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54


 말글


  한국말에 높낮이가 있고 밀당이 있습니다. 한국말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말에는 높낮이랑 밀당이 있어요. 때로는 높고 때로는 낮기에 말이 흐릅니다. 때로는 밀고 때로는 당기기에 말이 살아서 숨을 쉬어요.


  한국사람은 학교에서 한국말을 어떻게 가르치거나 배울까요? 교과서를 읽을 적에 높낮이랑 밀당을 찬찬히 살펴서 짚을까요? 그리고 이 높낮이랑 밀당을 고장마다 다른 결로 편다는 대목을 얼마나 짚으려나요? 부산말하고 대구말이 다르듯, 광주말하고 순천말이 다릅니다. 진주말하고 마산말도 다르듯, 고흥말하고 보성말이 다릅니다.


  학교라면 고장 삶자리에 걸맞게 달리 이어온 말결을 잘 살펴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새롭게 배워 싱그러이 쓰도록 북돋아야지 싶어요. 마을이라면 마을 삶터에 걸맞게 잔잔히 흘러온 말씨를 잘 가누어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제 마을이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따사로이 가르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언어와 문자’가 아닌 ‘말과 글’을 씁니다. 말하고 글이에요. 언어하고 문자가 아닙니다. 생각을 소리라는 그릇에 담아서 입으로 터뜨리기에 말입니다. 입으로 터뜨린 소리라는 생각을 글이라는 그릇으로 새롭게 담아서 눈으로 보여주기에 글입니다.


  말을 할 적에 말결을 헤아리듯, 글을 쓰거나 읽을 적에 글결을 헤아릴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누구나 생각을 거리끼지 않고 말해야 즐겁게 사귀듯, 누구나 생각을 마음껏 적을 수 있어야 우리 삶터가 발돋움하고, 우리 사이는 한결 깊으면서 넓어집니다.


  의사소통이 아닌 이야기를 합니다. 문자나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닌, 생각을 말이나 글이라는 그릇으로 가만히 담아서 즐겁게 하루를 짓습니다. 생각이 흐르는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기에 이야기예요. 이야기에는 속살이 있습니다. 줄거리가 있지요. 속살이나 줄거리란 바로 생각이고, 이 생각이란 우리 삶·살림·사랑입니다. 2018.6.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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