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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상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4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2월
평점 :
사진책 읽기 353
사진은 언제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 시간 상자
데이비드 위즈너
시공주니어
2018.2.25.
사진기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사진은 언제부터 찍었을까요? 사진은 누가 처음 찍었을까요? 이 세 가지 물음에 으레 1800년대 어느 해에 누가 처음 어떤 기계를 마련해서 어디에 담아냈다 하는 이야기를 역사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사진 역사를 역사책 해적이에 맞추어 아이들한테 알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참말로 사진은 바로 그무렵에 처음 태어났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사진 발자국이 있지는 않을까요? 책에는 적히지 않은 뒷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학자는 알지 못하는 대단히 재미난 앞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지난 2007년 4월에 베틀북 출판사에서 한국판으로 옮긴 그림책 《시간 상자》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겉모습은 그림책이지만, 꼭 그림책이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다뤄요. 그리고 ‘사진은 누가 찍는가?’를 다루지요. 여기에 ‘사진을 언제부터 찍었을까?’라든지 ‘사진을 언제 어디에서 왜 어떻게 찍었을까?’를 나란히 다룹니다.
그림책 또는 사진책 《시간 상자》는 퍽 오랫동안 판이 끊어졌다가 2018년 2월에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옮겨 냅니다. 이 그림책 또는 사진책을 빚은 분은 데이비드 위즈너 님이고, 이녁은 《이상한 화요일》, 《구름 공항》, 《자유 낙하》 같은 그림책을 그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데이비드 위즈너 님이 빚은 다른 그림책도 꼭 그림책이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사진책 같아요. 여느 사진기로는 담을 수 없구나 싶은 꿈같은 모습을 마치 사진처럼 그림으로 여미어 냅니다. 사회의식에 젖은 어른으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또는 사진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식에 젖지 않고 늘 꿈을 꾸면서 기쁜 하루를 바라는 아이한테는 언제 어디에서나 겪거나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또는 사진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간 상자》를 보면 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 말이 없지만 줄거리를 또렷이 드러냅니다. 이 그림책 또는 사진책에는 어린 사내가 바닷가에서 ‘물결에 휩쓸려 온 것’을 주우며 노는 모습이 처음에 나옵니다. 이 아이는 어느 날 큰 물결을 맞고 깜짝 놀랍니다. 이러다가 여태 보지 못한 놀라운 것, 그렇지만 어찌 보면 흔한 것을 만나지요. 바로 사진기입니다.
아니 물결에 사진기가 휩쓸려 온다고? 게다가 물결에 휩쓸려 온 사진기에는 오래된 필름이 있습니다. 필름을 꺼낸 아이는 더욱 아리송합니다. 물결에 휩쓸려 온 사진기인데 필름은 하나도 안 젖었습니다. 어쩌면 이 필름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사진관에 가져갑니다. 사진관 일꾼은 아이한테서 필름을 받아 종이에 뽑아 줍니다. 종이에 얹힌 사진을 본 아이는 아까보다 더욱 놀랍니다.
왜 놀랄까요? 도무지 믿기지 않는구나 싶은 모습이 잔뜩 찍혔거든요.
어떤 모습이 찍혔기에 놀랄까요?
어느 사진은 어느 아이가 한 손에 사진을 쥔 모습인데, 이 사진에는 다른 아이가 사진을 쥔 모습이 있습니다. 사진에 깃든 다른 아이가 쥔 사진에는 또 다른 아이가 …… 이렇게 줄줄이 이어지는데요, 아이는 돋보기를 가져와서 들여다보다가, 나중에는 현미경까지 써서 들여다보는데, 아주아주 오래된 어느 날 어느 또래 아이가 맨 처음으로 찍혔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그리 놀랄 만하지 않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외계인이 사진으로 나오고, 바닷속에 사는 매우 조그마한 외계인은 저마다 사진기를 들고 해마를 비롯한 갖가지 물고기를 사진으로 찍으며 놉니다. 그림책 또는 사진책 겉그림에 나오기도 하는데요, 물고기 가운데에는 물고기 아닌 로봇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아이로서는 믿을 수 없지만 눈앞에서 멀쩡히 사진으로 들여다보는 엄청난 이야기가 있어요.
《시간 상자》에 나오는 이야기는 참말일까요? 그린이가 꾸며낸 이야기일까요? 숨은 사진 역사일까요? 그저 터무니없는 이야기일까요? 마냥 꿈이라고밖에 여길 수 없는 이야기일까요?
무엇이 참일는지, 또 무엇이 거짓일는지 섣불리 따지거나 가르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참하고 거짓으로 함부로 재거나 나눌 수 없겠지요. 다만 오랜 나날에 걸쳐 지구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어린 아이들은 물결에 휩쓸려 마실을 다니는 낡은 사진기에 담긴 재미나며 놀라운 사진을 마주한다고 합니다. 이 사진기는 새가 물어다 나르기도 하고, 여러 물고기나 커다란 오징어가 들어서 나르기도 합니다. 지구 이쪽으로 갔다가 지구 저쪽으로 돌아다니는 사진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기는 지구에서 태어난 사진기일 수 있습니다만, 어쩌면 다른 별에서 태어나 지구에 들어온 사진기일 수 있어요. 물고기나 해마나 고래가 빚어낸 사진기인지도 모릅니다.
믿거나 말거나인 줄거리를 들려주는데요, 이 책은 우리한테 ‘끝이란 없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밝히지 싶습니다.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없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책이나 역사에 적히지 않은 이야기가 수두룩하다는 생각을 밝히고, 아이들이 꿈으로 지피는 하루란 늘 놀랍고 새로울 만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사진기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사진은 언제부터 찍었을까요? 사진은 누가 처음 찍었을까요?
아이들이 어른한테 이 세 가지를 묻는다면, 우리 어른은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생각날개를 활짝 펴 볼 만할까요? 백과사전 지식을 그대로 들려주고 끝내면 좋을까요? 아니면 아이가 마음으로 훨훨 날갯짓을 하면서 눈빛을 초롱초롱 밝히면서 귀를 기울일 재미나고 멋진 이야기를 빚어서 들려줄 수 있을까요?
사진이란 무엇인지 새삼스레 헤아려 봅니다. ‘사진 + 꿈’으로 풀어내 보고 싶습니다. 사진이란 끝없이 흐르는 꿈입니다. 사진이란 누구나 새롭게 빚어서 나누는 꿈입니다. 사진이란 모든 틀을 넘어서서 곱게 가꾸며 밝히는 꿈입니다. 사진이란 오늘하고 어제를 이어 신바람나는 새날을 짓는 씩씩한 걸음걸이 같은 꿈입니다. 2018.7.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사진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