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41


 사전이라는 책 4


  나라마다 다릅니다만 으레 이렇게 말합니다. ‘300∼500 낱말만 알아도 모든 생각을 다 나타내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이는 영어에서도, 일본말에서도, 한국말에서도 똑같습니다. 프랑스말이나 독일말이나 네덜란드말에서도 똑같지요. 더 많은 낱말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고작 ‘300∼500 낱말’만 알더라도 모든 생각을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어요.


  왜 그러할까요? 우리는 ‘300∼500’이라는 바탕말이 있으면 이 바탕말을 알맞게 엮거나 붙이거나 자르면서 새말을 지을 수 있어요.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내는 아주 새로운 낱말 하나가 있어야, 어느 한 가지를 똑똑히 나타낼 수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어느 한 가지를 나타낼 또 다른 말을 새롭게 엮어서 쓸’ 수 있습니다.


  ‘300∼500’이라는 낱말로 이리저리 엮다 보면 끝없이 새말을 지을 수 있는데, 이렇게 말짓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도 즐겁지만, ‘300∼500’ 가지 낱말로 말짓기를 펼쳐서 생각짓기를 솜씨있게 할 줄 안다면, 이다음으로는 ‘1500∼2000’ 낱말로 넘어갑니다. 한 걸음(300∼500)을 넉넉히 디뎠기에 두 걸음(1500∼2000)째로 나섭니다. 두 걸음에 이르면 한결 넉넉한 바탕말로 한결 넓게 새말을 지을 수 있으니 훨씬 촘촘하면서 자잘한 데까지 생각을 그릴 만합니다.


  두 걸음을 내디뎠으면 세 걸음도 내딛을 수 있어요. 세 걸음째에는 ‘5000’ 낱말로 말짓기·생각짓기를 합니다. 세 걸음을 넘어 네 걸음째에는 ‘20000’ 낱말로 말짓기·생각짓기를 하지요. 네 걸음을 넘어 다섯 걸음으로 가고 싶다면, 이웃말을 익히면 됩니다. 다른 고장이나 나라에서 쓰는 말을 익히면 되지요.


  네 걸음에 이르는 바탕말을 밝혔습니다만, 이는 바로 사전이 가는 길입니다. 네 걸음에 맞추어 바탕말을 사람들이 즐겁고 새로우며 사랑스레 살려서 쓰도록 북돋우고 이끌 적에 사전입니다. 말만 그냥 담지 않습니다. 걸음자리에 맞추어 바탕말을 다르게 삼아서 슬기롭게 다루는 길을 밝히기에 사전이라는 책입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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