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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 문학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현대문학 

2009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45분

장소: 인더가든



<4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정현정(진행), 조약돌김성현

천성은최승민,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가 흐르거든요오에와 아들 히카리(大江光)의 관계를 조명한 책을 쓴 영국의 언론인 린즐리 캐머런(Lindslry Cameron)개인적인 체험》이 내용상 심각한 책이지만, 매우 재미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절판] 린즐리 캐머런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이제이북스, 2007)




소설 주인공 버드(Bird)는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남편입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아기를 살려야 말지 외롭게 고민하는 와중에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납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버드의 성적 욕망도 솟아오릅니다대부분 독자는 작가의 지나친 성적 묘사가 상당히 거슬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캐머런은 가차 없는 솔직함이 이 책의 눈에 띄는 매력이며 오에의 작품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구별 짓는 요소라고 말하네요.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세속> 독자 정현정 님은 이 어려운 책을 어떻게 봤을까요? 속독하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읽으면 생각 덩어리가 많이 나오는 책이라고 말했습니다여섯 명의 <세속> 독자들은 각자 머릿속에 안고 온 소설에 관한 생각 덩어리들을 하나둘씩 꺼내보았습니다.


조약돌 님은 소설 밖에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버드와 아내의 관계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죠. 결혼은 자유의 무덤이에요. 버드는 불편한 진실을 모르고 결혼한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결혼한 것일까요?
















* 이상희 인류의 진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동아시아, 2023)




약돌 님은 여행하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에 버드가 왜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약돌 님이 던진 질문을 받은 천성은 님은 아주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해 주셨는데요,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프리카입니다지금도 여전히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진화론자와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을 지지합니다버드가 꿈꾸는 아프리카는 단순히 미지의 여행지일 수 있고요, 성은 님의 진화론적 관점이 투영된 아프리카는 진정한 나(개인)의 정체성이 시작된 집과 고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시간이 쏜 화살에 맞습니다. 현실에서 미래로 거침없이 나가는 시간의 화살. 우리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는 시간의 화살에 관통당한 채 살아갑니다. 화살 방향을 절대로 바꿀 수 없듯이 과거를 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어요. 버드의 아프리카는 현재보다 자유로웠던 과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최승민 님은 소설에서 반영된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서 ChatGPT를 이용하면서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ChatGPT로 소설과 작가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미리엄 실버버그, 강진석 · 강현정 · 서미석 옮김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근대 일본의 대중문화(현실문화, 2014)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4년 7월의 세계 문학]

에도가와 란포김소연 옮김 에도가와 란포》 (손안의 책, 2021)


* 박경리 일본산고: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유고 산문(다산책방, 2023)




개인적인 체험에는 성적 묘사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종종 나옵니다. 캐머런이 말한 것처럼 웃긴 장면도 있습니다. 저는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반 근대 일본에 유행하기 시작한 문화 양식 에로 그로(테스크) 난센스의 취향이 이 소설에 묻어나 있다고 느꼈어요에로 그로 난센스는 야하고, 엽기적이고, 우스운 것을 뜻합니다에로 그로 난센스가 넘치는 192, 30년대에 활동한 작가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바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입니다.


김성현 님은 토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의 모임장입니다(현정 님과 승민 님도 <고라니 울고> 소속 회원입니다). 성현 님은 <고라니 울고> 선정 도서로 읽었던 박경리의 산문 일본 산고의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개인적 체험에 스며든 일본인의 인생관을 짚어주었습니다.


일본 산고토지를 쓴 작가가 쓴 일본 문화론입니다. 박경리반일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작가 사후에 나온 미발표 원고를 묶은 것입니다. 작가의 원고 속에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소회가 담겨 있는데요, 작가가 보고 느꼈던 일본인들은 내세관이 희박해서 유한을 잘 소화하는 민족입니다. 일본 민족 종교는 샤머니즘인데, 일본의 신은 내세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정서에 어둡고 캄캄한 허무주의가 배어 있습니다허무주의에 짓눌린 일본인들은 체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합니다. 모든 일본인이 현실적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적인 취향을 마음껏 즐기면서 현실의 고통을 애써 잊으려고 하죠. 저는 이 극단적인 취향’이 만든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바로 에로 그로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체험의 버드는 절망적인 현실(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과 불투명한 미래(아프리카 여행) 사이에 껴서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버드는 혼자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에로스에 집착하고 있어요. 승민 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적 욕망과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히미코의 집은 버드의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개인적 체험은 히카리가 막 태어났을 때 쓴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읽는 독자는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버드를 작가와 동일시한 독자는 아내에 무심하고, 옛 여자 친구에 매달리는 버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개인적 체험》을 읽고 실망한 독자는 작가를 오해하게 되고, 오에 겐자부로는 한순간에 오해 겐자부로가 됩니다.
















* 헨리 나우웬, 김명희 옮김,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IVP, 2022)




현정 님은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책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신 자을 읽은 이후로, 장애를 둘러싼 편견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담19962월에 세상을 떠난 장애 청년 아담 아네트(Adam Arnett)를 가리킵니다. 헨리 나우웬은 아담의 삶을 회상하고, 아담을 만나면서 느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합니다아담이 세상을 떠난 지 7개월 후에 헨리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담의 이야기가 사라질 뻔했어요다행히 헨리와 친분이 있는 종교인들과 아담 유가족의 보살핌을 받은 유고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헨리는 장애인의 삶에 헌신하도록 당신을 자극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항상 아담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헨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누구인지 등등 종교적 질문을 하면 거기에 빛을 비춘 사람이 아담이었다고 말합니다. 헨리에게 아담은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존재였습니다.







오에는(히카리)이 없었으면 자신은 소설가로 살아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히카리는 오에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나는 당황과 혼란 속에서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를 함께 준비하며 직관적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라고 지었다. 나의 직관은 옳았다. 그 아이의 존재는 내 의식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둡고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밝혀 주었으니 말이다.

 

(빛의 음악중에서, 12)

 


개인적인 체험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없고, 애매한 소설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어둡기만 하고, 칙칙하고, 혼란스러운 소설은 아니어요. 작가와 버드를 무조건 일치시켜서 바라보는 독서는 오해 겐자부로를 만날 수 있어요. 진짜 오에 겐자부로를 제대로 만나려면 개인적인 체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빛(히카리)이 성장할수록 오에의 문학은 성숙해졌습니다. 개인적인 체험》 이후에 나온 소설들을 꾸준하게, 천천히 읽으면 빛나는 오에를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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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4-28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같은 생각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

cyrus 2025-05-01 09:19   좋아요 1 | URL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되게 독특했어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데요... ㅎㅎㅎ 그날 독서 모임에 오신 분들이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제가 추천한 책은 아니지만... ^^;;).
 









‥…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주인공 버드(bird)’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그녀와 섹스를 한다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현대문학, 2016)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에 수록되어 있다)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문학과지성사, 2012)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이제이북스, 2007)





카프카(Kafka)’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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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서 모임의 멤버는 정해져 있지 않나요?
누구나 참여 가능?

cyrus 2025-04-08 06:49   좋아요 1 | URL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가 어려우면 책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아요. ^^

stella.K 2025-04-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겠어.’ ㅎㅎ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ㅠ
그런데 오에 되게 좋은가 보다.

cyrus 2025-04-08 06:51   좋아요 0 | URL
어려운데 계속 읽고 싶은 소설이에요. 그런데 오에의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 발제를 만들면... 어려울 것 같아요.. ㅎㅎㅎ (이번 달 독서 모임 발제는 제가 만들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가장 많은 득표수는 9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2020)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1999)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 1990)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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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가 됐구만. 좀 어렸잖나? 난 노벨문학상 알러지가 있는지 무조건 다 어려운 줄 알아. ㅋㅋ 지난번 채식주의자도 겨우 읽었다. 😂

cyrus 2025-03-31 22:29   좋아요 0 | URL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은 어렵네요.. ㅎㅎㅎ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로워요. ^^

카스피 2025-03-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전집중 몇권이 있는데 SF경향이 있는 작품만 수집하다보니 다 모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더군요.

cyrus 2025-03-31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고려원 오에 겐자부로 전집 3권이 있어요. 두 권은 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나머지 한 권은 재출간되지 않은 작품인데, 이 한 권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5-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 좋았던 작품요!

cyrus 2025-03-31 22:33   좋아요 1 | URL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읽고 싶어져요. 오에의 문학 취향을 알고 나니까 소설 내용을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 일정이 한 주 앞당겨졌습니다. 금요일인 내일이 바로 모임 날인데요. 원래대로라면 모임 날은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문학 도서 책상은 책상이다를 추천한 조약돌 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날짜가 변경되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가 아주 얇은 책이라서 금방 다 읽었지만, 문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를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말 책 한 권 고르기가 정말 어렵군요.

 

그래서 저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님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다음 달 책은 투표로 해서 결정하자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투표로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독자님들 각자가 책 한 권을 고릅니다. 투표 이벤트를 준비하는 저를 제외한 독자들은 다른 분의 추천 도서를 모릅니다.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저는 독자분들의 추천 도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투표 창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의 알라딘 블로그와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

 

2. 오프라인 모임 앱 소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에 가입된 분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참석하는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수레바퀴와 불꽃> 카톡 단톡방 투표

 

이 세 가지 투표 창구의 투표수를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책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로 선정됩니다.


 

총 여섯 권의 후보 도서를 소개하겠습니다.

 




[후보 도서 1]






토머스 드 퀸시

김석희 옮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시공사, 2010년)





[후보 도서 2]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후보 도서 3]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후보 도서 4]





아서 C. 클라크

김승욱 옮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황금가지, 2017)






[후보 도서 5]





실라 헤티

구원 옮김

마더후드

(코호북스, 2024)





[후보 도서 6]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어크로스, 2024)






알라딘 블로그에는 투표 기능이 없어요. 그래서 댓글(비공개 댓글 포함)로 한 권 또는 두 권 이상의 책 제목을 남기면 됩니다. 여섯 권 모두 고르셔도 됩니다.

 

댓글 투표 기한은 3월 21일 금요일 자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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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흥미롭고 좋은 것 같긴한데 난 읽는다면 정욕과 마더 후드를 읽을 것 같고, 하나만 고르라면 정욕을 먼저 읽을 것 같다. 그 정욕이 그 정욕이 아니었구만. 그래서. ㅋ
난 요즘 그믐이란 곳에 가고 있는데 거기엔 벽돌책 깨기 모임이 있더라고. 이번 달엔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을 읽고 있는데 700페이지 내외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나마 이 책은 얉아서 첨 참여해봤어. 내가 이 나이에 백돌책 깰건 아니잖아. 근데 그냥 할만해. 다음 달엔 무슨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데 중고책 있으면 참여해보려고. ㅋㅋ

cyrus 2025-03-20 21:5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많아야 5개 달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사람들 투표 참여가 저조하네요.. ^^;; 책 소개를 안 해서 그런 걸까요?

<정욕>과 <마더후드>에 투표한 것으로 할게요. 그런데 <정욕> 제목 때문인지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이 많아요. ㅎㅎㅎ

그믐이라는 독서 모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떤 모임인지 궁금하네요. ^^

2025-03-2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5-03-23 23:13   좋아요 1 | URL
복수 투표하기를 정말 잘했어요. 복수 투표 방식 없었으면 득표수가 더 적었을 거예요.. ^^;;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월의 세계 문학

차학경 《딕테

김경년 옮김, 현대문학 (2024)







2025년 2월 28일 금요일저녁 8시~10시 20분

장소: 인더가든



<세계문학>을 만든 독자들

조약돌, 향기,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지난주 수요일 저녁에 카페 <small talk>의 주인장 김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김 사장님은 철학책 독서 모임(니체, 미셸 푸코, 레비나스)을 함께 했던 분입니다. 우리는 고요한 어둠이 채워진 <small talk>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말을 주고받는 중에 김 사장님은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독서 모임을 얘기했습니다. 김 사장님은 참석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확인하는 대화가 많은 독서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런 모임에 책은 뒷전입니다. 결국 모임 참석자들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하는 사교 모임이 되고 맙니다. 김 사장님의 말에 저도 이런 유형의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쑥 걱정이 들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꾸리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지난 제가 다른 독서 모임을 비판할 처지가 아니더라고요


<세계 문학 속으로> 2월의 책 딕테》는 독자들이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에요. 독서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한 독자들은 딕테》를 읽는 내내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지 생각을 엄청 많이 했을 거예요(그리고 본인의 결정을 후회했을 겁니다)책에 대한 흥미가 없으면 그 책이 어떤지 얘기할 수 없습니다. 책과 친해지지 못한 독자들은 독서 모임에 나오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보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로 일관합니다. 어떤 독자는 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김 사장님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딕테를 다시 펼쳤어요. 이틀 후에 있을 독서 모임에 겉도는 독자들이 한 분이라도 나오지 않게 모임을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2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는 조약돌 님과 향기 님입니다. 두 분과의 인연은 2년 전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에서 시작되었어요. 만나자마자 두 분은 책이 어렵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두 분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었습니다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제가 고른 책이 어렵다,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사소한 감정이 아닙니다. 감상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에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스며 들어 있어요. 저는 책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눈여겨보면서 다음 독서 모임을 위해서 함께 읽을 책을 신중하게 고르려고 합니다.


딕테는 차학경 작가의 자서전적인 글입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독자들은 작가의 관점에서 읽으려고 시도합니다. 역자와 작가의 친오빠가 쓴 해설은 차학경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재구성한작가의 시선으로 딕테를 읽는다고 해서 딕테에 친근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 달 전인 1<세계 문학 속으로> 모임을 마무리할 때 딕테를 읽을 때 차학경 작가를 찾기 위해서 읽지 말고, 그 글에서 드러내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읽어보라고 제안했어요. 이때 제가 했던 말을 금시초문이라는 독자들이 있다면, 독서 모임을 능숙하게 진행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딕테를 쉽게 읽는 저만의 방식을 소개한 글 한 편 쓸 걸 그랬나 봐요.


딕테77쪽에 프랑스어로 쓴 문장이 나옵니다.

 

 


방출하라. Ne te cache pas. Révéle toi. Sang. Encre.


 


프랑스에서 태어난 말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자신을 감추지 말라. 자신을 드러내라. 혈액. 잉크.” 저는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딕테와 친해지면서 읽을 수 있는 방식을 발견했어요딕테》는 독자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읽는 책이라고 확신했어요.


저는 향기 님에게 <세계 문학> 2월 모임에 꼭 참석하라고 부추겼어요. 향기 님은 러시아어를 전공했어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외국어 원서를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차학경 작가는 어린 시절에 거대하고 낯선 땅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을 제2 고향으로 인식하면서 살아가 보려고 했지만, 모국어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외국어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차학경 작가는 영어를 미국인처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본인의 모습을 입으로 흉내 내는 짓(딕테, 13)’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딕테를 읽은 향기 님이라면,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작가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거로 생각했어요. 향기 님은 중국어의 성조(聲調, tone)를 최대한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 거울 앞에 서서 중국어를 읽은 적이 있다고 했어요. 거울에 비친 입 모양을 확인하면서 성조를 연습했던 거죠.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2025년)]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김재홍 옮김 · 해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그린비, 2023)




딕테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두 분의 근황과 딕테감상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해서 독서 모임을 일찍 마무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딕테를 가방에 넣고, 제가 참석하지 않은 ‘다른 독서 모임의 책을 꺼냈어요. 그 책은 바로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명상록이었어요. 이 책이 올해 첫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일글책>이 고른 번역본은 김재홍 번역의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명상록의 원제입니다. 마르쿠스는 연약한 자신의 참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잉크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어요역자 김재홍 교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고전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단체인 정암학당의 공동 이사입니다.


지난달 <세계 문학> 모임이 끝난 후에 조약돌 님은 저에게 명상록에서 자살을 긍정하는 대목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자살에 대한 철학자 마르쿠스의 견해를 어떻게 보는지 물으셨어요그때부터 김재홍 교수의 명상록을 읽기 시작했어요마르쿠스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입니다. 스토아학파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자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이 정의하는 자살은 이성에 맞는 벗어남입니다. 조약돌 님은 스토아 철학적인 자살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어요. 우리는 스토아학파의 자살할 권리를 주제로 철학적인 대화를 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했어요.






 

 











* 캐시 박 홍, 노시내 옮김 마이너 필링스: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마티, 2021)





딕테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주 거론되는 책이 한국계 이민자 출신의 미국 작가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마이너 필링스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차학경 작가의 죽음을 이르게 한 성폭력 및 살인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미국 사회와 동료 예술가들의 미온적인 반응(차학경의 죽음을 예술적으로 미화하는 태도)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유색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고발합니다


마이너 필링스210딕테의 내용 일부가 언급된 문장이 나옵니다. 차학경 작가는 딕테에 미국 하와이에서 이주 한인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이승만과 독립운동가 윤병구(1880~1949)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보낸 탄원서(편지)를 인용합니다.



 




 차(학경)딕테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번역하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의 맥락을 짚어주거나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에 나오는 프랑스 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의 사진에 설명 붙이기를 거부한다. 독자는 나름대로 단서를 연결해 퍼즐을 풀어가는 탐정이 된다.


(마이너 필링스중에서, 210)

 


루스벨트라는 성()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두 명입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1882~1945). 이승만과 윤병구가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는 1905년에 써졌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책 속에 있는 오류와 오역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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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3-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주말에 독서 모임 하시는군요. 차학경 <딕테>는 소개를 읽어보고 난해할 것 같았는데, 모임도서로 읽으면 각자의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아요.
여러 책들을 구매하거나 고르다보면 늘 비슷하거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게 됩니다만, 모임으로 정해진 책을 읽으면 조금 더 다양하게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cyrus 2025-03-03 16:49   좋아요 1 | URL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하는 독서 모임이에요. 사실 독서 모임을 주말에 하고 싶은데, 이러면 주말에 개인적인 일(독서, 글쓰기, 서울 여행)을 할 수 없어서 금요일 저녁에 하게 됐어요. ^^

페크pek0501 2025-03-06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 모임에서 책 얘기가 끝나고 나서 멤버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게 좋던데요. 남들은 어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요. 남들 얘기에 경청하는 게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 모임에서 만난 한 분은 심리 상담사였는데 많은 사례를 들려 줘서 견문 넓히는 데 도움이 됐어요.^^

cyrus 2025-03-10 06:33   좋아요 1 | URL
내가 혼자 책을 읽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독서 모임 후기를 쓸 때 모임에 참석한 분들의 견해를 많이 써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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