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사이토 다카시 엮음, 다케다 미호 그림, 정주혜 옮김 / 담푸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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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04


시골집 상냥한 벗님인 고양이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글·다케다 미호 그림·사이토 다카시 엮음
 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8.2.19.


손바닥 위에 잠깐 앉아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란 놈과의 첫 만남인 셈이다. 그때 참 묘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지금도 남아 있다. 털로 뒤덮여 있어야 할 얼굴이 반질반질한 게 꼭 대머리 같았다. (6쪽)


  우리 보금자리에는 마을고양이가 함께 삽니다. 언제부터 마을고양이가 우리 보금자리에서 함께 사는 지 잘 모릅니다만, 지난 여덟 해 동안 광에 새끼를 낳아 꾸준히 잇고 이으며 지내요. 지난겨울에도 새끼가 두 마리 태어났지요. 이 가운데 한 아이가 덩치 큰 고양이한테 물어뜯겨 크게 다친 적 있는데, 어미 고양이가 다친 새끼 고양이를 섬돌 앞으로 이끌고 와서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보더군요.

  먹이를 받아들이기는 해도 손길은 안 타는 마을고양이인데, 섬돌에까지 와서 우리를 쳐다보았고, 다친 새끼 고양이는 끙끙 앓으면서 제 손을 탔습니다. 물어뜯겨 피가 흐르는 곳을 닦고 소독한 뒤에 한동안 품에 안아서 얼러 주었어요. 이러고서 택시를 불러 읍내 동물병원에 갔지요. 찢어진 귀를 꿰매고는 다시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 일이 있은 지 석 달 즈음 지나는 사이, 다친 새끼 고양이는 생채기가 잘 아물었고 제법 씩씩하고 튼튼합니다.


식구들은 주인이 대단한 공붓벌레인 줄 안다. 가끔 이 몸이 살그머니 서재를 들여다보는데, 주인은 걸핏하면 낮잠을 잔다. 때로는 읽던 책에 침을 질질 흘리기도 한다. (9쪽)


  ‘우리 집 고양이’라고 해도 좋을까 모르겠는데, 마을고양이를 떠올리면서 그림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글·다케다 미호 그림·사이토 다카시 엮음/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8)를 새롭게 읽어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나쓰메 소세끼 님이 쓴 글에서 ‘고양이가 고양이 눈길로 사람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하거나 혼잣생각을 하는 대목만 골라’서 이야기를 엮고 그림을 얹었어요.

  ‘사람이 보는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가 바라보는 사람’ 이야기로 엮은 그림책입니다. 사람이 귀여워하거나 곁에 두는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스스로 있고픈 곳에 머물면서 하고픈 일을 하는 몸짓을 보여준다고도 할 만해요. 걸핏하면 낮잠을 자는 아저씨를 살며시 나무라는 대목이 흐르면서 재미있습니다. 그 집 아저씨는 짐짓 공부하는 척하지만 으레 책을 베고 잠들며 침을 흘린다고 해요.

  다만, 이 그림책에서는 “주인은 걸핏하면”처럼 ‘주인’으로 옮기는데, 글흐름으로 보면 ‘주인’이 아닌 ‘아저씨’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일본에서는 한자말 ‘주인’을 ‘집안 어른인 사내’를 가리킬 적에 쓰지만, 한국말하고는 걸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몸이 가장 좋아하는 건, 깊은 밤 아이들이 잠든 이불 속에 몰래 들어가서 함께 자는 것이다. (15쪽)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려나 하고 마음을 기울여 봅니다. 제 손이나 아이들 손을 타려고 하지는 않되 굳이 멀찌감치 떨어지려고도 하지 않는 마을고양이를 바라보면서 눈을 맞추면, 이 고양이는 먼저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면 이때에는 스르르 눈을 감아요.

  뭇새가 후박나무나 초피나무에 내려앉아 노래하면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얌전히 앉고는 소리 나는 데로 귀를 쫑긋쫑긋합니다. 아이들이 대나무 작대기에 실을 늘어뜨려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가만히 실꾸리를 내리면, 고양이는 노리개 삼아서 톡톡 치곤 합니다.

  어느 날에는 새앙쥐를 잡아서 저한테 척 내놓아 주었습니다. 그동안 아껴 주어서 고맙다는 뜻이었을까요? 마을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고마워. 그런데 나한테 안 줘도 돼. 쥐는 너한테 가장 맛있는 밥이 아니니? 네가 먹으렴.” 하고 말했습니다. 조금 뒤 마을고양이는 저한테 건네준 쥐를 도로 가져가서 냠냠 먹습니다.

  어느 날에는 마당에서 쑥을 뜯는데, 제 곁에 다가와서 쑥냄새를 킁킁 맡아요. 괭이밥이라는 풀이 있듯 고양이도 풀을 먹어요. 마을고양이는 ‘이 사람이 뭔 풀을 먹겠다면서 저리 바지런히 뜯나?’ 하고 궁금히 여겼을까요? 쑥내음은 고양이도 반길까요? 한참 쑥내음을 맡고 혀로 쑥잎을 핥던 고양이는 혀를 쩝쩝하고는 물러갑니다.


고양이라고 웃지 말라는 법은 없다. (30쪽)


  그림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들여다보고 우리 집 마을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참말로 ‘고양이도 웃으면’서 살아갈는지 몰라요. 사람이 짓는 웃음하고는 다를 테지만, 고양이는 고양이 나름대로 웃고 운다고 느껴요. 즐거울 때에는 즐거워하는 가르랑 소리를 내며서 웃어요. 아플 적에는 아파서 캑캑 소리를 내면서 울어요.

  맛있는 밥을 혼자 먹지 않고 남겨서 다른 고양이가 먹도록 하거나, 저희한테 맛난 밥(이를테면 쥐)을 사람한테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집고양이뿐 아니라 마을고양이도 솜털이나 공이 있으면 갖고 놀기를 좋아해요. 가랑잎이라든지 조개껍데기를 마당에서 굴리며 놀기도 하더군요.

  우리는 고양이 마음을 어느 만큼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고양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숱한 이웃님 마음도 곱게 읽으면서 한결 아름답고 넉넉한 삶터를 지을 만하지 않을까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하고 읊는 고양이 곁에서 “나는 사람이로소이다” 하고 마주 읊으면서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길을 헤아립니다. 2018.4.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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