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13.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
루이지 피란델로 글/김효정 옮김, 최측의농간, 2018.3.30.

  새벽 네 시 무렵 일어나서 하루를 연다. 오늘은 대구 불로어울림도서관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마실길을 나선다. 부엌일을 하고, 마당을 돌아보고, 방을 살핀 뒤에 등짐을 꾸린다. 아침 일곱 시에 집을 나섰고, 순천하고 진주를 거쳐 대구에 닿으니 열두 시. 제법 일찍 닿는구나. 이튿날 돌아갈 적에는 기차를 탈까 싶다.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움직이면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를 읽어낸다. 조금씩 읽고 눈을 붙이다가, 대구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서 마지막 쪽을 덮었다. 참 재미나면서 멋진 책이라고 느낀다. 내가 나 아닌 어떤 숨결인가를 찾고 싶은 사람이, 내가 나이면서 끝없이 많은 새로운 너이기도 할 수 있는 줄 깨달으면서 이 땅에 오늘 이 몸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뜻을 캐고 싶은 줄거리가 상냥하다. 최측의농간 출판사는 이런 책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이런 놀라운 책을 한국말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 참으로 신나게 읽은 책이라, 다 읽고 지하철에서 내린 뒤에 출판사 지기님한테 ‘이런 멋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힘써 주셔서 고맙다’는 뜻을 보냈다. 참말 그렇다. 스스로 찾고 살펴서 알아낸 이야기를 찬찬히 적바림하여 펴내는 책 하나란 이웃이 다른 이웃한테 베푸는 엄청난 선물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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