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친구의 일을 도와주었다. 친구는 CCTV 카메라, 감지센서 기기를 설치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CCTV 카메라를 설치한 절이나 공공기관에 찾아가서 부품을 정기적으로 점검도 한다. 나는 친구와 같이 점검하는 일을 했다. 친구의 말로는 정기 점검하는 날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하루에 절 두세 곳을 찾아가 혼자 점검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절 내부의 건물이 많고, 절의 구역이 넓을수록 CCTV 카메라 개수가 많아진다. 절 한 곳당 적어도 카메라가 13개다. 13개의 CCTV 카메라 그리고 감지센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 많은 것을 혼자 하면 한 시간 반 걸린다. 점검하는 도중에 기계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간이 지체된다. 가야 할 절이 전국 곳곳에 있어서 회사용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한다.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피곤하다. 그래서 정기 점검하는 날이 오면 친구가 나에게 부탁한다. 친구의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기계를 만질 일이 없다. 그냥 친구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어제는 절 세 군데를 점검했다. 경북 의성에 있는 절 두 곳, 경남 합천에 있는 절 한 곳. 맨 처음 간 절은 의성의 대○사. 절 건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CCTV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는 기계는 종무소에 있다. 제일 먼저 종무소에 가서 화면 상태를 확인한다. 종무소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반가운 것들을 만났다.

 

 

 

 

 

방 한쪽에 엄청난 양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절에서 많은 양의 책을 보게 되다니. 책 무더기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책이다!’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책 열 권씩 끈에 묶여 있었다. CCTV 카메라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듯이 내 두 눈도 자연스럽게 책등을 주시하면서 확인하고 있었다. 눈앞에 읽을 만한 책이 하나씩 보였다. 이 많은 책을 소장한 주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큰스님, 주지스님 중 한 분이 차곡차곡 책 탑을 쌓으셨다. 불교 경전이나 불교 관련 서적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온통 불교 서적이었으면 내가 책 탑을 유심히 관찰할 이유가 없다. 스님의 독서 편력이 예사롭지 않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동문선 현대·문예신서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도 있었다.

 

 

 

 

 

 

 

책의 분야가 다양했다. 철학, 종교학, 각종 종교 사상 서적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아마도 스님은 불교부터 시작하여 더 나아가 철학, 종교학까지 살피면서 독서로 수행하셨나 보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에는 서양 문학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89번째 책이 《위대한 개츠비 / 롤리타》다. 국내 세계문학 전집 사상 가장 특이한 작품 조합이다. 이 두 편의 작품을 쓴 작가는 정말 유명하다. 그렇지만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정보가 없다. 피츠제럴드와 나보코프는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였으나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 러시아 출신의 나보코프는 1919년에 유럽으로 망명하여 20년 가까이 유럽에서만 생활했다. 1940년에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그 해에 피츠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서로 어색한 두 편의 소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 절에서 보게 되니까 기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스님도 ‘롤리타’를 읽어봤을까. ‘위대한 개츠비’와 ‘롤리타’ 조합보다 ‘롤리타’를 읽는 스님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더 이상하다. 이것이야말로 불심파괴. 동서문화사판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발견했다. 성(性)을 대담하게 표현한 걸작들이 스님한테 걸리면 색에 대한 욕심을 부추기는 잡스러운 책이 된다. 수행에 맞지 않는 책은 불쏘시개가 되어 생을 마감했을 텐데 용케도 살아남았다.

 

절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검하는 날에는 식당, 분식점, 중화 반점에서 점심을 때운다. 우리 같은 외부 손님에게 따뜻한 차나 음료수를 주는 스님은 많았지만, 음식까지 대접하는 건 대○사 주지스님이 처음이다. 대○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원주(院主)님의 요리 실력이 대단했다. 무청 된장국, 김치전, 감자전, 고추 장아찌, 돼지껍질 김치볶음, 파래무침, 배추김치, 냉이 무침 그리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동치미. 어제 먹은 반찬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군침이 생긴다. 주지스님은 우리에게 밥을 더 먹으라고 권했다. 밥 두 공기에 잔반 없이 다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난 뒤에 원주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원주님이 큰스님을 먼저 언급했다. 어제 큰스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큰스님은 특별한 일 때문에 다른 절에 가셨기 때문이었다. 큰스님이 주지스님, 원주님보다 대○사에 가장 오래 머무른 분이다. 큰스님은 37세 때 대○사에 처음 정착해서 14년 동안 쭉 계셨다고 한다. 큰스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종무소에 있는 책의 주인이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원주님과의 대화를 오래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서재를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책 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렇게 대○사와 이별했다. 어제 대○사에서 발견한 수수께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에 다시 오지 않는 이상, 내 기억 속 미제로 남는다. 책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그가 책을 읽으려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책의 주인은 자신을 향해 이러쿵저러쿵할 속세의 소리를 멀리하려고 책 탑을 쌓았을 것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이 모든 책을 끌어안을 듯하다. 그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결정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깨침을 얻은 책 탑의 주인은 세상 떠날 일을 대비하여 서책을 가지런히 쌓아 놓았다. 올 때부터 몸뚱어리 하나 달랑 가져온 사람이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친 성철 스님의 준엄한 말씀이 내 마음 속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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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5-12-10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니 법정 스님의 글이 생각나네요. 출가 초기 스님은 세속의 책을 잊지 못해 무척 연연해 했었죠. 그러다 무슨 계긴가로 읽던 책을 불태우고 그 연연함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님께서 보신 책의 주인되는 분도 그와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참 특별한 경험을 하셨어요. ^ ^

cyrus 2015-12-11 23:26   좋아요 1 | URL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자신의 책을 신문배달부에게 전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끈으로 묶이지 않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책 주인이 이별을 단단히 준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5-12-1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12-11 23:28   좋아요 1 | URL
모든 책들이 끈으로 묶여 있어서 펼쳐 볼 수 없었어요. 책등만 보여서 사진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12-1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보니까 알라딘 중고샵에 내 놓으실 거네요 ㅋㅋ 차떼기 해오시지 그러셨어요....^^

cyrus 2015-12-11 23:33   좋아요 1 | URL
절에 외부 CCTV 카메라가 있어서 훔치다가는 절도범 되고 맙니다. ㅎㅎㅎ

오후즈음 2015-12-10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참 아름답네요,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로 책을 읽으실 스님이 참 존경스럽기까지합니다

cyrus 2015-12-11 23:35   좋아요 1 | URL
책이 많이 있는 절을 처음 봤습니다. 책 많이 읽는 스님과 친하게 지내면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5-12-1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지가 있는 분이 그정도 책을 읽는다 해서 불심이 흔들릴까..싶네요..^^
좋은 책들 ㅡ입니다.~

cyrus 2015-12-11 23:38   좋아요 1 | URL
불심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책에서 진리를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

[그장소] 2015-12-11 23:53   좋아요 0 | URL
진리만 알아야 하는건 아니죠..
지금 세상은 ...
어쩌면 ..저 책은 그저 공부에 매진하러 왔다가
출가한 사람의 것...?!^^

transient-guest 2015-12-1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리려고 쌓아놨는지 알아보고 맞다면 잭팟맞은 기분으로 다 들고왔을 것 같습니다 탐진치가 문제죠???ㅎㅎ

cyrus 2015-12-11 23:39   좋아요 1 | URL
여쭤볼 거 그랬어요. 혹시 버리는 책인지. 그러면 책 몇 권 챙겨올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1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럭 몰고 갔을 겁니다. 알짜배기 책만 있네요. 한길사 그레이트북 여유만 된다면 전집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죠....

stella.K 2015-12-1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그냥 내놓으셨을까? 어디 기증을 하거나 중고샵에 넘겨도 됐을 텐데...
다행히 임자찾아 간 것 같고, 스님들도 무소유를 실천하신 거겠지.
난 봤어도 못 가져왔을 거다. 나도 무소유를 실천 하느라.ㅋㅋ
하지만 동서문화사 책은 정말 탐난다.
어쨌든 대박이다. 축하한다!^^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아마도 기증도서로 내놓았을 것 같아요. 어제 일 때문에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려고 했어요. 좋은 책을 만나는 길조로 느꼈거든요. 오늘 사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어요. ㅎㅎㅎ

blanca 2015-12-1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너무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법정 스님 <무소유>에 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싶어요. 법정 스님이 젊은 시절 책을 좋아해서 소설책 사가지고 오셔서 읽는 장면... 가물가물해요.

cyrus 2015-12-11 23:42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이 언급한 스님의 이야기를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boooo 2015-12-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네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스님도 계시는군요. ^^

cyrus 2015-12-14 19:54   좋아요 0 | URL
스님 소유의 책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군지 몰라도 독서량이 대단합니다. ^^
 

 

 

 

             

 

 

Digital Masta (Feat. Masta Woo) - 망가진 청색 호랑이

 

 

 

 

생물학 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동물 크립티드(Cryptid)’라고 한다. 이러한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미확인동물학(Cryptozoology)’이다. 신비 동물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비 동물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전설상의 괴생물체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생물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생물이 대왕오징어다. 대왕오징어는 옛날부터 뱃사람들에게 배를 집어삼키는 전설상의 괴물로 알려졌다. 오리너구리는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학자들은 오리너구리의 실체를 부정했다. 크립티드가 실제 동물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 세계에 네시의 존재를 알리게 해준 유명한 사진.

그러나 사진 촬영자의 조작으로 밝혀졌다.

 

 

크립티드로 알려진 미확인 동물들은 소문으로만 전해져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의 설인 예티, 빅풋, 백두산 천지의 괴물 등이 크립티드에 포함된다. 영국 네스 호의 괴물 네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크립티드다. 하지만 크립티드 대부분은 허구에 가깝다. 네시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네시가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네시의 실체가 거짓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네시의 존재를 믿고 있으나 네시의 실체를 확실하게 밝혀줄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립티드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추론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확연한 증거는 없지만 카더라식의 막연한 소문과 밑도 끝도 없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단서로 삼아 크립티드를 찾으려고 한다. 과학은 정확한 자연현상이 증명되어야 한다. 신비동물학은 과학의 한 분야로 보기보다는 오컬트 분야에 더 어울린다. 사실 크립티드 목록으로 분류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렇다 보니 과학 칼럼니스트 이인식은 신비동물을 소개한 자신의 책에 페가수스, 바실리스크, 스킬라 등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미확인 동물들의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백두산 천지의 괴물, 장산 범, 청호(청색 호랑이) 등이 있다. 청호는 원래 중국에서 서식한 전설의 동물로 알려졌다. 6.25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대에 미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청호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목격담은 영국 런던동물학회 및 세계신비동물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물학자 P.N. 슈커가 처음 공개했다. (P.N. 슈커는 특이한 동물을 소개한 책을 몇 권 남겼는데, 동물들의 예지 능력을 다룬 책도 펴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비무장지대에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당 부분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의 철책선으로 차단된 곳은 동물들이 살기에 부적합하다. 비무장지대 동물들은 다른 지역의 생태계와의 교배할 수 없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은 학계에서 알려진 동물의 형태와 큰 차이가 있다. 가끔 기괴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근친교배로 태어난 동물들이 가지는 치명적 단점이다. 생전 처음 보는 야생 동물의 등장에 비무장지대 주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괴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에 비무장지대에 미지의 생물체가 목격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일단 괴물의 정체에 의심해야 한다.

 

청호는 볼 수 없어도, 서울에 있는 환상의 나라○○랜드에 가면 백호(白虎)’를 만날 수 있다. 백호는 동양권에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백호는 벵골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돌연변이다. 하얀 색깔을 발현시키는 열성 유전자에 의하여 백호가 태어난다. 야생에서 열성 인자를 가진 암컷 호랑이와 수컷 호랑이를 교접하여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래서 백호는 일반 호랑이보다 상품 가치가 높다.

 

 

 

 

 

 

기형 백호 케니 (사진출처: 뉴스원)

 

 

 

한국에서는 백호가 상서로운 동물로 추앙받고 있으나, 백호의 입장에서는 태어나선 안 될 저주받은 존재다. 백호의 흰털은 위장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사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친교배 동물의 특성상 유전병을 평생 안고 자라야 한다. 빅 캣 레스큐(Big Cat Rescue)’는 동물원의 백호 사육을 반대하는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다. 이들은 백호를 얻으려고 교배를 시도하는 동물원의 실체를 고발했다. 어제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형 백호케니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케니는 납작하게 눌러진 얼굴에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고 태어났다. 일반적인 호랑이의 모습과 다르다. 빅 캣 레스큐 관계자들은 동물원이 기형 백호를 도살 처분하고, 멀쩡하게 태어난 백호를 사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서 동물원 측은 반박한다. 기형 동물들도 사육하며 관람객들 앞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동물원 관계자의 반박을 실은 기사)

 

일부 동물원에서는 기형 동물들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해 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근친교배는 동물원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얼굴이 눌린 시츄와 털 없는 스핑크스 고양이는 인간들을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우리는 시츄와 스핑크스 고양이를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심각한 병에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만큼 수명도 짧아진다. 유전병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태어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려동물 판매업자들에게는 허약한 기형 반려동물은 상품 가치가 없다. 이들을 돌봐 줄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케니 이야기를 처음 소개한 언론 매체의 기자는 헤드라인에 흉물 괴수 케니라고 썼다. 기자의 언어 선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특이한 모습의 동물을 만나면 위험한 괴물로 취급했다. 인간에게 위협한 적이 없음에도 이들은 괴물이라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다. 그들의 가죽은 인간들 앞에 전시되었다. 인간의 선택으로 태어난 근친교배 동물들은 버림받다가 인간의 선택에 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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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상영하는 `하트 오브 더 씨-모비딕`과 앞으로 상영할 `대호`를 보고 싶어집니다.

cyrus 2015-12-10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이제스터님의 댓글을 처음 봤을 때, ‘대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설 ‘대호’인 줄 알았어요. ‘하트 오브 더 씨’를 보고 나서야 영화 ‘대호’가 생각났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5-12-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사진 보았는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소한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태어난 거니까요.
cyrus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cyrus 2015-12-10 18:34   좋아요 0 | URL
아직도 백호를 호랑이의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호를 신기한 동물로 여깁니다.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감은빛 2015-12-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참 좋은데요.
`미확인동물학`이란 학문이 실제로 있군요.
사진의 저 백호는 참 딱하네요.
반려동물에 대한 말씀에도 완전 공감합니다!

cyrus 2015-12-10 18:36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자란 백호는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 전시한다고 하더군요.

살리미 2015-12-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뚤어진 동물 사랑이 많죠 ㅠㅠ 새끼만 낳다가 죽는 개들 보면 너무 끔찍하잖아요. 저도 고슴도치를 키웠었는데 그 귀여운 모습도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낸 거라 하더라고요. 야생 고슴도치는 정말 못생겼대요.제가 데려온 아이도 아마 근친교배로 태어난 무녀리같은 아이였는지 자라지도 않고 오래 못살고 세상을 떠나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후론 애들이 아무리 성화를 해도 생명을 키우는 일은 함부로 못하겠더라고요.

cyrus 2015-12-10 18:38   좋아요 0 | URL
고슴도치의 경우는 처음 알았습니다. 고슴도치까지 근친교배 대상 동물일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귀여운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동물농장>을 챙겨봤는데,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니까 씁쓸합니다. <동물농장> 제작진이 이런 심각한 문제를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15-12-09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반려견입니다. 보통 순종을 고집하는 편이고, 실제로 진돗개의 경우 참 똑똑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데요, 순종의 경우 소위 말하는 섞인 애들보다 훨씬 유전병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진돗개를 네 마리를 키우다고 이제 다 가고 한 마리만 남았는데, 한 동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시 데려오게 되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friendly한 녀석을 찾을 생각이에요.

cyrus 2015-12-10 18:39   좋아요 0 | URL
프렌들리한 반려견을 만나게 되면 사진 공개해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 산책 시키는데 누가 오더니 자기도 같은 종을 키운다며 족보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족보가 뭐냐 했더니 자기는 개를 120만 원 주고 샀다고, 족보를 얻기 위해서....
굉장히 웃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족보까지 사면서 그렇게 순종을 원할까 ? 그런 생각...
그 사람은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족보가 있다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yrus 2015-12-10 18:43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은 자신의 개를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요. 품종 좋은 개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 앞에 보여줘야 제법 잘 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네요. 그런 사람은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많지 않을 겁니다.

카스피 2015-12-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이사진 봤는데 호랑이가 호랑이 답지 못한 모습이라 넘 가슴이 아프더군요.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원래 뉴스 기사에 보면 일반 호랑이와 같이 앉은 사진이 있습니다. 외형이 너무 차이가 나서 백호가 집단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간서치 2015-12-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자연의 일하게 두고 사람이 할일을 해야하는데..인간의 욕심이 생명을 자유로이 하려한다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cyrus 2015-12-10 20:25   좋아요 0 | URL
인간의 편견이 만든 우생학이 동물마저 희생하게 만들어요. 건강하고 멋진 동물은 전시용으로 만들고, 천성적으로 몸이 허약한 동물은 야박하게 대하는 태도가 우생학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건강한 것만 살아남는 거죠.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는 분(알라딘 또는 북플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신입회원), 또는 현재 저와 북플 ‘친구’인 이웃 블로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북플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제 블로그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플로 저를 ‘친구신청’ 하는 분들, 저의 부족한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익명의 상대방이 저에게 먼저 ‘친구’ 요청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락합니다. 일면도 없는 사람에게 먼저 친분을 표시하는 건 정말 용기 있는 일입니다. 저는 페이스북, 북플 계정을 만들면서 상대방에게 ‘친구’ 요청한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만난 분들을 SNS에서 만나면 제가 반가워서 먼저 ‘친구’ 하자고 달려듭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직접 ‘친구’ 요청하는 건 간단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어려워합니다.

 

상대방의 ‘친구’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먼저 파악합니다. 상대방이 평소 SNS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확인합니다. 북플 같은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 ‘읽은 책’ 목록이나 서평을 확인합니다.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죠. 북플 친구로 맺은 이웃들의 관심사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클래식을 즐겨 듣는 분도 있고, 어린이 동화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독서 취향과 완전히 다르더라도 친구 요청을 수락합니다. 평소에 제가 잘 몰랐던 분야의 책을 알 수 있으니까요.

 

북플에 처음 가입하신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기 전에 제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확인해주세요. 블로그에 있는 글이 너무 많아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힘드실 거예요. 사실 저도 몰라요. 그냥 책 자체를 좋아해요.

 

 

제 블로그의 특징을 알려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일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가끔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쓸 때가 많지만, 대부분 책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웬만하면 일상과 관련된 글은 안 쓰려고 합니다. 사진도 올리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가 인스타그램처럼 되는 걸 싫어합니다. 제 블로그는 재미없어요. 책 이야기뿐이에요. 짧고 재미있는 글, 사진 위주의 글에 익숙한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2. 신간도서에 관한 글이 많지 않아요. 저는 로자님처럼 책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로자님처럼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글은 적지 않습니다. 신간도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도 새 책 엄청나게 좋아해요. 알라딘에 로자님 이외에도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블로거가 많습니다. 저를 이런 유형의 블로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착각한 겁니다. 저는 ‘안 읽은 책’, ‘읽어보고 싶은 책’에 관한 글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무조건 ‘읽은 책’에 관한 글을 씁니다. 신간도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분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3. 앞서 언급했지만, 저는 아무 책이나 다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도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한국소설’ 같은 분야의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들뢰즈나 지젝 같은 철학자의 이름만 들어도 저는 벌써 겁이 납니다. 책을 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수준 높은 책 또한 안 읽습니다. 편식 독서, 잡식성 독서가 심해서 제대로 읽은 책이 많지 않습니다. 제 블로그는 ‘속 빈 강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대단한 놈으로 생각하고 ‘친구신청’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인 겁니다. 글 한 편 쓰면 A4 2장을 채웁니다. 좀 더 많이 쓰면 A4 3장이 됩니다. A4 1장 채우는 분량의 글을 쓸 때가 있지만, 드뭅니다. 내용이 긴 글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져요. 시력 보호가 우선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긴 글을 5분 이상 읽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후회합니다.

 

 

 

가끔 제게 먼저 ‘친구신청’ 한 분들이 갑자기 ‘친구’ 관계를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 실망해서 ‘친구’ 관계를 끊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저를 ‘친구신청’하기 전에 제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살펴봐 주세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저를 ‘친구신청’ 하지 마세요. 저와 ‘친구’ 관계인 이웃분들도 1번부터 4번까지의 소개문을 읽고,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친구’ 관계를 끊으셔도 됩니다. 억지로 제 글을 읽는다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의 논지가 어긋나면 비판해도 좋습니다. 저는 근거 있는 비판과 지적을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댓글을 단 한 번도 삭제한 적도 없고, 상대방의 비판 의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면 허점이 많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독서모임 아니면 책 이야기 할 때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책 한 권으로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루한 잡문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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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2-0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거고 보고싶은 것을 봅니다.
길어도 호기심이 이끄는 것은 읽기마련이고요 .

cyrus 2015-12-08 18:26   좋아요 1 | URL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겸손해져야겠습니다. ^^

[그장소] 2015-12-08 18:31   좋아요 1 | URL
지금도 충분하십니다..^^
어디까지 땅굴을 파실 요량이십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좋네요. 바로 그 점에 사이러스 님의 장점입니다. 신간 위주로 책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아까운 책을 소개하는 쪽이 더 유익하죠...

cyrus 2015-12-08 18:2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실 제 글의 장점이 뭔지 진짜 몰랐어요.

saint236 2015-12-07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이러스님 답습니다

cyrus 2015-12-08 18:28   좋아요 1 | URL
오늘 이 글을 다시 보니까 부끄럽네요. ^^;;

sslmo 2015-12-07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좋아요 누르고 부추겨 주시는 분 대환영입니다여~^^

cyrus 2015-12-08 18:29   좋아요 2 | URL
고마운 분들이에요.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제가 적립금 못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

서니데이 2015-12-0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읽고, 친구신청 하지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했답니다.
cyrus님 서재에 대한 설명문이었네요. ^^;

cyrus 2015-12-08 18:30   좋아요 1 | URL
이미 했잖습니까? ㅎㅎㅎ

물고기자리 2015-12-07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글의 길이는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짧아도 의사전달이 잘 되는 글이 있고, 충분한 설명이나 감상 덕분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cyrus 님 글의 장점은 사회책을 읽는 것 같은 건조한 서술에 있는데(제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칭찬입니다^^), 저처럼 스스로가 다소 감정 과잉인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글을 기분 좋게 읽거든요ㅎ cyrus 님의 글은 지적인 호기심이나 관심 때문 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읽기에 수월한 형식이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cyrus 2015-12-08 18:32   좋아요 0 | URL
진지하게 제 글을 평가해주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해주십시오. ^^

2015-12-08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5-12-08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이런 글만 봐도 cyrus님이 참으로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아..그리고 저는 긴 글을 좋아해요.^^

cyrus 2015-12-08 18:40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이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데, 칭찬을 제가 받으니 조금 낯선데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2-08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도 친절하신 cyrus님이라니요.ㅎㅎ 저는 초기에 초딩이 다는 듯한 이상한 댓글을 보면 그냥 지워버리곤 했습니다.ㅎㅎ 그러다가 이제는 회원이 아니면 댓글남기지 못하게 막았구요. 엊그제 어떤 서친글에 일베초딩의 댓글스러운 글이 달린걸 보면 여기도 일베청정구역은 아닌 듯 합니다.ㅎ

cyrus 2015-12-08 18:43   좋아요 0 | URL
네, 가끔 답 없는 친구들이 장난식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달 때가 있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을 생각하면 알라딘은 청청구역이에요.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일단 상대방을 깔려면 그 상대방이 쓴 글을 먹잇감으로 삼아서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합니다. 말 그대로 전쟁을 하자고 신청하는 동시에 아군들(페친)에게 선포하는 거죠.

transient-guest 2015-12-09 08:07   좋아요 0 | URL
제가 페북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라서 잘은 모르는데, 그렇게 악용되기도 하는군요. 정말 피곤한 세상입니다. 키베를 뜨기에는 너무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원체 실시간으로 누구랑 싸우는걸 싫어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5-12-08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절교선언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 호호

그런데 정말 어느날 친구 숫자가 줄었을 때는
왜 친구관계를 끊었을까 궁금하긴 궁금해요...무언가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 ^^

cyrus 2015-12-08 18:44   좋아요 0 | URL
떠나려는 사람 붙잡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5-12-0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글 너무 좋아요.

사이러스님이 책과 관련된 페이퍼만 주로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이런 글을 올릴 때는 친밀감이 들어서 더욱 좋으니, 이걸 어쩌죠... ㅋㅋ

cyrus 2015-12-08 18:46   좋아요 0 | URL
일상적인 소재의 글도 써주고 해야 하는데, 책 이야기가 없으면 어색해요. 서평을 쓰는 게 편해요. 이래서 에세이를 잘 쓰지 못해요. ㅠㅠ 지금 어제 쓴 글을 다시 보니까 민망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12-0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현실과 주관의 끝없는 넘 나듬인 것 같습니다. 제 북플 시작은 온전히 사이러스님 때문인데, 모르셨죠? ㅎㅎ

cyrus 2015-12-08 20:15   좋아요 1 | URL
감동 받았습니다. ㅠㅠ 다이제스터님 같은 분들을 위해서 글을 잘 써야겠습니다.

감은빛 2015-12-0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일상에 대한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저 쓸데없이 긴 일상을 계속 올립니다.

2. 신간도서를 간혹 들먹입니다. 주로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변명과 핑계가 대부분입니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가끔 씁니다.

3. 독서 편식이 심합니다. 경제, 에세이 등은 잘 읽지 않습니다.

4. 제 글은 길어요. 내용도 별로 없으면서 쓸데없이 길어요.

시루스님 서재와 제 서재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네요.

정말 재치가 넘치시네요! ^^

cyrus 2015-12-10 18:46   좋아요 0 | URL
나이, 성별 불문 없이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

단발머리 2015-12-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러권의 책을, 골고루 읽으시는 님의 독서취향에 `좋아요~~` 합니다.

친구 취소,는 진짜 별로죠. 이름바꿨으면 좋겠어요.
너무 쉽게 친구되고, 너무 쉽게 친구관계가 끊어지니까요.

적당한 말이.... 뭐가 있을까요? ㅎㅎㅎ

cyrus 2015-12-10 18:48   좋아요 0 | URL
예전 시절이 좋았어요. ‘좋아요’를 한 ‘친구’ 닉네임까지 공개되니까 신경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웃’이라고 씁니다. 이 호칭도 계속 쓰면 어색하긴 해요. ㅎㅎㅎ

게으른독서가 2015-12-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SNS에서 친구 신청해주세요, 좋아요 좀 눌러주세요,란 글만 보다가 친구 신청하지 말아달라는 cyrus님의 글을 읽으면서 괜히 읏음이 났어요. 이렇게 정중하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말이죠. 비결이 뭔가요? ㅎㅎ

cyrus 2015-12-10 18:51   좋아요 0 | URL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ㅎㅎㅎ 그냥 솔직하게 밝혔을 뿐이에요. 예전에 페이스북에 한창 빠졌을 때, 상대방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서 답답했어요. 항상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진짜 나의 모습이 뭔지 몰랐어요. 가끔 ‘나는 이렇다’라고 허점까지 솔직하게 알리면 속이 시원합니다. ^^

2015-12-0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서치 2015-12-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사실 전 님의 글을 읽지 않고 친구 신청을 한 케이스 인데요.. 친구 신청 후 올라온 책들을 보면서 제가 잘 안보는 책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들에 관심 있으시구나.. 하면서 하나둘씩 글을 읽었던 것 같아요. 전 님의 글이 좋아서 좋아요를 누르싶고요 또 계속 친구하고 싶어요~~~

cyrus 2015-12-10 20:23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많은 이웃분들 덕분에 제 독서 편식의 심각성을 알게 됩니다. 간서치님도 책 소개 많이 해주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할 때 올려도 좋아요. ^^

인디언밥 2015-12-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놓치지 않을 거에염~~~ ㅋㅋㅋ

cyrus 2015-12-24 21: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풀꽃놀이 2015-1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이 글을 읽고.. 친구 신청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북플을 책계부 정도로 이용하고 있는 처지라 부끄럽습니다만...cyrus님의 글이 몹시 사랑스럽네요~~(아! 오글!)

cyrus 2015-12-24 21:1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풀꽃놀이님도 좋은 책 많이 알려주세요. 제 글에 싫증이 나면 조용히 친구설정 해제하면 됩니다. ^^

블랑코 2016-07-07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방금 친구 신청한 회원인데요. 사이러스님 여러 글 읽어보고 신청했습니다. 전 친구 신청이란 말이 좀 어색해요. 제 경우 읽고픈 글이 많은 분, 제가 좋아하는 장르 책 많이 읽는 분 위주로 팔로잉한다고 생각하고 신청합니다. rss 구독처럼 잊지 않고 올리신 글들 받아보고 싶어서요. 사이러스님 글도 받아보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

cyrus 2016-07-07 08:3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랑코님. 장르문학 전자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저도 장르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블랑코님만큼 많이 읽지 않습니다. 장르문학에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독자입니다. 재미있는 장르소설 많이 알려주세요. ^^
 
그릇에 대하여

 

 

 

 

그릇은 인간 됨됨이에 대한 은유이다. 평생 대접받기를 원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곰곰생각하는발의 그릇에 대하여중에서)

 

나는 동시대 함께 살아있는 작가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싶습니다. 죽고 난 후 작가는 자기 작품에서 손이 떠납니다. 떠나버린 작가의 허울 같은 작품이야 남겠지만 작가의 살아있는 온기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에 귀를 열고 눈으로 듣는 그런 활동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yureka01동시대를 함께 사는 작가들중에서)

 

    

 

 

세상에 수많은 그릇이 있다. 재료에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놋쇠·플라스틱·나무·자기로 나뉘고, 용도에 따라 밥그릇·접시 등으로 분류된다. 그것뿐이 아니다. 혼자의 힘으로 들 수 없을 만큼 큰 용기도 있고, 물 한 방울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 그릇도 있다. 사람의 능력은 곧잘 그릇에 비유된다. 큰 그릇은 능력이 크고, 작은 그릇은 능력이 작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릇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듯이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다. 아무리 값비싼 좋은 그릇이라도 개밥을 담으면 개밥그릇이 된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담고 비운 그릇을 깨끗이 씻는다. 그래야 새로운 음식을 담을 수 있다. 그릇이란 자고로 뭔가를 담아두는 게 그 쓰임의 본 용도이건만, 요즘은 싸움판에 차출(?)됐다. 정치판의 밥그릇 싸움이 그 대표라 할 만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맡긴 신성한 권력을 이용해 밥그릇이나 챙기고 팔자를 고치느라 바쁘다.

 

 

 

 

우리나라 전통식기 중에 탕기(湯器)’라는 것이 있다. , 찌개를 담는 그릇이다. 탕기는 밥그릇(주발)의 모양과 비슷하다. 그래서 탕기를 밥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탕기는 12역을 소화할 줄 아는 식탁 위의 주연배우다. 그러나 특별한 음식을 담는 그릇이 식탁 위에 등장하면, 탕기는 잠시 물러나 있다. 반병두리는 떡국이나 비빔밥을 담을 때 쓰는 그릇이며, 벙거짓골  전골 요리를 담는 그릇이다. 특별한 날이면 이 두 개의 그릇이 탕기를 대신하여 식탁 위의 주연배우로 발탁된다. 탕기는 가장 많이 식탁에 등장했고, 아주 많이 사용했음에도 다른 그릇에 비하면 너무 평범하다. 이름도 평범하다. 뜨거운 국을 담는 그릇이라고 해서 이름이 탕기로 남게 되었다. 조반기, 대접, 바리, 보시기, 양푼, 이런 그릇의 이름이나 용도는 사람들이 알아도, 탕기는 잘 모른다. 사람들에 눈에는 그저 국그릇일 뿐이다. 밥그릇을 닮아서 이걸 탕기라고 부르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식탁의 주연배우가 아니라 약방에 감초역할을 하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에 가깝다. 그래서 탕기는 소중하다. 밥과 국 아무나 담을 수 있는 편안한 그릇이니까.

 

 

 

 

 

 

 

 

 

 

 

 

 

 

 

 

 

 

 

그릇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사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외국에서 탕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탕기는 사람이다. 외국인 이름이 탕기라니, 특이하다. 쥘리앙 탕기(Tanguy)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파리에 있는 그림물감 가게를 운영했다. 탕기의 가게는 단순히 물감을 파는 그저 그런 곳이 아니었다. 파리 코뮌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과 화가들이 탕기의 그림물감 가게를 자주 방문했다. 탕기는 싼값에 그림을 팔기도 했다. 그가 파는 그림은 이름이 알려진 화가가 제작한 것이 아니었다. 무명 화가의 그림들이 많았다. 탕기는 가난한 젊은 화가들을 아낌없이 지원할 정도로 배려심이 많았다. 돈이 없는 화가들은 품질 좋은 그림물감을 사지 못한다. 탕기는 화가들에게 그림물감을 빌려주었다. 물감뿐만 아니라 미술 도구와 돈도 잘 빌려주었다. 탕기의 배려에 크게 감동한 화가들은 돈 걱정 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그들은 완성한 그림을 재력이 있는 그림 애호가에게 팔지 않고, 바로 탕기에 건네주었다.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으로 탕기의 은혜에 보답했다. 그의 온정을 잊지 않은 화가들은 탕기를 페르(Père, 아버지, 영감, 아저씨)’라고 불렀다.

 

 

 

 

 

 

빈센트 반 고흐 탕기 영감의 초상(1887)

 

 

 

 

 

 

빈센트 반 고흐 탕기 영감의 초상(1888)

 

 

 

 

 

빈센트 반 고흐 탕기 영감의 초상(1888)

 

 

 

탕기가 물감을 파는 가게 주인이지만, 나름 그림 보는 눈이 있었다. 탕기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일본 목판화(우키요에)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가게에 오는 화가들 역시 자연스럽게 일본 목판화의 새로운 세계에 매료되었다. 파리에 정착한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화가도 탕기가 수집한 목판화에 푹 빠졌다. 이 화가 또한 탕기에게 신세를 지면서 생활했다. 그리고 가게를 찾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친하게 지냈다. 네덜란드 출신 화가는 마음씨 좋은 탕기를 위해서 초상화를 제작했다. 탕기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 있다. 그의 태도에 인자한 품성이 느껴진다. 초상화 배경에 일본 목판화들이 가득하다. 이 그림에 관한 뒷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탕기의 초상화가 너무 성의 없게 그려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화가는 탕기를 향한 무한한 존경심과 자신의 예술적 뿌리를 드러내려고 일본 목판화를 그려 넣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버지의 모습이나 품행은 아들이 그대로 전해 받는다. 화가는 탕기를 만나게 되면서 일본 목판화의 매력에 빠졌고, 인상주의 회화에 주목했다. 탕기의 심미안을 화가가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화가의 친아버지는 예술에 자도 모르는 목사였다. 크게 낙심했던 화가는 파리에서 진짜 아버지를 찾았다. 파리의 이방인을 친절하게 대해주고,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소중한 아버지. 탕기는 화가의 삶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아버지(Père)였다.

 

이 네덜란드 화가는 병마에 시달리다가 젊은 나이에 자살하고 말았다. 화가의 장례식에 탕기가 와주었다. 화가의 생의 온기가 멈추는 순간, 그가 남긴 그림의 온기도 사라진다. 탕기는 자신이 보관해둔 화가의 그림이 허무한 운명을 맞이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탕기는 위대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무명 화가의 그림에 이토록 애정을 가졌으니.

    

 

 

 

 

빈센트 반 고흐 글라디올러스 화병(1886)

 

! 가여운 빈센트! 어떻게 그런 불행한 일이...... 미르보 씨! 얼마나 엄청나게 불행한 일입니까! 그처럼 천재적인 사람이! 그처럼 선량한 인간이! 잠깐, 그 사람의 중요한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요? 그의 그림들은 걸작입니다!”

 

사람 좋은 탕기 영감은 자신의 상점에서 4, 5점의 캔버스를 가지고 돌아오더니 우리들 주위에 있는 의자의 발판 틀에다 기대어 놓았다. (중략)

 

인간이 그렇게 죽어야 합니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렇게 슬플 수가! 내가 보기에 당신은 아직 빈센트가 그린 글라디올러스 화병을 알지 못하는 것 같구려. 마지막 그린 그림 중의 하나올시다. 대단한 작품이지요! 그 사람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글라디올러스 화병을 찾아보렵니다.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

 

(옥타브 미르보의 <화가들> 중에서, 파스칼 보나푸 반 고흐, 태양의 화가146~147쪽 발췌 인용)

    

 

 

탕기(湯器)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서민적 체취가 짙게 느껴진다. 탕기(Tanguy)는 소탈하다. 화려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그들을 자주 찾았다.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탕기(湯器)는 밥그릇이 되어도 투정하지 않는다. 탕기(Tanguy)는 화가들이 돈이든 물감이든 빌려달라고 자신을 찾아오면 귀찮아하지 않았다. 그릇의 크기나 모양은 정신의 크기나 됨됨이와는 상관이 없다. 탕기(湯器)와 탕기(Tanguy)는 외형은 초라해 보여도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은 비운 자리가 깨끗하게 넓은 귀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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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12-0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기(湯器)와 탕기(Tanguy)는 외형은 초라해 보여도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은 비운 자리가 깨끗하게 넓은 귀한 그릇이다... 마음에 듭니다.^^

cyrus 2015-12-07 09:4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yureka01 2015-12-04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시대의 예술가를 알아보는 안목..그 온기를 느끼는 공감력...결국 인품에서 나오나 봅니다.그래서 위대한 예술가들 뒤에는 후원자가 꼭 필요한 이유더라구요..

cyrus 2015-12-07 09:46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의 글에 제 글을 먼댓글 설정할려고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유레카님의 블로그에 먼댓글 설정이 안 된 것 같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그 보니 제가 탕기와 룰랭을 혼동했거든요. 탕기는 물감 파는 사람이었고, 룰랭은 우체부였죠... ㅎㅎㅎㅎㅎ 룰랭이 그렇게 자주 찾아갔다네요. 술 마시러... 갈 때는 고흐 형편을 알고 있어서 늘 술과 안주가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cyrus 2015-12-07 09:47   좋아요 0 | URL
저는 탕기가 그림 파는 화상인 줄 알았어요. 착각했어요. 그림물감 가게 사장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쓸 때 준비하면서 알았습니다. ^^

서니데이 2015-12-0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릇 사진을 보다보니, 뚜껑이 있는 그릇이 많이 있네요. 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뚜껑있는 국그릇을 집에서 쓰지 않아서 그런지, 아주 오래 전에 썼던 그릇처럼 느껴져요.
고흐는 동생이 먼저 생각나는 편인데, 앞으로는 탕기는 그림보다 그릇이 먼저 생각날 것 같아요.
cyrus 님,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5-12-07 09:53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뚜껑 있는 그릇을 가정집에서 보는 것이 드물어졌어요. ^^

yureka01 2015-12-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몰랐습니다..저도 이런 기능을 모르겠더라구요.트랙백 걸기..해본적이 없었거든요 ..ㅎㅎㅎ^^..인용.. 감사합니다~~~

cyrus 2015-12-07 14:49   좋아요 1 | URL
가끔 이웃이 쓴 글을 읽고, 영감을 얻으면 감사의 의미로 먼댓글 기능을 사용합니다. ^^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88년 하면 무슨 장면이 떠오르시는가. 하나씩 열거하면 너무나도 많다. 88올림픽의 굴렁쇠 소년, 대학가요제 무대에서 ‘그대에게’를 열창하던 젊은 마왕 신해철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추억의 물건들이 생각날 수 있다. 오백원짜리 지폐, 연탄보일러, 석유곤로, 워크맨 등이 우리 가슴 속에 있는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 강력범 지강헌의 인질극도 잊을 수 없다. 씁쓸하지만, 권력형 범죄자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강헌 인질극이 당시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줘서 그렇지, 그 해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1988년의 정서를 거의 완벽히 재현했다고 호평을 받은 ‘응팔’ 드라마 제작진들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유시민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책 《나의 한국현대사》에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그 사건을 ‘소환’했다.

 

 

 

 

 

 

문송면 사망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1988년 7월 2일 자)

 

 

 

점점 다가오는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국민이 들떠있던 1988년 7월. 15살 소년이 세상을 떠났다. 소년의 이름은 문송면. 사인은 수은중독. 문송면은 혼자 상경하여 수은을 온도계에 넣은 작업을 진행하는 공장에 일했다. 문송면은 마음이 성숙한 소년이었다. 없는 집안 살림에 고생하는 부모님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서 중학교 졸업을 포기하고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장에 다닌 지 두 달 만에 문송면의 건강이 나빠졌다. 심각한 수은중독으로 인해 손발이 마비될 정도였다. 문송면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으나 공장은 그의 병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파문은 컸다. 심각한 청소년 노동 현실이 폭로된 것이다.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중금속 중독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공장 환경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송면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자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직업병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원진레이온 사건은 1981년에 일어난 국내 최대의 직업병 사건이다. 원진레이온은 박정희 대통령이 공장 기공식에 참여할 정도로 제1차 경제개발 역점사업에 참여한 인조견사 생산 공장이었다.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의 위험성을 모른 채, 장시간 동안 일을 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황화탄소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신체마비, 정신이상 등의 증상에 시달렸다. 1988년이 돼서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상 증상의 원인이 직업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부는 회사에 ‘무재해 기록증’을 발급했고, 회사는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거부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실태가 알려지게 되자 통일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등의 야당 의원들이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원진레이온 피해자들이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를 막으려고 하자, 정부는 태도를 돌변하여 피해자들의 호소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텄다.

 

20년이 지난 사이, 한국은 많이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노동 환경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20년 전에 견줘 노동조건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나 한국타이어 등 많은 대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암에 걸려 숨지거나 폭발사고 등으로 희생되고 있다. 십 년이 넘는 직업병 고통은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가져와 자살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안전과 건강보다 성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가 직업병 인정을 받기란 정말 어렵다. 기업을 옹호하는 우파들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역사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소개하는 유명한 노동자는 전태일이 유일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전태일의 절규에 우리 사회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1988년 전국에 알려진 소년은 두 명이었다. 어느 소년은 사회의 음지 속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두 달 뒤에 한 소년은 푸른 잔디밭을 달려가며 굴렁쇠를 굴렀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회든지 어두운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단지 그것에서 눈을 돌려 밝은 면만 보려는 사회가 있고, 반면 그늘진 곳에 더 빛을 비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회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두운 이면을 감추거나 그로부터 고개를 돌린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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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열 다섯이었다는 것이 더 마음아파요.
잘읽었습니다. cyrus님,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5-12-04 17:3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yureka01 2015-12-03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차량 크레인 무너져서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서해대교 주탑에서 소방관 1명이 사망했다는 뉴스..
언제까지 우린 후진적 뉴스는 변함이 없을까요..

cyrus 2015-12-04 17:34   좋아요 0 | URL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을 해주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이러니까 우리 사회에 노동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개선할 마음이 없어요.

살리미 2015-12-03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어느 사회에나 어두운 이면은 존재하죠. 건강한 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은 어둠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어둠을 응시하는 자세에 있을 것 같아요. 잘못을 인정하는 것. 그늘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되는 것일텐데 언제부턴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보기가 어려워진 듯 하네요.

cyrus 2015-12-04 17:35   좋아요 0 | URL
요즘은 사회에 무슨 잘못을 지적하면 배부른 소리로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진레이온 오랜만에 듣느 이름이네요. 제가 아는 분 중 한 분이 원진레이온 노동자였습니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진짜 열악했다고 하네요... 한국노동운동사에서 원진레이온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죠....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cyrus 2015-12-04 17:39   좋아요 0 | URL
원진레이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직업병`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태일 분신 사건 다음으로 한국현대사에서 기억해야 할 사건인데도 교과서에 짤막하게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과서 개정 때 이 사건을 반영하자고 건의하면, 분명 보수 쪽에서 반대할 겁니다.

루쉰P 2015-12-0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시간 cyrus님의 글을 읽어 온 독자이지만 글을 흐름은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전 글을 읽을 때 호흡이 끊어지면 좋지 않은 글이라 여깁니다 근데 정말 너무 부드러워요 ㅋ 부럽네요 전 너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왕국 생활이죠 부끄러운 인생입니다;;;

cyrus 2015-12-04 18:15   좋아요 0 | URL
저보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 글은 어디 보여주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ㅎㅎㅎ 저도 혼자 지내는 생활이 많아요.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워질 때가 있지만, 혼자 있는 게 편해졌어요.

csp 2015-12-0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맣게 잊고 있다 기억이 났습니다. 어렸을 적 선물받은 환경보호 만화책에 고인의 이야기가 실려있었어요. 그 때 만화를 읽으며 참 공포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났었는데... cyrus님 덕분에 오래 잊고 지낸 이름을 되새김질 하게 되네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cyrus 2015-12-07 14:13   좋아요 0 | URL
문송면 사건은 노동문제에 관심 많은 분들만 아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어요. 많이 회자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5-12-08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진레이온 사건은 나중에와서 뉴스로 본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한창 노조운동도 그렇고 연탄공장 주변에 사는 분들의 진폐증 문제 같은게 다뤄지기 시작했지요. 문송면 사건은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접하는 느낌입니다. 일단 법적으로는 집단소송이 가능해져야 하고, 징벌적피해보상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아도 맘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