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연 緣


 연이 닿으면 또 만나요 → 줄이 닿으면 또 만나요 / 마음이 닿으면 또 만나요

 함께 훈련을 받은 것이 연이 되어 → 함께 훈련을 받으며 이어져서

 모친하곤 연을 끊다시피 하고 → 어머니하곤 발길을 끊다시피 하고

 부부의 연을 맺다 → 부부로 맺다 / 부부 사이를 맺다

 전생의 연 → 지난 삶줄 / 옛 삶줄기


  ‘연(緣)’은 “1. = 연분 2. = 연분 3. = 연분 4. [불교]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작용. 벼에 대하여 씨는 ‘인’이고, 물·흙·온도 따위는 ‘연’이 된다”를 가리킨다 하고, ‘연분(緣分)’은 “1.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 2. 하늘이 베푼 인연 3. 부부가 되는 인연”을 가리킨다 합니다. ‘인연(因緣)’은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3. 내력 또는 이유 4.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을 가리킨다 해요. ‘연·연분·인연’은 짝을 이루는 한자말이로구나 싶은데, ‘연분 = 관계를 맺는 인연’하고 ‘인연 =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같은 뜻풀이는 겹말·돌림풀이입니다. 뜻하고 쓰임새를 헤아리려면 ‘맺다, 사이, 줄, 잇다’ 같은 낱말을 찬찬히 짚어야지 싶습니다. 사전을 더 살피면 ‘줄’을 “7. 사회생활에서의 관계나 인연”으로 풀이합니다. ‘줄’로 손볼 만하고, ‘삶줄’이나 ‘마음줄’처럼 새말을 지어 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낯설고 물선 이 마을은 나와는 전혀 연(緣)이 없는 곳이다

→ 낯설고 물선 이 마을은 나와는 조금도 맺어지지 않는 곳이다

→ 낯설고 물선 이 마을은 나와는 아무 고리도 없는 곳이다

→ 낯설고 물선 이 마을은 나와는 어떤 이음줄도 없는 곳이다

《안흥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박도, 지식산업사, 2005) 15쪽


나는 독서와는 연이 없다

→ 나는 책하고는 맺어지지 않는다

→ 나는 책하고 맺은 끈이 없다

→ 나는 책하고는 멀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미카미 엔·나카노/최고은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4) 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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