기가 되는 책이고, 이러한 책을 건사하는 쉼터이자 만남터이자 우물터이자 이야기터가 바로 도서관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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