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59
바늘 훔치기
옛말은 옛삶입니다. 옛삶은 옛살림이면서 옛사랑입니다. 그리고 옛사람이자 옛슬기예요. 섣불리 ‘속담’이라는 한자말은 쓰지 않기를 바라요. 옛날에 살던 사람이 들려준 말인 ‘옛말’이란 낱말을 써요. 그리고 ‘옛이야기’라는 낱말을 함께 쓰기로 해요.
이런 말을 써야 하는 까닭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옛말·옛삶·옛살림·옛사랑·옛사람·옛슬기’처럼 ‘옛-’으로 새롭게 생각을 잇습니다. 이와 달리 ‘속담’ 같은 낱말은 새롭게 생각을 못 이어요. 뚝 끊어지지요. 우리가 널리 쓸 말은 생각을 살찌우거나 살리는 말일 때에 즐겁거나 아름답습니다. 지식을 받아들이거나 정보를 익히는 말로는 생각을 살찌우거나 살리지 못해요.
옛말 가운데 “세 살 버른 여든 간다”라든지 “바늘도둑이 소도둑으로 된다”가 있어요. 이 옛말을 되새기면서 옛삶을 그려 볼게요. 어릴 적부터 으레 듣던 말은 어른이 되어서 으레 하는 말로 거듭나요. 어릴 적부터 으레 하던 몸짓은 어른이 되어서 으레 하는 일로 피어나지요. 어릴 적에 무엇을 보거나 들으며 배우는 하루인가는 무척 대수롭습니다. 슬기롭게 배우기에 슬기롭게 말해요. 안 슬기롭게 말하는 어른이 가득해서, 이른바 거친 말을 마구 하는 어른이 곁에 가득하다면, 아이가 쓰는 말은 거칠겠지요.
오늘날 참 많은 어린이·푸름이가 거친 말을 마구 쓴다면, 어른들이 이런 말을 생각 없이 마구 쓰기 때문입니다. 어린이·푸름이가 사랑스레 말하기를 바란다면, 어른부터 스스로 사랑스레 말할 노릇입니다. 이러면 돼요. 웃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안 맑아요. 아랫물이 맑도록 하려면 더러운 웃물이 안 오도록 막아야 할 테지요.
옛말은 말이면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살짝 길어요. 이 옛말을 오늘날에 새롭게 되새길 ‘오늘말’로 즐겁게 갈무리해 볼 수 있어요. 이를테면 ‘세살버릇(세 살 버릇)’이나 ‘바늘 훔치기(바늘 도둑)’나 ‘흐린웃물(흐린 웃물)’ 같은 낱말을 지어도 재미있지요. 단출히 밝히는 토막말로 생각을 새로 북돋웁니다. 2018.6.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