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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 - 자연을 아는 만큼 삶이 성숙한다 ㅣ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29
손석춘.신나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8년 4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347
100조가 넘는 세포를 품은 놀라운 사람
―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
손석춘·신나미
철수와영희, 2018.4.11.
우리 조상들은 은하수를 용(미르)이 노는 냇물이라는 의미로 미리내라고 불렀습니다. (23쪽)
뭇별로 총총한 이유는 별들 사이의 거리가 생략된 채 모든 별빛이 우리에게 보이기 때문이지요. 3차원 공간에 있는 별들을 평면상에서 보는 셈입니다. (28쪽)
별 또한 인간이 그렇듯이 태어나지요. (29쪽)
서른 해쯤 앞서 어린 날, 시골집에서 밤하늘 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자갈 같은 돌이 번쩍번쩍하면서 쏟아질 듯했거든요. 그렇게 많은 별을 그때 처음 보았어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던 자갈 같은 별잔치였습니다. 다만 어릴 적에는 ‘미리내·별내’ 같은 말은 못 듣고 ‘은하수’라는 말만 들었기에, ‘은하수’가 왜 은하수인지 몰랐어요.
어릴 적을 더 돌아보면, 도시에서 살다가 어머니 아버지 따라 시골집에 갔을 적에 밤길이 안 보인다고 여겼어요. 그때 시골 어르신이나 사촌형은 빙그레 웃으면서 “조금 기다려 봐. 다 보일 테니까.” 하고 말했어요. 등불을 안 켜고 조금만 기다리면 다 보인다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는데, 참말로 몇 분 지나고 보니 등불 없이도 밤길이 다 보였어요.
어린 날을 지나 어른이 되고 ‘은하수’라는 한자말이 ‘별내’를 가리킬 뿐이며, ‘별내 = 별 + 냇물’인 줄 알아챕니다. 이러면서 어릴 적 본 밤하늘을 되새기고, 오늘 시골집에서 살며 마주하는 밤하늘을 다시 생각하니, 오랜 옛날부터 밤별을 ‘마치 냇물처럼 별이 흐른다’고 여길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과학자들이 자연 현상에 세세하게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그래야 다른 과학자들과 연구 과정이나 연구 성과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5쪽)
인간이 밤하늘에서 관측 가능한 천체는 우주의 1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76쪽)
지구의 자전이 바로 우리의 하루입니다. 정확히는 23시간 56분을 주기로 자전하는데요, 23.5도 기울어져서 돕니다. (94쪽)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손석춘·신나미, 철수와영희, 2018)를 읽으며 별과 하늘과 우주와 과학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웬만한 곳에서는 밤에 별이 아닌 전깃불을 봅니다. 밤에 전깃불에 기대어 길을 가는 만큼, 전깃불 없는 곳에서 자동차를 몰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달린다고 하면, 매우 아찔하리라 여겨요. 길을 못 찾겠다고 할 만하지요.
그런데 옛날에는 등불 하나 없이 별빛으로도 환해서 길을 잘 갔구나 싶어요. 더욱이 별자리를 살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잘 가눌 수 있었을 테고요. 구름이 없어 별이 환하면 별에 기댑니다. 구름이 끼어 별이 없으면 바람을 읽지요. 철마다 바람이 다르고, 밤낮으로 바람이 달라요. 그래서 철하고 밤낮을 헤아려서 바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부는가를 읽으며 길을 찾을 만합니다.
오늘 우리는 길찾는 기계를 두어 길을 가곤 해요. 길찾는 기계도 틀림없이 과학입니다. 위성을 쓰고 통신을 다루는 과학이지요. 그렇다면 하늘에 가득한 별자리를 읽고, 철바람이나 밤바람을 읽는 눈썰미는 무엇일까요? 이 또한 과학 아닐까요?
이름으로 나누고 있을 뿐 바다는 하나로 이어져 있지요. 바다는 육지와도 강물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112쪽)
우람한 공룡은 6500만 년 전에 홀연히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공룡이 멸종했을 때, 바다에 살아 있던 생물종의 60∼75퍼센트도 사라졌지요. (160쪽)
오늘날에는 ‘기상학’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이 기상학이란 날씨하고 철을 읽는 과학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옛사람이 바람이며 비이며 눈이며 구름이며 해를 읽는 눈썰미도 과학이었다는 뜻이에요. 뱃사람이 물살이며 바람이며 별을 읽는 눈썰미도 과학일 테고요.
흙을 지으려고 어느 때에 어떤 씨앗을 어떻게 뿌리고, 어떻게 돌보아, 어떻게 거두느냐도 과학입니다. 자동차나 손전화도 셈틀도 과학입니다만, 호미나 낫도 과학이에요. 어떻게 하면 땅을 잘 파거나 풀을 잘 벨 수 있나를 살펴서 지은 모든 연장도 과학이거든요.
다만 과학이라고 할 적에 삶터나 때에 따라서 조금씩 바뀝니다. 오늘날에는 전기를 다루면서 기계를 부리는 과학이 널리 퍼졌다면, 옛날에는 전기나 기계를 덜 부리고 우리 몸으로 알아차리고 우리 마음으로 읽어내는 과학이 있었다고 할 만해요.
건강한 어른의 몸에 세포는 100조 개 가까이 됩니다 … 세포 한 개가 하는 일을 현대 문명의 화학공장이 대신한다면,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사당만 한 시설을 건설해야 한답니다. (174쪽)
‘호흡’은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숨쉬기’라고 이해하지만, 호흡의 과학적 의미는 숨쉬기뿐만 아니라 세포에서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187쪽)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는 ‘과학’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를 푸름이가 알도록 이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와 책에 적힌 과학을 넘어, 우리 삶을 이루고 우리 삶터에 두루 흐르는 모든 과학을 읽는 마음을 알려주는 인문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을 쉬는 결에도 함께 있는 과학을 생각하도록 북돋웁니다. 우리 몸을 이룬다는 100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세포가 무엇인가를 살펴보도록 북돋웁니다. 세포 하나가 하는 엄청난 일을 떠올리면서, 이런 엄청난 세포가 100조씩 있는 우리 몸이란, 나하고 너란, 참말 얼마나 대단한 숨결인가를 헤아리도록 북돋아요.
오늘날 생명과학에서는 우리 몸을 이루는 이 어마어마한 세포가 며칠 지나면 모두 죽고 새로 태어난다는 대목까지 밝힙니다. 이레나 열흘쯤 지나면 옛날 세포는 우리 몸에 하나도 없대요. 이렇게 하나하나 밝히는 오늘날 여러 갈래 과학은 우리 몸뿐 아니라 마음과 삶을 새롭게 읽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어요. 넘어져서 까진 자리가 며칠 뒤에 아무는 까닭, 생채기에서 고름이 빠지고 말끔히 낫는 까닭도 ‘세포 과학’으로 새삼스레 돌아볼 수 있습니다.
과학이 물질로 구성된 뇌와 마음 사이를 아직 다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그만큼 신비로워서입니다 … 사람의 마음은 우주의 위대한 기적입니다. (201쪽)
사람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된 사랑으로 결합이 이뤄지고 그때 수정됩니다. 사람의 몸 안에서 새로운 사람의 몸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219쪽)
그리고 《10대와 통하는 과학 이야기》는 우리가 과학을 배우거나 살피거나 다룰 적에 잊기 쉬운 대목을 찬찬히 짚어 줍니다. 아무리 눈부시게 발돋움한 현대과학이라 하더라도 ‘밝힌 수수께끼’보다 ‘못 밝힌 수수께끼’가 훨씬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덧붙여 삶을 이루거나 과학에서 이론이나 물질을 넘어 ‘마음하고 사랑’을 눈여겨보면서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리가 태어난 놀라운 과학이란, ‘세포 수정’을 넘어 ‘서로 사랑한 어머니하고 아버지 마음’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요즈음 과학이라고 하면 으레 연구실이나 실험실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과학이란 늘 우리 삶자리에 있다고 할 만합니다. 부엌에 과학이 있고, 마당에 과학이 있어요. 들에 숲에 바다에 과학이 있지요. 김치도 젓갈도 과학이에요. 국수도 달걀부침도 과학이고, 깨바심을 해서 참기름을 얻는 살림도 과학이에요. 바구니 짜기나 뜨개질도 과학이고, 베틀도 물레도 과학입니다.
과학은 삶에 이바지하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예나 이제나 살림자리에 바탕이 되는 즐거운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18.4.1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