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헤아리면 슬기롭습니다

[오락가락 국어사전 14] 마무리로 먹는 밥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기에 잘못일 수 없습니다. 헤아리지 않고 말하기에 잘못이 되기 마련입니다. 찬찬히 헤아릴 노릇이고, 한 번 더 헤아릴 노릇입니다. 여러 번 헤아렸어도 실마리를 못 푼다면 자꾸자꾸 헤아리거나 오랫동안 헤아려야지요. 고작 몇 번 헤아리고서 실타래를 못 풀었다고 아무 말이나 쓴다면 생각이며 삶이며 사전이 모두 엉망이 됩니다. 느긋하게 더 헤아리면서 말결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뭇잎 : 나무의 잎 ≒ 목엽(木葉)·수엽(樹葉)

목엽(木葉) : = 나뭇잎

수엽(樹葉) : = 나뭇잎



  나무가 맺는 잎은 ‘나뭇잎’입니다. 이를 ‘목엽’이나 ‘수엽’으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비슷한말이라고 달아 놓을 까닭이 없이 털어내고, ‘목엽·수엽’은 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더 : 1. 계속하여. 또는 그 위에 보태어 2. 어떤 기준보다 정도가 심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심하다(甚-) : 정도가 지나치다

과하다(過-) : 정도가 지나치다

지나치다 : [그림씨] 일정한 한도를 넘어 정도가 심하다



  ‘더’를 ‘심하개’로 풀이하고, ‘심하다·과하다’를 ‘지나치다’로 풀이하다가, ‘지나치다’를 ‘심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매우 엉성합니다. ‘심하다·과하다’는 “→ 더. 지나치다”로 다루고, ‘더·지나치다’ 뜻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선택(選擇) :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고르다 : 여럿 중에서 가려내거나 뽑다

뽑다 : 5. 여럿 가운데에서 골라내다



  한자말 ‘선택’을 “골라 뽑음”으로 풀이하는데 이는 겹말풀이입니다. ‘고르다’하고 ‘뽑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입니다. 그런데 ‘고르다’는 “가려내거나 뽑다”로 풀이하고 ‘뽑다’는 ‘골라내다(고르다)’로 풀이하니 더 엉성한 뜻풀이입니다. ‘선택’은 “→ 고르다. 뽑다”로 다루고, ‘고르다·뽑다’ 뜻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잃다 : 1.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 2. 땅이나 자리가 없어져 그것을 갖지 못하게 되거나 거기에서 살지 못하게 되다 3.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그와 이별하다 4.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5. 기회나 때가 사라지다 6. 몸의 일부분이 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 7. 의식이나 감정 따위가 사라지다 8. 어떤 대상이 본디 지녔던 모습이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다 9. 길을 못 찾거나 방향을 분간 못 하게 되다 10. 같이 있거나 같이 길을 가던 사람을 놓쳐 헤어지게 되다 11. 의미나 의의가 없어지다 12. 경기나 도박에서 져서 돈을 빼앗기거나 손해를 보다 13. 다른 사람에게 신용이나 점수를 깎이다

유실(遺失) : 1. 가지고 있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부주의로 잃어버림 2. [법률] 동산(動産)을 소유한 사람이 그 동산의 점유(占有)를 잃어버리는 일

분실(紛失)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물건 따위를 잃어버림

손실(損失) : 잃어버리거나 축가서 손해를 봄. 또는 그 손해 ≒ 휴손



  ‘유실·분실·손실’은 쓰임새가 다릅니다. 그러면 ‘잃다’하고 ‘유실·분실·손실’은 얼마나 다를까요? ‘유실물센터’나 ‘분실물’처럼 흔히 쓰는데 ‘잃은것’이나 ‘잃은것찾기’처럼 ‘잃다’를 바탕으로 쉽고 알맞게 이름을 지어 보도록 생각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잃다’는 큰말이고, ‘유실·분실·손실’은 작은말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만, ‘잃다’ 뜻을 조금 더 잘게 나누어 “잃다 : 1.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어디에 두거나 떨어뜨리거나 흘리거나 해서 나한테 없다. 어떤 것이 나한테서 없어지다”하고 “잃다 : 2. 어떤 것이 나한테서 없어지면서 괴롭거나 밑지거나 나쁘거나 힘들다”로 갈라서, ‘유실·분실’은 “→ 잃다 1”로 다루고, ‘손실’은 “→ 잃다 2”로 다룰 만합니다.



최-(最) : ‘가장, 제일’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가장 :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

제일(第一) :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최(最)’를 붙여서 ‘가장’이나 ‘제일’을 뜻한다고 하는데, ‘제일’은 ‘가장’을 뜻한다지요. ‘최’는 “→ 가장”으로 다룰 노릇이요, ‘제일’은 “→ 첫째가다. 가장”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승리(勝利) : 겨루어서 이김

이기다 : 1. 기나 시합, 싸움 따위에서 재주나 힘을 겨루어 우위를 차지하다

우위(優位) : 1. 남보다 나은 위치나 수준



  ‘이기다’를 뜻하는 ‘승리’입니다. ‘승리’는 “→ 이기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이기다’를 “우위를 차지하다”로 풀이하기에 ‘우위’를 다시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기다’ 뜻풀이를 “겨루어 높거나 나은 자리를 차지하다”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금주(禁酒) : 1.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함 2. 술을 마시던 사람이 술을 먹지 않고 끊음

술끊다 : x

술끊기 : x



  술을 끊는다고 할 적에 으레 ‘금주’라 하는데, ‘술끊기’처럼 쓰면 됩니다. 아직 사전에 ‘술끊기·술끊다’가 오르지 않습니다만, ‘-끊기’를 뒷가지로 삼도록 올림말로 다루면 되지요. 이렇게 하면 ‘술끊기’를 올림말로 굳이 안 다루어도 ‘-끊기’가 있기에 ‘술끊기·담배끊기·학벌끊기’처럼 여러 자리에서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술끊다’를 올림말로 삼아 보아도 되고요.



사지(寺址) : = 절터

절터 : 절을 세울 터. 또는 절이 있었던 터 ≒ 사기(寺基)·사지(寺址)



  ‘절터’를 뜻한다는 ‘사지’인데 학문에서는 ‘미륵사지’처럼 쓸 뿐 ‘미륵절터’로 고쳐쓰지 못합니다. 사전을 살피면 ‘사기(寺基)’라는 비슷한말까지 올림말로 다루지만 ‘사기’는 털어내도 됩니다. 그리고 ‘사기·사지’를 비슷한말로 덧달지 않아도 됩니다.



루트(route) : 1. 물품이나 정보 따위가 전하여지는 경로. ‘통로’로 순화 2. 연계를 맺거나 연락하는 방법

경로(經路) : 1. 지나는 길 2. 일이 진행되는 방법이나 순서

통로(通路) : 1. 통하여 다니는 길 ≒ 통도(通道)·통행로 2. 의사소통이나 거래 따위가 이루어지는 길 3. [물리] 전기나 자기 따위의 일정한 작용이 미치어 통하는 길

길 : 1.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 도도(道途)



  ‘경로’를 뜻한다 하고 ‘통로’로 고쳐쓰라는 영어 ‘루트’인데, ‘경로·통로·루트’는 모두 ‘길’을 가리킬 뿐입니다. 이밖에 ‘통도·통행로’도 ‘길’이요, ‘길’이란 낱말에 붙인 비슷한마 ‘도도’도 ‘길’일 뿐이지요. ‘경로·통로·루트·통행로’는 모두 “→ 길”로 다루면 됩니다. ‘통도·도도’는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디저트(dessert) :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후식(後食)’으로 순화

후식(後食) : 1. 나중에 먹음 2. 식사 뒤에 먹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따위의 간단한 음식

입가심 : 1. 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입씻이 2. 더 중요한 일에 앞서 가볍고 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뒷밥 : x



  영어로는 ‘디저트’이고 한자말로는 ‘후식’인데, 한국말로는 ‘입가심·입씻이’입니다. 사전 뜻풀이를 제대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디저트·후식’은 “→ 입가심. 입씻이”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뒷밥’ 같은 새말을 지어 볼 만합니다. 맨 나중에 먹는다고 해서 ‘뒷밥’이니 ‘끝밥·막밥’이나 ‘마무리밥’이라 해도 어울리겠지요.



실무적(實務的) : 1. 실무와 관계되는 2. 실무에 능숙한

실무(實務) : 실제의 업무나 사무

업무(業務) : 직장 같은 곳에서 맡아서 하는 일

사무(事務) : 자신이 맡은 직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일



  ‘실무적’이라고 할 적에는 무엇을 나타낼까요? ‘실무’란 무엇일까요? ‘업무·사무’는 모두 ‘일’을 가리킵니다. ‘일’ 하나를 놓고서 여러 한자말을 자꾸 끌어들이다가 어느새 뒤죽박죽이 되는 셈입니다. ‘업무·사무’는 “→ 일”로 다루면 되고, ‘실무’는 “→ 일. 참일. 참으로 하는 일”로 다룰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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