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넙치 한겨레 동시나무 6
강기원 지음, 손지희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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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94


눈이 아니어도 마음으로 느껴 본다
― 눈치 보는 넙치
 강기원 글·손지희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8.4.24.


허걱!
눈이 넙치처럼 한쪽으로 몰려 버렸어
엄마 몰래 게임하고 싶어
매일매일
슬금슬금
눈치 보다
넙치가 돼 버렸나 봐 (36쪽/눈치 보는 넙치)


  도시에서는 풀 꽃 나무 세 가지를 눈여겨볼 일이 드뭅니다. 길이나 골목이나 마을에서 풀 꽃 나무가 느긋하게 자랄 틈이 드물거든요. 풀 꽃 나무를 여느 때에 마주하지 못하다 보면 저절로 풀 꽃 나무가 어떤 이름이요 어떤 한살이인가를 모르기 마련입니다.
  시골에서는 풀 꽃 나무 세 가지를 늘 눈여겨봅니다. 이뿐 아니라 풀 꽃 나무에 깃드는 갖은 풀벌레하고 새를 마주해요. 풀 꽃 나무에 깃드는 햇볕이며 바람이며 비를 으레 만나고요.

  동시집 《눈치 보는 넙치》(강기원·손지희, 한겨레아이들, 2018)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한테 풀 꽃 나무를, 또 풀 꽃 나무를 둘러싼 온갖 목숨을, 하늘 바다 땅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잔잔하게 흐릅니다. 때로는 개구쟁이처럼 장난스러운 말로 흐르고, 때로는 상냥한 손길처럼 곱게 흘러요.


숲속엔 듣는 귀들이 많아
말조심해야 해
노루귀, 범위귀, 까마귀, 사마귀, 개똥지빠귀 ……
모두들
귀 쫑긋 세우고 다 듣는다니까 (56쪽/숲의 귀)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하는데, 새뿐 아니라 노루귀도 듣고 까마귀도 듣는다는군요. 사마귀도 지빠귀도 듣는다면, 어쩌면 귀리도 낮말을 들을는지 몰라요.

  더 헤아리면 노루귀나 귀리뿐 아니라, 여느 들풀하고 남새도 우리가 조잘조잘 하는 말을 들을는지 모릅니다. 풀벌레도, 개구리도, 나무도 우리가 저희 곁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말을 들을 수 있을 테고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서로 사이좋게 어울리는지 다투는지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서 듣는데, 우리가 이를 못 알아챌 수 있어요.


칠백 년 자다 깬
씨앗이 있어
칠백 년 기다려 준
연못도 있지 (66쪽/아라홍련)


  동시집 《눈치 보는 넙치》를 쓴 강기원 님은 어린이하고 동무하면서 어울리고 싶은 풀 꽃 나무가 어떤 마음인지를 그리려 합니다. 사람하고 사이좋게 노래하고 싶은 벌레 짐승 새가 어떤 생각인지를 그리려 해요.

  이 땅에 사람만 있지 않다고, 이 지구에서 사람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 별에서 사람만 생각을 하거나 마음을 나누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동시로 살며시 들려주려 합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손으로 (만져) 보고
귀로 (들어) 보고
혀로 (맛) 보고
코로 (맡아) 보고
팔로 (안아) 보고
다리로 (걸어) 본다
머리로 (생각해) 보고
마음으로 (느껴) 본다 (75쪽/본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도 얼마든지 ‘본다’고 해요. 아마 풀도 이와 같을 테지요?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눈이 없어도 다른 길로 우리를 지켜볼 수 있어요. 꽃한테 사람하고 똑깉이 생긴 귀가 없어도 다른 길로 우리를 귀여겨들을 수 있어요. 나무한테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팔다리가 없어도 다른 길로 우리하고 나들이를 다닐 수 있어요.

  만져서 보고, 맡아서 보고, 걸어서 보고, 느껴서 봅니다. 꿈꾸면서 보고, 사랑하면서 보고, 노래하면서 봅니다. 함께 보고 새롭게 봐요. 어제도 오늘도 보면서 모레도 글피도 신나게 웃음을 지으면서 봅니다. 2018.5.2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동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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