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면
[오락가락 국어사전 13] 나머지가 되는 말


  한국말사전이 사전다우려면 쓸데없이 실은 낱말을 차근차근 털어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군말을 털고, 낡은 말을 털 노릇입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사전을 읽으면서 말을 익히기 어려워요. 돌림풀이는 꼼꼼히 살펴서 가다듬고, 군더더기는 빈틈없이 헤아려서 도려내기를 바랍니다.


꼼꼼하다 :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빈틈없다 : 1. 비어 있는 사이가 없다 2. 허술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다
주도면밀(周到綿密) : 주의가 두루 미쳐 자세하고 빈틈이 없음


  ‘꼼꼼하다’를 ‘빈틈없다’로 풀이하면 돌림풀이입니다. 뜻풀이를 가다듬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주도면밀’도 ‘빈틈없다’로 풀이하는군요. ‘주도면밀’은 “→ 빈틈없다. 꼼꼼하다”로 다룰 만합니다.


몸소 : 1. 직접 제 몸으로 ≒ 친히 2.‘편지를 받는 사람이 직접 뜯어보라’는 뜻으로 편지 겉봉에 쓰는 말
친히(親-) : = 몸소


  몸으로 하기에 ‘몸소’입니다. 사전에서는 “≒ 친히”처럼 비슷한말을 달지만 이는 털어낼 노릇이고, ‘친히’는 올림말에서 빼거나 “→ 몸소”라고만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이점(利點) : 이로운 점
이롭다(利-) : 1. 이익이 있다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길미 : 1. = 이익(利益) 2. 채무자가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금전


  ‘이점’은 ‘이롭다’로, ‘이롭다’는 ‘이익’으로 가면서 ‘보탬·길미’ 같은 낱말을 만납니다. 한국말 ‘길미’를 “= 이익(利益)”으로 풀이하니 옳지 않습니다. 거꾸로 다뤄야겠지요. ‘이점·이롭다·이익’은 모두 “→ 보탬. 도움. 길미”로 다루면 됩니다.


물보라 : 물결이 바위 따위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물방울 ≒ 수말(水沫)
수말(水沫) : 1. = 물거품 2. = 물보라
비말(飛沫) : 1.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 2. [북한어] 복잡하게 끓어 번지는 감정의 갈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말·비말’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나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물보라’나 ‘물거품’ 두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분무기(噴霧器) : 1. 물이나 약품 따위를 안개처럼 뿜어내는 도구. ‘뿜개’로 순화 ≒ 뿜이개 2. [의학] 물이나 약물을 안개 모양으로 바꾸어 기도(氣道) 안에 습기를 가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데 쓰는 기구
뿜개 : x
뿜이개 : = 분무기


  물을 뿝는 연장을 ‘뿜개’로 고쳐쓰라는 사전이지만, 정작 ‘뿜개’라는 낱말을 사전에 안 싣습니다. ‘분무기’는 “→ 뿜개. 뿜이개”로 다루고, 올림말을 추스를 노릇입니다.


선장(船匠) : 배를 만드는 목수 ≒ 조선장이
조선장이(造船-) : = 선장(船匠)
조선(造船) : 배를 설계하여 만듦
배무이 : [북한어] ‘배뭇기’의 북한어
배뭇기 : 배를 뭇는 일


  배를 ‘만드는’ 일이 아닌 ‘짓는’ 일은 따로 ‘뭇다’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배무이’를 북녘말로 삼을 까닭 없이 남·북녘 모두 쓰는 말로 다루어야겠고, ‘선장(船匠)·조선장이(造船-)’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로 고쳐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배무이장이·배뭇기장이’는 새로 올림말로 삼을 만합니다.


임자 : 1. 물건을 소유한 사람 2. 물건이나 동물 따위를 잘 다루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3. 부부가 되는 짝
주인(主人) : 1.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임자’로 순화 2.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 3. ‘남편’을 간접적으로 이르는 말 4. 손님을 맞아 상대하는 사람 5. 고용 관계에서 고용하는 사람


  ‘임자’로 고쳐쓸 ‘주인’이라지만, 정작 ‘집주인’이나 “가게 주인”처럼 흔히 씁니다. ‘주인 3’ 뜻풀이는 일본사전을 고스란히 베낀 자국입니다. ‘지아비’는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고쳐쓸 낱말인 ‘주인’인 만큼 ‘임자’를 비롯해서 ‘지기·지킴이·돌봄이’로 그때그때 알맞게 다듬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나무껍질 : 나무의 껍질 ≒ 목피
목피(木皮) : = 나무껍질
수피(樹皮) : [식물] 나무의 껍질. 줄기의 코르크 형성층 바깥쪽에 있는 조직이다


  나무에 가지가 있어 ‘나뭇가지’요, 나무에 껍질이 있어 ‘나무껍질’입니다. 이를 굳이 ‘목피·수피’라는 한자말로 덧씌워야 하지 않습니다. ‘목피·수피’는 사전에서 아예 덜어낼 만합니다. ‘나무껍질’ 한 마디만 식물학에서 쓰면 됩니다.


꺾꽂이 : [농업]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따위를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 내리게 하는 일 ≒ 삽목(揷木)·삽수(揷樹)·삽식(揷植)·삽지(揷枝)
삽목(揷木) : [농업] = 꺾꽂이. ‘꺾꽂이’로 순화


  사전은 ‘꺾꽂이’라는 올림말에 온갖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달아 놓지만, 모두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삽목’을 “= 꺾꽂이”로 풀이할 까닭도 없이 몽땅 털어내면 됩니다.


나머지 : 1. 어떤 한도에 차고 남은 부분 ≒ 서여(緖餘)·여분(餘分)·여영(餘?)·영여(?餘)·잔(殘) 2. 어떤 일을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 3. 어떤 일의 결과 4. [수학] 나누어 똑 떨어지지 아니하고 남는 수
잉여(剩餘) : 1.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로 순화 ≒ 여잉(餘剩) 2. [수학] ‘나머지’의 전 용어


  남은 곳이나 것이기에 ‘나머지’입니다. 이를 한자말 ‘잉여’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잔뜩 달린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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