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4.


《해와 그녀의 꽃들》

루피 카우르 글/신현림 옮김, 박하, 2018.4.26.



  미국 아마존에서 수백만 권 팔린 시집이라고 아예 딱지로 박은 《해와 그녀의 꽃들》을 읽는다. 이런 딱지를 끌어들여야 이 시집을 널리 팔 만할는지 모를 노릇이나, 시가 훌륭하거나 아름답다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사랑받겠지. 시를 쓴 분이 참 고달프게 하루하루 살았네 싶다. 때로는 벼랑에 굴러떨어지는 마음이요, 때로는 벼랑끝에서도 씩씩한 몸짓이다. 글쓴이는 벼랑에서도 굴러떨어져 보고, 벼랑끝에서도 견디어 보았기에, 또 굴러떨어진 벼랑길을 기어오르기도 해 본 터라, 사람들 마음을 잔잔히 건드리는 이야기를 길어올렸을 수 있다. 벼랑끝에 놓인 삶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앞날이 달라진다. 다만, 옮김말이 퍽 아쉽다. 번역이란 뭘까? 시를 옮기는 일이란 뭘까? 우리는 한글로 적힌 영어 시를 읽는가? 번역 말씨로 휩싸인 글을 읽는가? 줄거리를 읽으면 되나? 한글로 옮기는 영어 시를 ‘영어 가락’에 맞추어 글잣수나 말마디를 나누면 될까? 겉모습이 한글이라 해도 ‘한국말로 읽는 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요새는 한국말이나 한국 말씨나 말결이나 말길을 제대로 배우거나 꾸준히 살피는 이가 매우 드물지 싶다. 내 눈에는 너무 엉성한 번역 말씨이지만, 이 번역 말씨가 오늘날 한국말일는지 모르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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