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7


 


  한국말사전에 없는 한자말인 ‘식감(食感)’입니다. 이 낱말을 요즈음 들어 무척 널리 쓰는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곧 사전에 새 낱말로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살짝 아리송합니다. “먹는 느낌”을 한국말로는 ‘맛’이라 나타내거든요.


  ‘맛’을 놓고 ‘입맛·밥맛’처럼 쓰기도 하고, ‘먹는맛·씹는맛’처럼 쓰기도 합니다. ‘맛깔스럽다·감칠맛’ 같은 낱말이 있어요. 굳이 ‘식감(食感)’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끌어들여서 써야 할 까닭은 없지 싶습니다.


  ‘맛’을 ‘입맛·밥맛’처럼 쓰듯이 ‘혀맛·코맛·눈맛·귀맛’처럼 갈라 볼 만합니다. 혀에 닿는 맛하고, 입에 넣는 맛은 다를 테며, 눈으로 보는 맛하고 귀로 듣는 맛도 다르거든요. ‘먹는맛·씹는맛’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는맛·듣는맛’이라든지 ‘손맛·그릇맛’이나 ‘녹는맛·말린맛’처럼 새로운 맛을 알맞게 나타내 보아도 어울립니다.


  “딱딱한 식감이 싫다”는 “딱딱한 맛이 싫다”나 “딱딱하니 싫다”로 손볼 만합니다. “새로운 식감으로 맛나게”는 “새로운 맛으로”나 “새로우며 맛나게”로 손보고, “말랑한 식감”은 “말랑한 맛”이나 “말랑함”으로 손봅니다.


  맛은 먹을 적에 느끼기도 하고, 글이나 말에서 느끼기도 합니다. ‘글맛·말맛’이에요. 책은 ‘책맛’이고, 영화는 ‘영화맛’이겠지요. ‘자전거맛’이나 ‘바다맛’이나 ‘들맛’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마실맛·골목맛’이 있을 테고, ‘그림맛·사진맛’이 있을 테지요.


  살아가며 누리기에 ‘삶맛’입니다. 살림하며 나누기에 ‘살림맛’이에요. 사랑하는 하루라면 ‘사랑맛’이요, ‘꿈맛·믿음맛’을 비롯해서 ‘노래맛·춤맛’처럼 갖가지 맛으로 뻗습니다.


  이야기맛은 어떤가요? 웃음맛이나 눈물맛은 어떻지요?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맛을 느낍니다. 배를 채우면서도, 삶을 지으면서도, 말을 하면서도, 상냥하거나 즐겁게 어우러지면서도 새롭게 맛을 키웁니다. 2018.4.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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