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4.


《실수왕 도시오》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7.4.10.



  무엇을 해도 고꾸라질 수 있다. 애써 해 보지만 엉망이 될 수 있다. 아주 천천히 글씨를 그리려 하지만 영 삐뚤빼뚤 날림이 될 수 있다. 밥을 지었다 하면 태우거나 설익을 수 있고, 바느질을 할라치면 손가락만 찌를 수 있다. 길을 걸었다 하면 넘어지거나 부딪히기 일쑤요, 들고 가던 짐을 흘리거나 쏟을 수 있다. 이런 아이가 있으며, 이런 어른이 있다. 그림책 《실수왕 도시오》는 어릴 적부터 잘못투성이로 자랐다고 하는 그린이 어린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그린이는 누나들한테서 늘 ‘실수왕’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실수왕’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느라 더 큰 잘못투성이가 되었을는지 모른다.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따지지 않는다면,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울고 잘 자고 잘 큰다고 하는 대목을 눈여겨볼 수 있다면, 어쩌다 잘못하거나 자주 엎어지더라도 부드러이 받아넘길 만하지 싶다. 넘어져도 일어서서 걷는 아기는, 서서 걷는 기쁨을 알기 때문에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도 ‘자라는 기쁨’이며 ‘스스로 부딪히고 다시 하는 기쁨’을 마주하면서 씩씩하게 삶길을 걸을 테지. 그리고 어릴 적 늘 헤매던 몸짓이 있었기에 오늘날 아이들한테 기운을 북돋울 그림책을 그렸을 테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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