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에 맞는 말을 찾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5] ‘메스’는 의학말인가



  무엇이 전문말일까요? 전문말은 한자말이나 외국말이어야 할까요? 오랜 한국말을 쉬운 전문말로 삼기는 어려울까요? 누구나 아는 여느 말을 전문말로 삼을 적에 사회나 나라가 한껏 자랄 만하지 않을까요? 입맛에 맞는 말을 쓰기 마련입니다만, 입맛에 길드는 말이 아닌, 넉넉하면서 사랑스러운 맛을 가꾸는 말을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점장(店長) : 상점의 업무를 주장(主掌)하는 책임자

매니저(manager) : 1.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일정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2. 회사나 호텔 따위의 경영자나 책임자. ‘감독’, ‘관리인’, ‘지배인’으로 순화

상점(商店) :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물건을 파는 곳 ≒ 상전(商廛)·상포(商鋪)·전사(廛肆)

가게 : 1. 작은 규모로 물건을 파는 집 ≒ 가겟방·사전(肆廛)·전시(廛市)·전한(廛?) 2. 길거리에 임시로 물건을 벌여 놓고 파는 곳

장삿집 : 장사를 하는 집



  ‘점장’이라는 자리를 요새는 영어 ‘매니저’로 말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점장’ 말풀이를 살피면 “주장(主掌)하는”처럼 뜻을 어림하기 어렵게 적어요. ‘가게’라는 낱말이 있어도 굳이 ‘상점’을 쓰고, ‘상점·가게’에 딸린 비슷한 한자말을 잔뜩 늘어놓습니다. 이런 비슷한 한자말을 우리가 쓸까요? 곰곰이 따지면 가게를 다스리는 일꾼은 ‘가게지기’라 할 만합니다. 사전은 새로운 사회에 걸맞을 새로운 낱말이나 말틀을 가다듬어서 알리는 구실을 맡아야지 싶습니다.



야생(野生) :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 또는 그런 생물

들 : 1. 편평하고 넓게 트인 땅 2. 논이나 밭으로 되어 있는 넓은 땅

들- : (동식물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들에서 나기에 ‘들’을 말하면 됩니다. ‘야생’이란 한자로 덮지 않아도 됩니다. ‘야생’은 “→ 들”로 다루고, ‘들-’ 뜻풀이를 고쳐야겠습니다. 그리고 ‘들’ 풀이에서 ‘편평하다(扁平-)’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이 낱말은 “넓고 평평하다”를 뜻해요. 겹말풀이입니다. ‘들’은 “1. 판판하고 넓게 트인 땅”이나 “1. 고르고 넓게 트인 땅”으로 고칠 노릇입니다.



편평하다(扁平-) : 넓고 평평하다

평평하다(平平-) :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 준평하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

판판하다 : 1.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



  ‘편평하다’는 ‘평평하다’로 풀이하고, ‘판판하다’는 ‘평평하다’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입니다. ‘편평·평평’은 “→ 판판하다. 너르다”로 다루면 됩니다. ‘판판하다’하고 ‘너르다’는 비스사면서 다른 낱말이니 뜻풀이에 함부로 넣지 말고 쓰임새를 잘 가누어 주어야겠습니다.



성향(性向) : 성질에 따른 경향

성질(性質) : 1.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본바탕 2. 사물이나 현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 ≒ 성분(性分)

경향(傾向) : 1. 현상이나 사상, 행동 따위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짐 2. [심리] 일정한 자극에 대하여 일정한 반응을 보이는 유기체의 소질(素質). 또는 어떤 방향을 향한 긴장 상태

성분(性分) : = 성질(性質)

마음결 : 마음의 바탕

마음바탕 : x

바탕결 : x



  ‘성향’을 “성질에 따른 경향”이라 하는데, 사전을 살펴도 뜻을 짚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질·성분’은 ‘마음바탕’을 가리키고, ‘성향 = 마음바탕이 나아가는 결’을 가리키니, ‘성향 = 마음결/마음바탕결/바탕결’로 풀어낼 만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전은 ‘마음바탕’이나 ‘바탕결’ 같은 낱말도 더욱 깊이 살펴서 새로 쓸 수 있는 풀이나 쓰임을 밝혀야지 싶습니다.



구미(口味) : = 입맛

입맛 : 1.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 ≒ 구미·식미(食味) 2. 어떤 일이나 물건에 흥미를 느껴 하거나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맛결 : x

맛느낌 : x



  ‘입맛’ 한 마디이면 됩니다. ‘구미·식미’는 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맛을 놓고는 ‘맛결·맛느낌’ 같은 낱말을 새로 써 보아도 어울립니다.



주인(主人) : 1.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임자’로 순화 2.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3. ‘남편’을 간접적으로 이르는 말 4. 손님을 맞아 상대하는 사람 5. 고용 관계에서 고용하는 사람

임자 : 1. 물건을 소유한 사람 2. 물건이나 동물 따위를 잘 다루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3. 부부가 되는 짝



  두 곁님 가운데 사내 쪽은 ‘주인’이 아닙니다. 이는 일본사전 풀이를 잘못 베낀 모습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퍼진 일본 말씨가 한국말사전에 고스란히 남은 셈이지요. ‘주인’은 “→ 임자. 지기. 집지기”로 다루어서, 때와 곳에 맞게 고쳐쓸 수 있는 길을 밝히면 됩니다.



고사하다(姑捨-) : 어떤 일이나 그에 대한 능력, 경험, 지불 따위를 배제하다. 앞에 오는 말의 내용이 불가능하여 뒤에 오는 말의 내용 역시 기대에 못 미침을 나타낸다

-커녕 : 1.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2.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고사하다’는 “→ -커녕”으로 다루면 됩니다. 쉽고 또렷하면서 부드럽고 알맞게 쓸 한국말을 제대로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이자(利子) :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 ‘길미’, ‘변리’로 순화 ≒ 이문(利文)·이식(利息)·이전(利錢)·이조(利條)

변리(邊利) :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 ≒ 변(邊)·이(利)·이금(利金)

길미 : 1. = 이익(利益) 2. 채무자가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전



  오랜 한국말인 ‘길미’는 차츰 자취를 감춥니다. 경제나 장사에서 쓰는 말이 거의 모두 일본 한자말에 잡아먹힌 탓입니다. 나라에서 경제말을 새롭게 가다듬어서 쓰도록 이끌어 본다면, 또 아이들한테 우리 한국말을 찬찬히 알려주고 가르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메스(<네>mes) : 1. [의학] = 수술칼 2. 잘못된 일이나 병폐를 없애기 위한 조처. ‘손질’, ‘수정’, ‘칼’로 순화

수술칼(手術-) : [의학] 외과 수술 시 사용하는 칼 ≒ 메스



  ‘칼’로 고쳐쓸 ‘메스’라지만, 병원에서는 이 외국말을 그냥 씁니다. 전문말로 여기지요. ‘칼·수술칼’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또는 ‘살칼’이나 ‘뼈칼’ 같은 말을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살점을 자르거나 뼈를 깎을 적에 쓰는 칼에는 ‘살’이나 ‘뼈’라는 말을 붙여 주면 됩니다.



분만(分娩) : = 해산(解産)

해산(解産) : 아이를 낳음 ≒ 면신(免身)·분만(分娩)·분산(分産)·출산·해만·해복

아기낳기 : x

아이낳기 : x



  아이를 낳는 일을 두고 온갖 한자말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 모두 털어내고 ‘아이낳기’나 ‘아기낳기’를 알맞게 쓰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낳으니 ‘아이낳기’입니다. 줄여서 ‘애낳기·애낳이’를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사전읽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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