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고이 돌보는 길
[오락가락 국어사전 11] ‘호소 = 하소연’이요 ‘부차적 = 곁딸린’이면
말을 돌볼 줄 안다면 생각을 돌볼 줄 압니다. 생각을 돌볼 줄 알면서 삶이랑 살림을 돌볼 줄 알아요. 거꾸로 삶이랑 살림을 돌볼 줄 알면서 생각을 돌보고 말을 돌볼 줄 알지요. 곁에 두고 고이 아끼는 마음을 바랍니다. 말을 말답게 다루면서 즐겁게 생각을 꽃피우면 좋겠어요.
부양(扶養) :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의 생활을 돌봄
돌보다 :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 ≒ 돌아보다
보살피다 : 1.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2.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 3. 일 따위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거나 맡아서 하다
돌보는 일을 가리키는 ‘부양’이라는데, ‘돌보다’나 ‘보살피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부양 → 돌보다. 보살피다”로 다룰 만합니다. 그런데 사전은 ‘돌보다’를 ‘보살피다’로 풀이하니, 말풀이를 고쳐야겠습니다.
불만(不滿) : = 불만족
불만족(不滿足) : 마음에 흡족하지 않음
흡족(洽足) :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
만족(滿足) :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불만 = 불만족’이요, ‘불만족’은 “‘흡족’하지 않음”이라는데, ‘흡족’은 “넉넉하여 만족함”이라지요. 또 ‘만족 = 흡족’이면서 “충분하고 넉넉함”이라 하고요. 모두 돌림풀이요 겹말풀이입니다. ‘흡족·만족’은 “→ 넉넉하다. 흐뭇하다. 푸지다”로 다루고, ‘불만·불만족’은“→ 넉넉하지 않다. 흐뭇하지 않다. 푸지지 않다”로 다룰 노릇이지 싶습니다.
호소(呼訴) :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남에게 하소연함
하소연 :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함 ≒ 하소
하소 : = 하소연
한자말 ‘호소 = 하소연’입니다. “호소 → 하소연. 하소”로 다룰 노릇입니다.
제반(諸般) : 어떤 것과 관련된 모든 것 ≒ 각반(各般)
각반(各般) : 모든 범위에 걸쳐 빠짐이 없는 하나하나. ‘여러 가지’로 순화
‘제반’하고 비슷한말로 ‘각반’이 있다는데, ‘각반’은 “여러 가지”로 고쳐쓸 낱말이라고 해요. ‘제반’도 “여러 가지”로 고쳐쓸 노릇이겠지요. ‘제반·각반’은 모두 “→ 여러 가지. 모두. 모든. 온갖”으로 다룹니다.
부차적(副次的) : 주된 것이 아니라 그것에 곁딸린
곁따르다 : 1. 어떤 것에 덧붙어서 따르다 2. [북한어] 남이 하는데 옆에서 뒤따라 하다
‘-적’을 붙인 일본 말씨인 ‘부차적’은 ‘곁딸린’을 뜻한다고 해요. “부차적 → 곁딸린”으로 다뤄야겠지요. 때로는 ‘덧붙는’이나 ‘곁붙는’으로 고쳐쓸 수 있을 테고요.
장(場) : 1. 많은 사람이 모여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 지역에 따라 다르나 보통 한 달에 여섯 번 선다 2. = 시장
시장(市場) : 1.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 ≒ 시상(市上)·장(場) 2. [경제]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추상적인 영역
저자 : 1. ‘시장(市場)’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2.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가게 3.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반찬거리를 파는 작은 규모의 시장
한국말 ‘저자’는 예스러운 낱말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시장’이란 한자말을 안 쓸 수 없습니다만, ‘시장’이라는 낱말에 “≒ 시상(市上)·장(場)”처럼 한자말만 비슷한말로 붙이지 말고 “≒ 저자”처럼 함께 다루어야지 싶어요. ‘시상’ 같은 한자말은 털어도 되겠지요. 외마디 한자말 ‘장’을 놓고도 “≒ 저자. 저잣마당”으로 다루면 됩니다.
환장(換腸) : 1.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달라짐 ≒ 환심(換心)·환심장 2. 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 지경이 됨을 속되게 이르는 말
미치다 : 1.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2. (낮잡는 뜻으로)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다 3.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매우 괴로워하다 4.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미치고 환장한다”라 말하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환장하다 = 미치다’입니다. ‘환장’은 “→ 미치다”로 다루면 돼요. ‘환심(換心)·환심장’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사용(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 ‘부림’, ‘씀’으로 순화
사용하다(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쓰다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하다
‘사용’이라고만 할 적에는 ‘부림·씀’으로 고쳐쓰라는 풀이를 달지만, ‘사용하다’라고 할 적에는 고쳐쓰라는 풀이가 없습니다. 얄궂어요. ‘사용·사용하다’ 모두 “→ 부리다. 쓰다. 다루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조반(朝飯) : = 아침밥
아침밥 : 아침 끼니로 먹는 밥 ≒ 올밥·조반(朝飯)·조식(早食)·조식(朝食)
아침에 먹어 ‘아침밥’이에요. ‘조반’은 사전에서 털 노릇입니다. 그런데 ‘아침밥’이라는 낱말에 “조반(朝飯)·조식(早食)·조식(朝食)” 같은 비슷한말을 잇달아 붙이네요.‘조반’도 ‘조식’도 사전에서 털어내기를 바랍니다.
휴양(休養) : 1. 편안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보양함 2. 조세를 가볍게 하여 민력(民力)을 기름
휴식(休息) :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 휴사(休舍)
쉬다 : 1.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쉰다고 하기에 ‘쉬다’예요. ‘휴양·휴식’이라 하지 않아도 되고 ‘휴사’ 같은 한자말을 사전에 더 실어야 하지 않습니다. ‘휴양·휴식’을 굳이 사전에 실으려 한다면 “→ 쉬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