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눈


  어쩌면 오늘날 우리는 ‘대량생산·대량소비’에 길들거나 얽매이면서 잠든 눈이 되고 말는지 모릅니다. 한꺼번에 값싸게 많이 찍어내어, 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빠르게 써버리는 길을 가느라, 길들고 물들고 젖어들고 말아 눈이 감기거나 닫히지 싶어요. 사람들 마음을 울리거나 움직이는 아름다운 책이 널리 팔리는 길보다, 대량생산·대량소비에 발맞춘 베스트셀러가 책집이나 출판사를 사로잡으면서, 우리 스스로도 이러한 틀에 얽매이지 싶습니다. 이때에는 글이나 책마다 다른 맛을 보는 일하고 동떨어질 테지요. 더 잘 팔리거나 더 많이 팔려서 더 돈을 그러모으는 쪽으로 기울 테고요. 잠든 눈으로는 참모습을 알아보지 못해요. 감긴 눈으로는 참길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닫힌 눈으로는 참넋을 읽지 못해요. 막힌 눈으로는 참살림을 짓지 못해요. 사로잡힌 눈으로는 참사랑을 나누지 못해요. 길들어 묶이고 만 눈으로는 참사람 되는 자리하고 멀어져요. 학교하고 교과서는 우리 눈을 잠들게 하는 구실을 할는지 모릅니다. 일제강점기에 군국주의·제국주의는 식민지 어린이뿐 아니라 일본 어린이까지 머리를 박박 밀고 좁은 교실에 가두어 엉터리 교과서로 ‘우두머리 만세!’를 쑤셔박았습니다. 오늘날 일본은 운동선수라면 머리를 아직 박박 미는데, 한국은 운동선수뿐 아니라 여느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까지 머리를 짧게 치도록 못박습니다. 옷차림도 홀가분하게 건사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한여름에 민소매나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면 ‘버르장머리없다’는 말을 퍼뜨리기까지 합니다. 종살이란 잠든 눈입니다. 참살이란 뜬 눈입니다. 쳇바퀴질이란 갇힌 눈이요 마음입니다. 날갯짓이란 깨어난 눈이요 마음입니다. 2018.7.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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