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44
이웃말
어떤 낱말을 가려서 쓰느냐로 생각이 갈립니다. 이 말을 쓸 적에는 이 말에 흐르는 결이나 뜻이나 마음이 우리 몸으로 스밉니다. 저 말을 쓸 때에는 저 말에 감도는 느낌이나 빛이나 생각이 우리 몸으로 퍼집니다. 기쁜 사람을 곁에 두면서 ‘기쁘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기쁜 숨결이 되곤 해요. 슬픈 사람이 옆에 있어 ‘슬프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스스로 모르게 슬픔이 푹 젖어요.
아무 낱말이나 섣불리 쓸 노릇이 아닙니다. 아무 책이나 사건·사고를 함부로 들을 일이 아닙니다. 잘 헤아려야 합니다. 예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귀에 아뭇소리가 마구 들어가지 않도록 보금자리를 건사했어요. 아기는 모든 소리나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 궂은 말이나 이야기가 ‘아기 태어난 집’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했지요.
그러면 오늘 우리 삶터는 어떤가요? 아이가 있는 집 언저리에 어떤 가게가 있을까요? 학교 둘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평화 때문에 군대를 두어야 한다지만, 죽이고 죽는 전쟁무기가 너무 많고, 영화나 책은 죽이거나 죽는 끔찍한 일을 너무 자주 다루지 않나요? 거친 말도 너무 흔하고, 막말이나 막짓도 너무 넘칩니다.
오늘 우리는 말을 새롭게 바라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흔히 ‘외국말’을 배운다고 하고, ‘제2외국어’ 같은 말도 씁니다. 그렇지만 외국말을 좀처럼 못 배우는 사람이 많고, 외국말을 오래 배워도 낯설다는 분이 많아요. 배우거나 가르치는 틀이 새롭거나 슬기롭지 못하기도 할 텐데, 하나를 더 살피면 좋겠어요. 우리는 외국말보다는 ‘이웃말’을 배워야지 싶습니다. ‘나라 바깥’이나 ‘다른 나라’라고 여기는 눈이 아닌 ‘이웃인 나라’하고 ‘이웃인 고장(마을)’에서 쓰는 말을 배운다는 생각이 되면 사뭇 바뀔 만하지 싶습니다.
이웃을 알고 사귀며 어깨동무하려고 배우는 ‘이웃말’이라고 이름을 바꾸면, 어느새 말결부터 다르면서 한결 부드럽고 넉넉히, 또 상냥하면서 곱게 배우는 마음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이웃말·이웃살림·이웃사랑·이웃노래·이웃마음을 배워요. 2018.4.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