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쓰고 싶은 아이



  자가용을 몰지 않고 훌륭한 기사님을 거느리는 우리 집이다. 버스를 탈 적에는 아이들이 저마다 제 버스삯을 판을 대어 찍는데, 택시를 탈 적에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길삯을 내기로 한다. 아버지가 앞자리에 앉으면 아버지가, 큰아이가 앞자리에 앉으면 큰아이가, 작은아이가 앞자리에 앉으면 작은아이가 낸다. 아직 곁님은 앞자리에 안 앉는다. 그런데 두 아이는 서로 앞자리에 앉고 싶다. “내가 택시삯 내고 싶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바깥마실을 나와서 밥집에 들러야 할 적이라면 “내가 밥값 내고 싶었는데!” 하면서 지갑을 꺼내다가 넣는다. 참말로 돈을 쓰고 싶은 아이들이다. 주머니에서 즐겁게 돈을 꺼내어, 저희 즐거운 기운이 깃든 돈을 기꺼이 내밀고 싶은 아이들이다. 쓰니까 쓸 수 있는 돈일 텐데, 설레는 마음으로 값을 여쭈고, 두근두근 주머니에서 숫자를 어림하며 돈을 꺼낸 다음, 콩닥콩닥 기쁘게 돈을 내미는 이 작은 몸짓은, 우리를 둘러싼 마을에 상냥한 손길을 나누어 주는 마음쓰기이지 싶다. 돈을 새롭게 쓰는 아이들이다. 글쓰기는 상냥한 마음쓰기이다. 2018.6.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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