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 3625명의 공부 습관 관찰기
정경오 지음 / 양철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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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54


배움길에 서는 푸른벗한테 들려주고픈 말
―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정경오
 양철북, 2018.5.21.


공부의 최종 목표는 순위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6쪽)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잘하게 된 원인’을 설문 조사했는데, 1위가 부모의 신뢰를 들었다고 한다. (14쪽)


  대입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을 오랫동안 이끈 교사가 쓴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정경오, 양철북, 2018)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 수험생이 대학입시를 어떤 몸짓으로 마주할 적에 저마다 바라는 대로 열매를 얻을 만한가를 짚습니다. 시험성적이 잘 나오는 수험생은 그냥 잘 나오지 않는다고, 그저 머리가 좋기에 시험성적이 잘 나오는 일은 드물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집이며 학교에서 둘레 어른이 따스히 믿고 아끼는 손길을 느끼는 아이가 시험성적도 한결 잘 나온다고 합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맞은 문제이건 틀린 문제이건 꼼꼼히 되살피는 아이가 다음 시험에서 한결 나은 점수를 얻는다고 합니다. 학원을 여럿 다니거나 과외를 오래 받기보다는, 수업 시간에 마음을 쏟아서 들은 뒤, 혼자서 차분히 하나하나 짚는 아이가 밑바탕을 단단히 다지면서 바라는 만큼 시험성적을 거두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핸드폰을 공부하기 위해 핸드폰 매장을 한 번 방문한 자가 단지 그것만으로 핸드폰의 원리와 구조 그리고 생산방식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과연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16쪽)

한 번 풀고 버리는 문제집은 쓰레기가 되지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 볼 때 그 문제집은 보물이 된다. 교과목 우수상을 놓치지 않는 자연 계열 수학 최상위권자의 공부 습관이다. (57쪽)


  글쓴이는 여러 가지로 빗대어 시험공부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손전화를 다루는데요, 손전화를 사고파는 가게에 슥 찾아가고서 손전화가 어떠한 기계인가를 알 수 없듯이, 배우는 길에서 교과서나 문제집을 슥 훑고서 지식이나 문제를 다 아는 척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는 시험공부에서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든 삶에서 똑같습니다. 어깨너머로 밥짓기를 슥 훑었으니 밥을 잘 지을 줄 알지 않아요. 호미질을 옆에서 슥 훑었으니 밭일을 잘 해내지 않습니다.

  겉으로 슥 구경하면서 알 수 있는 일이란 없습니다. 속으로 파고들어서 두고두고 온몸으로 겪어 보아야 합니다. 품을 들이고 하루를 쓰며 마음을 기울일 적에 시나브로 우리 삶으로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는 두 종류의 학생들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것을 친구나 선생님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자들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그것을 친구나 선생님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자들이다. (94쪽)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수험생한테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배움몸짓을 어떻게 추스르면 좋은가를 잘 짚는구나 싶습니다. 다만 몇 가지는 아쉽습니다. 굳이 대학바라기를 하지 않는 푸름이한테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듯합니다. “공부를 하려거든”이라는 이야기를 오직 대학입시에만 맞추어서 들려줍니다. 시험공부 아닌 삶공부나 살림공부나 사랑공부 이야기는 아쉽게도 한 줄로도 안 나옵니다.

  오늘날 아주 많은 푸름이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바라기를 하는 길이니, 더 많은 푸름이한테 이바지하도록 이야기를 풀어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푸름이가 대학바라기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안 다니면서 스스로 배우는 푸름이도 제법 많습니다.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다루는 지식을 슬기롭게 배우면서 느긋하게 몸에 붙이려고 하는 푸름이 눈으로 보자면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은 살짝 따분해 보일 만합니다. 그리고 말씨가 좀 어렵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없는 중국 옛말을 따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좀 많아요.

  조금 더 쉽게, 한결 부드럽게, 더욱 상냥하게 배움길을 돌아보도록 글을 여미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푸름이한테 ‘대학교만이 길이 아니’라는 대목을 짚어서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이름난 몇몇 대학교에 들어가는 시험성적을 거두어야 ‘공부를 잘했다’고 할 만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공부란 시험공부만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서울 언저리 몇몇 대학교에 들어가지 않고서 스스로 하고픈 배움길을 누려도 얼마든지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 그 학생 왈 : “그래서 야자 시간에 그날 메모한 것들을 다시 총정리하면서 복습해요(웃음).” 우문현답愚問賢答! (157쪽)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실패하는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재학생일 때 그들은 습관적으로 내뱉었던 말이 바로 “안되면 재수하죠”였다는 것이다. “저는 다른 재수생들하고는 달라요”라는 말도 빠지지 않고 들었던 말이다. (158∼159쪽)


  배움길에 서는 푸른벗한테 들려주고픈 말이 있습니다. 우리 함께 밥을 지어 볼까요? 밥을 짓는 배움자리를 마련해 볼까요? 쌀을 어떻게 얻고, 벼는 어떻게 쌀이 되며, 볍씨는 어떻게 건사하고, 볍씨를 묻을(심을) 흙은 어떻게 돌보아야 하고, 흙이 튼튼하려면 마을이 어떠해야 하고, 흙에 깃드는 빗물 햇볕 바람은 어떠해야 하는가부터 찬찬히 짚고서, 어떤 부엌살림을 다루어 밥을 지을 적에 맛난지, 밥을 안칠 적에 어떤 물을 쓸 적에 한결 맛난지, 전기를 써서 단추만 눌러서 짓는 밥이 아닌, 솥이나 냄비를 다루면 어떤 밥맛이 나는지 들을 배워 보면 좋겠어요.

  늘 먹는 밥을 손수 지어 본다면, 푸른벗이 걷는 배움길을 새로 바라볼 수 있지 싶습니다. 덧붙여 늘 마시는 바람을, 늘 마주하는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나 이웃이나 동무를, 늘 맞이하는 아침하고 저녁을, 가만히 되새겨 보면 좋겠어요. 그냥 먹는 밥이 아니고, 그냥 찾아오는 아침이 아니며, 그냥 누리는 보금자리가 아닌 줄 느낄 수 있다면, 시험공부이든 삶공부이든 깊으면서 넓고 새롭게 헤아릴 만하지 싶습니다. 2018.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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