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심연 深淵
심연에 임한 산정(山頂) → 깊은못 가까이 꼭대기
절망의 심연에 빠지다 → 슬픔에 깊이 빠지다 / 수렁에 깊이 빠지다
의식의 어두운 심연으로부터 → 어둡고 깊은 마음에서
알 수 없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었다 → 알 수 없는 벼랑이 가로놓였다
‘심연(深淵)’은 “1. 깊은 못 ≒ 담연(潭淵)·심담(深潭)·연담(淵潭)·준담·중연(重淵) 2.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뛰어넘을 수 없는 깊은 간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깊다·깊은·깊이’로 손볼 노릇입니다. 사전에 나오는 비슷한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더 헤아리면 ‘깊은못’이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쓸 만합니다.
북극의 해저 깊이 그 ‘성스러운 심연’은 존재한다
→ 북극 바다 깊이 그 ‘거룩한 곳’은 있다
→ 북극 바다밑에 그 ‘거룩한 곳’은 있다
→ 북극 바다에 그 ‘거룩히 깊은 곳’은 있다
《동토의 여행자》(다니구치 지로/김성구 옮김, 샘터, 2008) 241쪽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살아 있는 역사를 만들었던 것은 정치가가 아니라 삶의 심연을 탐구하는 예술가들이었다
→ 우리 삶을 바꾸고 살아숨쉬는 역사를 이룬 사람은 정치가가 아니라 깊은 삶을 찾는 예술가였다
→ 우리 삶을 바꾸고 살아숨쉬는 역사를 이룬 사람은 정치가가 아니라 삶을 깊이 파헤친 예술가였다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최민식, 로도스, 2012) 90쪽
밤 깊도록 내 심연(深淵)을 두드렸다
→ 밤 깊도록 내 깊은못을 두드렸다
→ 밤 깊도록 내 깊은곳을 두드렸다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임경자, 문학의전당, 2014) 37쪽
심연 깊숙이 파도 한 자락 출렁거려 보는 일
→ 깊숙이 물결 한 자락 출렁거려 보는 일
→ 아주 깊숙이 물결 한 자락 출렁거려 보는 일
《저물지 않는 탑》(이성의, 문학의전당, 2015) 30쪽
지하 가장 저 깊은 층, 심연의 물질에 도달하고
→ 땅밑 저 가장 깊은 층, 그곳 물질에 다다르고
→ 땅밑 저 가장 깊은 켜, 그 깊은 곳 물질에 닿고
《모두의 노래》(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20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