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정 情
신뢰의 정을 쌓다 → 믿음을 쌓다 / 믿음을 도타이 쌓다 / 믿는 마음을 쌓다
정이 많은 사람 → 사랑이 많은 사람 / 도타운 사람 / 따스한 사람
정이 떨어지다 → 사랑이 떨어지다 / 마음이 떨어지다
정을 쏟다 → 사랑을 쏟다 / 마음을 쏟다
정이 안 간다 → 마음이 안 간다
정에 주리고 정에 목말랐다 → 사랑에 주리고 그리움에 목말랐다
‘정(情)’은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3. [불교] 혼탁한 망상 4. [심리] 마음을 이루는 두 요소 가운데 감동적인 요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외마디 한자말은 그대로 쓸 만하도 여길 수 있지만, 자리나 흐름을 살펴 ‘마음·사랑·믿음’으로 손볼 수 있고, ‘ 따스함·따뜻함·포근함·넉넉함·애틋함·그리움·살가움·고마움’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가만히 살피면, 이웃하고 ‘정’을 나눈다고 할 적에는 ‘마음’이나 ‘사랑’이나 ‘믿음’을 나누는 셈입니다. 오래도록 사귄 동무들하고 ‘정’을 느낀다고 할 적에는 ‘살가움’이나 ‘애틋함’이나 ‘반가움’이나 ‘고마움’이나 ‘흐뭇함’을 느끼는 셈입니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 합니다. 찾아오지 않을 사람을 ‘안타깝게’ 떠올립니다. 다시 보기 어려운 고마운 님을 마음으로 ‘찡하게’ 불러 봅니다. 2018.3.22.나무.ㅅㄴㄹ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하는 동안 정이 듬뿍 들고 말았습니다
→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하는 동안 사랑이 듬뿍 들고 말았습니다
→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하는 동안 그리움이 듬뿍 들고 말았습니다
→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하는 동안 애틋함이 듬뿍 들고 말았습니다
→ 매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싶어하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이 듬뿍 들고 말았습니다
《먼지야, 자니?》(이상교, 산하, 2006) 54쪽
정(情)에 굶주린 아이들 언제나 눈물 그렁그렁 고여
→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 언제나 눈물 그렁그렁 고여
→ 따순 마음에 굶주린 아이들 언제나 눈물 그렁그렁 고여
→ 따뜻한 손길에 굶주린 아이들 언제나 눈물 그렁그렁 고여
→ 포근한 숨결에 굶주린 아이들 언제나 눈물 그렁그렁 고여
《본전 생각》(김성렬, 문학의전당, 2015) 48쪽
따뜻한 정을 잊을 수 없다
→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 따뜻한 손을 잊을 수 없다
→ 따뜻함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라오 핑루/남혜선 옮김, 윌북, 2016) 81쪽
언젠가 떠날 사람들한테 정붙이면 안 되는데
→ 언젠가 떠날 사람들한테 마음 붙이면 안 되는데
→ 언젠가 떠날 사람들한테 잘해 주면 안 되는데
《으리으리한 개집》(유설화, 책읽는곰, 2017) 23쪽
사람을 정으로 대하면 그 정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 사람을 마음으로 마주하면 그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온다
→ 사람을 따스히 마주하면 그 숨결이 다시 내게 돌아온다
→ 사람을 포근히 마주하면 그 기운이 다시 내게 돌아온다
《엄살은 그만》(가자마 도루/문방울 옮김, 마음산책, 2017) 77쪽
따뜻한 정이나 구수한 사투리들
→ 따뜻한 마음이나 구수한 사투리들
→ 따뜻한 숨결이나 구수한 사투리들
→ 따뜻함이나 구수한 사투리들
《꼴뚜기는 왜 어물전 망신을 시켰을까?》(정인수, 분홍고래, 2018) 2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